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따라온 얼굴

2013.01.06 17:12

지희선 조회 수:221 추천:39



엄마를 버려두고
'진짜 엄마'를 찾아
욕지도로 따라나선 날

그 날도
하늘은 푸르렀고
뱃길은 선명했다.

'진짜 엄마'가 욕지도에 있다고
농담한 옆집 할머니
나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는 어쩌자고 뱃길을 따라와
어린 나를 그리움에 울렸을까

뱃길을 따라온 엄마 얼굴이
구름 사이에서 빙빙 돌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욕지도 가시내가 되어있을 나.

돌아온 다섯 살 딸아이가
여든 셋 엄마의 임종을 지킬 줄이야.

올해는 엄마 없이 설날을 맞은 첫 해,
내 나이 다섯 살 때의 한 소묘가
새삼 그리운 것은
그런 추억조차 나눌 엄마가 이제는 없다는 것.

(사진:최문항/4-1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5 강물의 배경 file 지희선 2013.12.23 8713
74 눈 덮힌 겨울강 file 지희선 2013.12.23 271
73 두 잎이 한 몸 이루니 file 지희선 2013.07.09 326
72 혼자 날아가는 새 file 지희선 2013.04.26 296
71 물구나무 선 목련 file 지희선 2013.04.26 258
70 벽돌의 곡선 file 지희선 2013.04.26 261
69 민들레 file 지희선 2013.04.26 176
68 5행시 - 엘에이의 비 file 지희선 2013.02.19 256
67 개울과 햇살 file 지희선 2013.01.10 366
66 눈과 이끼 file 지희선 2013.01.09 254
65 연인과 함께라면 file 지희선 2013.01.06 237
» 뱃길 따라온 얼굴 file 지희선 2013.01.06 221
63 강물 file 지희선 2013.01.06 337
62 눈 오는 산장의 밤 2 file 지희선 2013.01.06 343
61 눈 오는 산장의 밤 1 file 지희선 2013.01.06 208
60 파도자락 file 지희선 2013.01.06 284
59 흰 눈발과 고드름 file 지희선 2013.01.05 172
58 눈꽃 file 지희선 2013.01.05 135
57 바람과 호수 그리고 햇빛 file 지희선 2013.01.05 177
56 사랑 (Goo) file 지희선 2013.01.03 143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4
어제:
13
전체:
1,317,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