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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멥고 추운 겨울밤, 허기진 두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하룻밤 쉬고 갈 인가를 찾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 저 멀리 불빛하나 보고 지친다리를 끌며 간신히 다가갈 수 있었다. 숨을 죽이고 동정을 살피던 두 나그네는 이제는 살았구나 싶었는데 호롱불 켜진 방에서 새 나온 대화는 “얘야, 먹을 게 없으면 똥이나 먹어라.” “네, 알았어요, 어머니.” 하는 게 아닌가. 식은 밥 한 술도 어렵겠다며 그 중 한 나그네는 혼자 판단하고 혼자 떠나갔다. 성급한 사람이었다. 물 한 모금이라도 얻어 마실까 한 참을 떨며 기다리던 나그네의 인기척을 듣고 하룻밤 유하고 갈 것을 노인이 허락하자 방으로 들어온 다른 나그네 눈에는 심심풀이로 하던 고부간의 화투판이 보였다. 저녁상을 물리자 곤한 나그네는 깊은 잠에 빠져 편히 쉬였다. 날이 밝자 다시 길을 떠난 그가 마을을 벗어났을 때 저만치 보인 것은 혼자 살겠다고 먼저 떠난 길벗의 쓰러진 모습이었다. 위의 두 나그네는 문 밖에 서 있는 사람과 문 안에서 만나는 사람이었다. 죽은 자는 빛이 차단된 문밖에서 그리고 산 자는 문안에서 먹고 마시는 식탁에 동참하여 빛에 거하는 사람이다. 사물의 진상에 접근하여 도전하는 사람은 생명적인가 하면 바운드리를 배회하는 저변형은 삶의 현장에서 밀려난다. 주인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대개 이 부류의 사람들은 아직 안 가진 것에 불만을,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 감사하는 가슴은 이기적인 가슴을 딛고 나눔과 포옹하는 기쁨을 만난다. 감사표현이 서투른 우리들, 해가 바뀌면 철이 들고 포도주처럼 좀 익을까? <댕큐>란 말이나 <댕큐카드>의 의식화를, 요즈음 이맬댕큐를 기대해보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감사할 때 우리 몸속 세포가 기뻐서 감동하고 활성화되기에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감사는 생명의 장(Field)에의 초청장이라 하지 않는가. 초대하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 허락하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인공이 었나를 되돌아보는 지난해 무대가 열두 달로 막을 내린다. 스치는 바람 앞에서 조급한 물결로 삶의 해변을 파도쳐 피안에 있을 법한 행복을 차안의 물가로 끌어 드리려 몸부림쳤다. 허망함을 안고 서있는 마지막 달력엔 미소하는 손짓들이 둘러싼다. 망년회라는 손짓도 있고 각종단체 행사의 화려한 손짓들이 계속 불러 댄다. 성탄은 쇠잔한 겨울을 활력으로 일깨우는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진리인 그의 길은 푸르다. 오랫동안 푸르름으로 부터 유리된 생활내면에는 뼈끼리 마찰하는 깡마른 소리가 높았다. 여름의 그 무성한 푸름의 행방을 우리는 감히 물을 수 없다. 다 떠나 보내고 홀로 남는 빈들의 풍요로움을 낙엽은 지면서 약속한다. 속마음 깊이 상처입고 찬비에 젖어 길바닥에 낮게 달라붙은 그 사연을 차마 묻지 않아도 계절을 몇 바퀴 돌아온 가슴은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새로 솟는 또 한 해의 바위를 수없이 휘돌아 밀어부치는 힘, 치솟아 올라 내 몸의 물기로 메마른 손등과 속마음까지 적셔보려던 필사적인 물칼의 휘두름의 작업은 차라리 눈물겨웠다. 부딪치며 깨지고 깨져서 홀로되고 혼자이면서 낮아지는 그 아픔 속에서 떠 오른 만남들은 소중한 의미로 삶을 풍성하게 해 주기도 했다. 자기에게 불이 없으면 남을 덥힐 수 없다. 감사는 가슴에 지핀 불씨 하나다. 감사하는 마음은 하늘을 우러러 처다 보는 여유다. 폭풍우가 심한 일상이 푸른 하늘을 봉투 안에 넣고 봉했다. 하늘을 가둔 봉투는 터무니없이 쓰레기통에 쉽게 잘 버려진다. 세모의 길목은 봉투 안에 갇힌 하늘을 꺼집어내는 훈련을 부지런히 할 때이다. 이때에 번데기 차원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어 감사의 하늘을 날아오른다. 새 해, 새 하늘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배경곡: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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