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목소리에 힘이..

2006.09.28 16:12

함기순 조회 수:431 추천:19

한길수 선배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요.
정말 , 진심으로 , 참으로 용기를 주셨어요.
요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있었는데
선배님이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부어주는 바람에
수채구멍처럼 막혀있던 제 속이 뻥 뚤렸습니다.
사연을 들어보실래요?ㅎㅎㅎ

대학원에 들어가서 일학기에는 신입생이라
교수님들이 봐주기도 하고, 두 과목만 신청해서
힘들지 않게 넘어갔답니다.

이학기가 되니 학과장님께서 학부 때,,
고전을 전공하지않고 교양과목으로(설화)수강했다고
선수과목(학점은 안주고 학부에서 이수해야하는 과목)
으로 수강을 해야 한데요.

그러니 3과목 신청에(총 15학점,그래야 내년에 종합시험과 외국어패스시험)
학부수업까지(총4과목) 들어야하니 저의 생활이 얼마나 바쁘겠습니까.ㅎㅎㅎ

악재가 겹친건 고전소설론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의 깐깐함...
진짜 공부안하고 갔다가는 그 자리에서 막말로 깨지는데,
너무 무지막지하게 야단을 치는 바람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진답니다.

고전소설때문에 대학원을 휴학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심각했었는데(대학원에서는 같은 교수님의
'고전소설연구'을 신청)
그저께 선배님의
시원하게 콸콸 쏟아지는듯한 물소리같은 목소리에서
힘을 얻어 다음 날 수업은 거뜬히 넘겼다는거 아닙니까요.ㅎㅎㅎ


학부수업은 아그들 속에(40명) 있으니 그냥 어물쩍 넘어가고,
대학원수업은 3시간 논스톱으로 4명이 돌아가며 과제해온걸 발표
한답니다.

선배님과의 통화 후에.
아예 마음을 몽땅 비우고 깨질 각오로 다음 날 수업에 임했죠.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의 안경너머의 매서운 눈초리에,
냉냉한 음성으로 또 벼락이 내리쳤죠.
사실 나뿐이 아니고 그 교수님의 수업을 처음 수강하는
세 명(석사과정)이 항상 질책을 당하죠.
수업이 끝나면 세 명은 초죽음이 된답니다.
박사과정을 밟는 27세 아가씨만 살아남고..ㅎㅎㅎ

"공부하고싶어도 여건이 안되어 못하는데 힘내고 하라"는
저의 수호신인 길벗선배님의 응원에 힘을 얻어서리...ㅎㅎㅎ
벼락을 내리는 교수님께 피뢰침으로 받아쳤답니다.

"함선생님! 혁거세의 알을 그냥 알로보면 안되죠?
뭔가를 찾아내세요. 그리고 영웅소설속의 말(馬)이
상징하는 의미도 캐내고..말을 말로 보지말라니까요.
이게 뭡니까. 남의 논문을 그대로 베껴오면 안되죠"

"아이고 교수님. 솔직히 저 잘 모르겠슴다.
그래서 공부하러 대학원에 왔잖아요.
교수님이 맨날 못한다고 야단을 치니 우짜란 말입니꺼.
그라고 여태 고전소설을 읽을 때
말이 말이고, 알이 알이라고만 읽었는데
오데가서 캐내오라는 말씀이세요? 그래서
교수님 논문 베껴왔는데 또 야단치고...
자꾸 그라모 인자는 발표 안할랍니다"

"참내.. 그래야 공부를 하죠.신청할 때 조교가 제가 무섭다 말 안했나요? "
"했죠. 그래도 이렇게 무서운줄은 몰랐슴다. 외양은
너무나 부드럽게 보이는데요.-부드러운 남자-..ㅋㅋㅋ"
"아, 제가 생기기는 그렇게 생겼죠..흠,음,음"

"크크킄,키키키킼.히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더군요.
"맞아요. 교수님 무서워서 공부도 못하겠어요.꿈에도
나타난다니까요. 고등학생도 아니고 매주 과제를 내주니
못살겠슴니더. 신입은 좀 봐 주이소 옝~"

갑자기 말문이 터졌는지 다들 교수님께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교수님이 수업을 마치고 나가시면서 그러더군요.
"음, 음 그래도 공부는 해야됩니다.
인문학의 위기가 그냥 오는건줄 압니까?. 다들 공부,공부하세요."
"옛썰~ 열씸~히 하겠슴다,ㅋㅋㅋ"

야단맞을 각오를 하니까 야단을 쳐도 하나도 무섭지
않더군요.ㅎㅎㅎ 능글스럽게 받아넘기니
교수님도 어이가 없나봐요.ㅎㅎㅎ
국문학과에서 악명높은 교수님이래요.

요즘의 저는 달력의 빨간 숫자만 바라보며 웃음짓는답니다. ㅎㅎㅎ

길벗선배님!
정말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만나지 못함을 아쉬워했지만 훗날을 기약할랍니다.
남편의 인사발령으로 거제에서 다시 우리집으로(진해) 왔어요.
일학기때는 배를 타고 학교 다녔는데
지금은 20분이면 학교에 가니 그것만도 감사한 일이네요.

선배님의 부러움(?)에 힘을 얻어 제 능력껏 공부할랍니다.
칼을 뽑았으니 휘둘러나보고 결과를 얻어야죠.
논문준비도 슬슬 하려구요.
자주는 들어오지 못해도 가끔씩은 들어와서
저의 <대학원 좌충우돌記>를 올릴게요.ㅎㅎㅎ

다가오는 한가위를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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