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2011.12.25 17:35
내 책장의 먼지 속에서 삼십년
그 형형(炯炯)한 눈을 부라리던 당신은
온다 간다 말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눈초리 살펴가며 내가 써온 서정시
배고프다 쓸쓸하다 눈물 섞어 써온 시
그 싯줄 웬일인지 뚜욱 끊어지면서
날로 의아스럽던 당신의 실종(失踪)은
오오 인제 분명하거니 우리 마누라헌테
집 없어 죄 없는 시우(詩友) 박모군이
하룻밤 유숙(留宿) 끝에 밥도 못 얻어 먹고
허이여니 쫓겨나가던 바로 그날부터로구나
보오들레에르 보오들레에르 틀림 없는
나의 손때 익은 얼굴의 당신과
여기 이 고서점 점두(店頭)에서의 이같은 해후(邂逅)!
떨리는 내 얇은 손은을 그러나 그 형형한
눈초리는 흘깃 흘겨보자 한다는 소리가
- 가긍(可矜)한 한국 시인아 넌 또 누굴 꾀차갖고
왔느냐 그 눈물겨운 서정시ㄹ 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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