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명복을 빌며

2009.05.24 04:20

한길수 조회 수:446 추천:54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둔 한국인들은 타인종이나 타국인들에 비해 유달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줄 압니다. 비록 몸은 미국에 두고 있지만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세계만방에 이름을 떨치거나 기상을 드높일 때 함께 박수치며 응원하기도 했었습니다. 제 조국 한국의 무궁한 발전을 빌면서 희로애락을 여러분들과 함께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분의 명복을 빌며 잠시 그 분의 행적을 돌아보게 됩니다.

전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정치적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재야인권운동시절부터 대통령 재임기간과 고향 봉하 마을의 15개월 동안 국민에게, 정확히 말해 평민들과 서민들에게 준 희망과 꿈이 좋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평탄하게 놓인 길을 선택하지 않고, 힘들고 어려워도 일신상의 이득이나 영화를 마다하고 일제 잔재의 기득층 세력과 맞서 싸우면서 국민을 높이 받들고 함께 참여하여 향기 나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만 말 한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일제의 과거사청산과 진실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광우병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의 FTA에 대해 미국에게 당당하게 국민의 건강을 지켰습니다. 정치가 오랫동안 지역적 정서를 벗어나지 못할 때 행정복합도시며,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방자치주의를 만들어 지역적 균형발전을 가져왔습니다. 퇴임 후에도 죽어가는 강에 나가 오리농법으로 손길 닿게 해서 살려놓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밀짚모자에 자전거 타고 황토 길을 누비며 시골이 풍요로울 수 있다고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로 여행 오는 곳으로 만들었지요. 정치를 떠나 낙향하여 평범하게 서민들과 함께 살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 보여주고자 했는데 누가 죽음으로 내 몬 것인지요.

형법의 가장 기본인 물증도 없이 박연차라는 사람의 입에 의존하여 조서를 꾸미고, 언론에 흘려 마치 확증이 된 것처럼 소문만 냈습니다.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도록 정권의 구태의연한 시녀 노릇을 하며 철밥통 두드리며 무고한 사람 죽음에 몰아가는 수사로 짜 맞춘 것은 아닌지요? 법전에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사례가 있기는 한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법정에서 죄가 성립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단언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백사람의 도둑을 잡기보다 억울한 누명의 한사람을 옭아매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형법의 원칙이 아니었는지요.

정치인들은 좌파다 우파다 정쟁과 소모적 말씨름에 여념 없다가 박연차 게이트 터지니까 작은 불똥이라도 튈까 꼭꼭 숨어 있다가 서거 한 다음에 민주적 동지 운운하며 조문하러 오는지 궁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말고 마음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홈피에서 퍼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 봅니다.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습니다.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00만불, 100만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을 했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지만, 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생각한 것은 피의자로서의 권리였습니다.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 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습니다. 그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도 동의를 구합니다. 이 마당에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합시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 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도덕적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것도 공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저를 정치적 상징이나 구심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사건 아니라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방향전환을 모색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동안에 이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상 더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협의를 하자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그 고뇌에 지옥이 따로 없었겠지요.
수렁에 빠졌을 때 작은 손이라도 내밀어 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퇴임 5년 후에도 웃어 보이겠다는 약속, 이렇게 생생한데 누가 대신 지켜줄까요.
이제와 누굴 탓하고 그 분의 죽음을 애통한 들 다시 살아 돌아 올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제야 '바보 노무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메어지는 가슴과 답답함으로 지나온 발자국을 돌아볼 뿐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존경하는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을 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줄 것입니다. 진정 대한민국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의 서거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편안한 세상에서 고이 잠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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