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2005.12.10 07:06
공사가 한창인 도로를 따라 줄 선 철망
아주까리 잎이 손들어 말 건다
접경을 이룬 철망에 잡초만 무성한데
새들이 일고 간 바람에 살짝 웃는
민들레가 더위에 지쳐 고개 숙인다
새들이 연신 철망 사이의 풀 섬으로
제 집처럼 바람 만들며 날아다니고
아주까리가 행성 달고 흰 살색 피워
들어가고 나올 입구에 점하나를 찍었다
별들은 열매를 만들려고 그렇게
낮에만 내려와 꽃의 점이 된 것을
나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새들에게 더위를 피해 쉬어 가라고
부채 살 잎새들로 오두막 지붕 만들고
꽃들은 평상에 앉은 새들에게 향기를 보낸다
잎새는 자신보다 꽃을 더 생각하는구나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주까리 잎이 되고 싶은 여름을
새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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