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보오들레에르 - 유정

2011.12.25 17:35

지희선 조회 수:466 추천:116


  내 책장의 먼지 속에서 삼십년
  그 형형(炯炯)한 눈을 부라리던 당신은
  온다 간다 말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눈초리 살펴가며 내가 써온 서정시
  배고프다 쓸쓸하다 눈물 섞어 써온 시
  그 싯줄 웬일인지 뚜욱 끊어지면서
  날로 의아스럽던 당신의 실종(失踪)은
  오오 인제 분명하거니 우리 마누라헌테
  집 없어 죄 없는 시우(詩友) 박모군이
  하룻밤 유숙(留宿) 끝에 밥도 못 얻어 먹고
  허이여니 쫓겨나가던 바로 그날부터로구나
  보오들레에르 보오들레에르 틀림 없는
  나의 손때 익은 얼굴의 당신과
  여기 이 고서점 점두(店頭)에서의 이같은 해후(邂逅)!
  떨리는 내 얇은 손은을 그러나 그 형형한
  눈초리는 흘깃 흘겨보자 한다는 소리가
  - 가긍(可矜)한 한국 시인아 넌 또 누굴 꾀차갖고
  왔느냐 그 눈물겨운 서정시ㄹ 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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