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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밟고 장영희 교수를 보내며... LA 이곳서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 5일 전 산호세에서 쓸어져 7시간 최첨단 수술도 보람없이 코마에서 못 깨어난 친구(김미자 부고 11회)가 있었다. 그녀의 시신이 서울에 옮겨졌을 때 이해인 수녀를 선두로 가슴아파한 사람들 중 장영희가 있다. 대학 같은과 였던 친구는 장교수의 책 (김점선 삽화) 홍보대사처럼 이곳 동창들에게 보급해 온 장본인이다. 이것이 장영희의 모든 저서가 우리 집 책 가족이 된 경로이기도 하다. 그해 서울 방문중일 때 신수정은 모차르트의 밤을 연주, 길건너 수정식당에서 미자, 김점선, 고영자, 나, 이렇게 넷은 만났고 장영희(불참)의 <생일>과 <축복>을 축하하며 점선이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댄게 어제 같기만 하다. 생일은 층계이다. 밟고 올라가야 하는 축복의 계단이다. <며느리에 주는 요리책>을 번역한 내 친구가 먼저 우리 곁을 떠나갔다. 화가 김점선도 암으로<점선뎐>전기를 남기고 철새처럼 훌훌 날아갔다. 금년 3월이었다. 5월 후학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장영희교수의 작고소식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너무 아깝고 너무 애석하다. 세 사람이 남긴 빈자리, 감당하기에 너무 커 휘청거린다. 그중 나이 가장 어린 장교수는 늘 그랬듯이 살아 남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 문학계뿐이랴! 장영희 교수가 그의 영미시 산책집인 <생일>이라는 책에 “진정한 생일은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 1급 장애자였지만 굴하지 않고 유명한 영문학자로 대학교수가 되었으며 수필가, 시인, 번역가로 활약하다가 9년간의 암투병을 마치고 지난 5월 9일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어떤 위안의 말이 적합하랴 이 마당에, 우리 인간 모두는 <고 아무게 후보생>이 아닌가. 꽃띠 시절 서울대학 다니는 언니로 인해 장왕록교수룰 알게되었고 그에게는 늘 책을 많이 읽는 아릿다운 어린 딸이 있었다. 그 딸은 다리가 성치 않은 탓으로 외출대신 늘 집안에서 공부만 했다. 장왕록교수가 젊은 여자들의 다리를 유심히 보곤해서 오해 산적도 있었는데 다 장애인 딸은 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아버지의 번역을 도운 영리한 그 딸이 바로 장영희 교수가 되었다. 얼마 전 이곳 LA정음사에서 북 사인회 및 피오피코 도서관 문학 세미나에 장영희후배 (23회)를 위해 나는 사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밝은 미소와 큰 눈빛을 맞댄 마지막 체온 나눔이었다. 그가 건네준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그녀의 육필이 생생한 색깔을 띄고 있다. ‘김영교 선배님: 문학의 숲, 생명과 희망의 숲, 함께 지켜나가요.’ Love 장영희' 라고 쓰여있다. 장교수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어디 나하나 뿐이랴. 여기 가족같은 어떤 신부님의 글을 감히 인용해본다. 유명한 칼릴 지브란의 <눈물과 미소>가 적용되는 여자, 가혹하리 만치 고통의 삶을 눈물 속에서 희망이란 꽃으로 피워올려 우리에게 넉넉하게 나누어 준 사람, 지금 그 사람을 그리는 글을 줄여 일부 소개하면서 슬픈 마음을 달래본다.  ‘장 교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장 교수 안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 장 교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하느님 사랑 안에 있었기에  그 사랑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고,  눈물을 미소로 바꾸는 영혼의 연금술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장 교수는 고통스러운 눈물의 삶을 살면서도  그 고통 안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고통을 겪는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을 지니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 위해 애쓴 사람입니다.  장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입니다.  본인의 표현대로 장 교수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나날이 기적이었다면,  이제 살아갈 기적은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 교수에게도 하느님 나라에서 살아갈 기적이 있겠지요.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알고 있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단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감이요 영원한 삶으로 이어지는 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약한 인간이기에 죽음을 통해서만 주님의 부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하느님을 뵈옵는 영광이 얼마나 크리라는 것을 헤아리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만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절규하게 됩니다. '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은 특히 준비 되지 않았을 때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다. 현실적으로 생명질서의 법칙으로 받아드려야 한다고 머리는 말하는데 가슴은 잘 안되는 걸 어쩌랴. 삶이 선물인 것처럼 죽음도 또한 선물이지 않는가. 손을 마주잡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습으로는 우리곁을 떠났지만 아주 떠난 것은 아니다. 부활을 믿는 소망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며 잊히지 않을 사람이기에 이렇게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다. 산자에 대한 창조주의 배려로 우리 가운데 영원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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