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리얼리즘의 발생 (1860-1914)

2012.10.21 17:45

김영교 조회 수:7012 추천:15

CHAPTER _ 5 리얼리즘의 발생 : 1860~1914

미국 남북전쟁(1861~1865)은 산업 위주의 북부와 농업이 주된 산업이며 노예를 보유하고 있던 남부 사이의 전쟁으로 미국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전쟁이 끝나자 젊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순진한 낙관주의가 점점 힘을 잃게 되었다. 미국적인 이상주의는 남아 있었지만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다. 전쟁 전에 이상주의자들은 인권, 특히 노예 제도 폐지를 옹호했으나 전후의 미국인들은 점점 더 진보와 자수성가를 이상화하기 시작했다. 전후는 백만장자 제조업자와 투기꾼들의 시대로 다윈의 진화론이나 ‘적자생존’ 이론이 때로 성공적인 거대 사업가의 비도덕적인 방법들을 뒷받침해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시기였다.

전쟁이 끝나자 산업이 번창했다. 군수품 생산이 북부의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결국 북부에 강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선사하게 되었다. 그것은 또한 산업 지도자들에게 인력과 기계 관리에 대한 가치 있는 경험을 가져다주었다. 미국 땅에 매장된 철, 석탄, 석유, 금, 은 등 방대한 천연 자원 또한 사업에 도움을 주었다. 1869년 새로운 대륙횡단 철도가 부설되고 1861년 대륙 내 전신이 실용화되면서, 산업계는 원료, 시장, 통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주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값싼 노동력이 계속 제공되었다. 1860년부터 1910년 사이 2,3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미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독일인, 스칸디나비아 인, 아일랜드 인 등이, 이후에는 유럽 중부 및 남부인들이 주로 들어왔다. 중국인, 일본인, 필리핀 인 계약 노동자들 또한 하와이 대농장주들, 철도 업체 및 기타 서부 해안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미국 업체들에 의해 투입되었다.

1860년에 미국인 대부분은 농장이나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1919년경에는 인구의 절반이 약 12개 도시에 집중되었다. 때문에 사람들로 북적대는 허술한 주택, 비위생적인 환경, 저임금(‘임금 노예’라는 단어가 생겨남), 열악한 작업 환경, 사업에 대한 부적절한 제약 등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노조가 생겨났고 파업은 근로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국에 알리게 되었다. 농민들 또한 동부에 있는 J. P. 모건과 존 D. 록펠러 같은 소위 악덕 자본가들의 ‘돈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동부 은행들은 서부 발전과 농업에 결정적인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신용 대출을 팽팽하게 통제했고, 철도 업체들은 농산물을 도시로 운송하는 데 높은 가격을 매겼다. 농부들은 점점 우스갯소리의 대상이 되었고 세련되지 못한 ‘촌뜨기(hick)’, ‘시골뜨기(rube)’라는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남북전쟁 후 미국인들의 이상은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었다. 백만장자의 수는 1860년에 백 명도 안 되었는데 1875년경에는 천 명을 넘어섰다.

1860년부터 1914년까지 미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작고 젊은 농업국가로부터 거대하고 현대적인 산업국가로 변모하게 되었다. 1860년에 채무 국가였던 미국은 191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었고, 인구 또한 2배 이상 늘어나 1860년 3,100만 명에서 1900년 7,6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즈음 미국은 세계 강국이 되어 있었다.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소외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스티븐 크레인의 《거리의 여인 매기(Maggie:A Girl of the Streets)》, 잭 런던의 《마틴 에덴(Martin Eden)》,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An American Tragedy)》 등 당시 특징적인 미국 소설들은 경제적 힘과 소외감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개인에게 어떤 해를 입히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트웨인의 헉 핀이나 잭 런던의 《바다표범(The Sea-Wolf)》에 나오는 험프리 밴더베이든, 드라이저의 기회주의적 여성 캐리 등은 친절함, 융통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성 등의 내적인 힘을 통해 상황을 견뎌내고 있다.

  

  

새뮤얼 클레멘스/마크 트웨인

(Samuel Clemens/Mark Twain, 1835~1910)

 

필명 마크 트웨인으로 더 유명한 새뮤얼 클레멘스는 미주리 주 미시시피 강의 변방 개척지에 속하는 한니발에서 성장했다. 모든 미국 문학은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나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은 미국 문학 전통에서 트웨인이 차지한 독보적인 위치를 대변한다. 19세기 초기 미국 작가들은, 영국인들처럼 자신들도 우아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미사여구를 즐겨 쓰거나, 감상적이거나, 혹은 과시욕이 강한 경향이 있었다. 반면 힘있고 사실적이며 구어체적인 미국 영어를 사용한 트웨인의 문체는 다른 작가들에게 미국적 목소리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트웨인은 미국에서 나온 첫 번째 대문호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유머러스한 사투리와 사회 인습을 포착해냈다.

 

트웨인을 비롯한 19세기 후반 미국 작가들에게 리얼리즘은 단순한 문학적 기법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닳아빠진 관습을 파괴하는 도구였다. 따라서 리얼리즘은 심오할 정도로 해방적이며 잠재적으로 반사회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리얼리즘적 인물은 헉 핀으로, 그는 양심의 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법을 어긴 것에 대해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흑인 노예가 자유를 찾아 도주하도록 도와주는 가난한 소년이다.

 

트웨인의 대작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1884년에 출간되었으며 미시시피 강가에 있는 마을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이자 부랑자 아버지를 둔 헉은 괜찮은 집안에 입양되지만 술 취한 아버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게 된다. 헉은 생명이 위태로움을 느끼고 죽음을 가장한 채 그 집을 떠난다. 그는 추방된 노예 짐과 함께 도망치는데, 짐의 주인 왓슨은 짐을 더욱더 고된 노예 생활을 해야 하는 남부 한가운데로 팔아버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헉과 짐은 뗏목을 타고 거대한 미시시피 강을 따라 흘러간다. 증기선에 의해 뗏목이 부서지는 바람에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그들은 사회의 다양성, 관대함, 때로 잔인하면서 비이성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모험을 겪는다. 마지막에 왓슨이 이미 짐을 해방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헉은 괜찮은 집안에 입양된다. 그러나 헉은 문명화된 사회를 참지 못하고 인디언의 땅으로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소설의 마지막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키는 문명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원시적인 황야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줌으로써, 고전적인 미국 성공 신화의 또 다른 버전을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들, 월트 휘트먼의 열려 있는 길에 대한 찬가, 윌리엄 포크너의 《곰(The Bear)》,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는 이와 같은 예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수많은 문학적 해석을 유발해왔다. 명백한 것은 이 소설이 죽음, 부활, 통과의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노예 짐은 헉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고, 짐을 구하기로 결심한 헉은 자신이 속해 있던 노예 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도덕적으로 성숙한다. 헉을 복잡한 인간 본성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며 그에게 종교적 용기를 주는 것은 짐이다.

 

이 소설은 또한 조화로운 사회라는 트웨인의 이상을 극화하고 있다. 헉은 “뗏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모두가 만족하고 기분이 좋으며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멜빌의 포경선 피쿼드 호처럼 뗏목은 가라앉고, 뗏목과 함께 그 특별한 공동체도 가라앉는다. 뗏목이라는 순수하고 단순한 세계는 증기선이 상징하는 진보에 궁극적으로 무너지지만, 삶만큼 방대하고 변화무쌍한 강의 신화적인 이미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

현실과 환상의 불안정한 관계는 트웨인의 특징적인 주제이자 유머의 기조가 되고 있다. 트웨인의 상상 세계에서는 장대하고 기만적이며 계속 변화하는 강 또한 주된 소재다. 《미시시피에서의 생활(Life on the Mississippi)》에서 트웨인은 증기선 조타수로 훈련받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나는 이제 강의 모양을 배우기 위해 일하러 갔다. 내가 파악하려고 했던, 이해되지 않고 포착하기 힘든 모든 사물들 중에서 강은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고 적고 있다.

작가로서 트웨인의 윤리의식은 배를 안전한 곳으로 돌려야 하는 조타수의 책임감을 반영하고 있다. 새뮤얼 클레멘스의 필명 ‘마크 트웨인’은 보트가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깊이인 두 길(3.6미터)을 의미하기 위해 미시시피 뱃사람들이 사용하는 문구이다. 유머와 스타일을 겸비한 흔치 않은 재능을 지닌 트웨인의 진지한 목적의식으로 인해, 그의 글은 신선하고 호소력 짙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지역주의와 리얼리즘

  

  

19세기 미국 문학에서는 두 가지 주요한 경향이 마크 트웨인을 통해 결합되었다. 인기 많은 개척지 유머(frontier humor)와 지역 색채, 즉 ‘지역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서로 연관이 있는 이 두 가지 문학적 방법은 1830년에 시작했는데, 그전에도 지역의 구전문학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이었다. 도시적 유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진 개척지 마을이나 배 위에서, 광산 캠프에서, 카우보이 모닥불 주변에서, 이야기꾼을 통한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과장, 허풍, 자랑, 우스꽝스러운 노동자 영웅담 등이 개척지 문학에 활기를 더했다. 이런 유머러스한 형식은 ‘옛 남서부’(현재는 남부 내륙과 중서부 아랫부분), 광산 개척지, 태평양 해안 등 많은 개척지에서 발견되었다. 각 지역은 나름대로 다채로운 인물들을 지니고 있었고,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수집되었다. 미시시피 강의 선상 싸움꾼 마이크 핑크, 용감한 철도 엔지니어 케이시 존스, 힘이 엄청 센 흑인 존 헨리, 광고를 통해 명성을 쌓게 된 거인 벌목꾼 폴 번얀, 그리고 서부 사람들인 인디언과 싸운 투사 키트 카슨과 정찰병 데이비 크로켓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었고 민요나 신문, 잡지를 통해 한층 더 과장되었다. 때로 키트 카슨과 데이비 크로켓의 경우처럼 이야기들이 수집되어 책의 형태로 출간되는 경우도 있었다.

 

트웨인, 포크너 등 특히 남부 출신의 많은 작가들은 남북전쟁 이전의 개척지 유머 작가인 존 후퍼, 조지 워싱턴 해리스, 오거스터스 롱스트리트, 토머스 뱅스 소프, 조지프 볼드윈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들을 통해 우스꽝스러운 신조어들이 크게 확산되었다. 그런 단어들로는 ‘absquatulate(종적을 감추다)’, ‘flabbergasted(어리둥절한)’, ‘rampagious(난폭한)’ 등이 있다. ‘고리 모양 꼬리를 지닌 시끄러운 이(ring-tailed roarer)’라고 불리는 지방 허풍선이들은 자신들이 반은 말이고 반은 악어라고 주장하면서, 개척지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강조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기겁하는 자연적인 위험 요소들을 이용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 사람은 “나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토네이도인데, 히코리 열매처럼 단단하고 북서풍처럼 꼬리가 길다. 나는 넘어지는 나무처럼 주먹을 날릴 수 있고 내가 한번 핥으면 햇살 1에이커가 들어올 정도로 군중 사이에 큰 구멍을 만들게 된다”고 과장하기도 했다.

  

  

  

  

지방색을 지닌 작가들

  

  

개척지 유머처럼 지방 색채를 담고 있는 글들은, 오래된 전통을 지니고 있었지만 남북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최고의 작품들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너새니얼 호손으로부터 시작하여 존 그린리프 휘티어와 제임스 러셀 로웰에 이르기까지 남북전쟁 많은 전 작가들은 특정 지방의 모습을 뛰어나게 그려냈다. 전후 작가들이 이전의 작가들과 다른 점은 특정한 장소에 대한 자의식적이고 집중적인 관심을 드러냈으며, 꼼꼼한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브렛 하트(1836~1902)는 서부 광산 개척지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떠들썩한 캠프의 행운(The Luck of Roaring Camp)>, <포커 플랫의 추방자들(The Outcasts of Poker Flat)> 등의 모험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다. 지방색 작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성공을 거둔 하트는 잠시나마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서부 총잡이들을 다룬 낭만적인 소설 또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리얼리즘 작가 계열에 속하는 그는 교활한 도박사, 화려한 매춘부, 투박한 강도 등 사회 밑바닥 인물들을 진지한 문학 작품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트의 작품을 극찬한 바 있는 영국의 찰스 디킨스가 그랬듯이, 하트 또한 사회의 낙오자들이 사실은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리 윌킨스 프리먼(1852~1930), 해리엇 비처 스토, 그리고 사라 온 주잇(1849~ 1909) 등의 여성 작가들은 뉴잉글랜드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주잇의 독창성, 메인 주의 인물과 배경에 대한 정확한 관찰, 감수성 풍부한 스타일 등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은 단편소설집 《뾰족 전나무의 마을(Country of the Pointed Firs)》(1896)에 실려 있는 섬세한 이야기 <하얀 왜가리(The White Heron)>이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지방색 짙은 작품들, 특히 메인 주의 소박한 어촌을 그린 《오스 아일랜드의 진주(The Pearl of Orr? Island)》(1862)는 주잇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은 그들의 편지에서 보이듯, 자체적으로 서로 도와주며 영향을 받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당시엔 여성들이 소설의 주된 독자였으며 많은 여성들이 대중 소설, 시, 유머 등을 집필했다.

 

미국 내 모든 지역 작가들이 지방색에 영향을 받은 글을 통해 각 지방을 찬미했다. 이러한 글 중 일부는 특히 세기말이 다가오면서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어려움이 절박한 문제가 되어가자 사회적 저항의 내용을 포함하게 되었다. 조지 워싱턴 케이블(1844~1925)과 케이트 쇼팬(1851~1904) 등 남부 작가들의 작품에는 인종 차별과 남녀 불평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 이주민들이 사는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케이트 쇼팬의 힘있는 작품들은 지역 색채를 넘어서는 작품들이다. 케이블의 《그랜디심스(The Grandissimes)》(1880)는 인종 차별이라는 주제를 뛰어난 예술성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 책은 열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한 여성의 운명적인 노력을 담고 있는 쇼팬의 소설 《각성(The Awakening)》(1899)과 함께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다. 《각성》은 매력적인 자식들과 너그럽고 성공한 남편을 둔 젊은 여성이 자기실현을 위해 가족, 돈, 체면, 그리고 결국 인생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바다, 새(새장에 갇힌 새와 자유로운 새), 음악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이 짧은 소설에 평범하지 않은 강렬함과 복잡성을 부여하고 있다.

샬럿 퍼킨스 길먼(1860~1935)의 <노란 벽지(The Yellow Wallpaper)> (1892)는 종종 《각성》과 비견된다. 두 작품 모두 잠시 잊혀졌다가 20세기 후반 페미니즘 문학 비평가들에 의해 재발견된 작품이다. 길먼의 이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의사는 부인의 신경 쇠약을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그녀를 방에 가둠으로써 그녀를 미치게 만든다. 갇힌 부인은 자신의 상황을 벽지에 표현하는데, 이 벽지의 디자인 속에서 그녀는 철조망에 갇혀 울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중서부 리얼리즘

  

  

중요한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의 편집자였던 윌리엄 딘 하월스(1837~1920)는 몇 년 동안 브렛 하트, 마크 트웨인, 조지 워싱턴 케이블 등의 지방색 짙은 리얼리즘 작품들을 출판했다. 그는 리얼리즘의 기수로서 소설 《현대적인 이야기(A Modern Instance)》(1882), 《사일러스 래팜의 출세(The Rise of Silas Lapham)》(1885), 《새로운 운명의 모험(A Hazard of New Fortunes)》(1890)에서 평범한 중산층 미국인의 감성으로 사회적 상황들을 조심스럽게 얼기설기 엮고 있다.

하월스의 등장인물들은 사랑, 야망, 이상, 유혹 등에 이끌리는데, 하월스는 황금시대인 1870년대 당시 사업계 거물들의 도덕적 타락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사일러스 래팜의 출세》는 이 점을 지적하기 위해 아이러니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사일러스 래팜은 옛 사업 파트너를 속임으로써 출세하고 몇 해 동안 자신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해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데, 그의 부도덕한 행동이 결국 그의 가족을 크게 흔들어놓게 된다. 마지막에 래팜은 비윤리적인 성공 대신 파산을 선택함으로써 도덕적으로 속죄한다. 허클베리 핀처럼 사일러스 래팜은 반反성공담이며, 래팜의 사업적 추락은 그의 도덕적 상승을 의미한다. 하월스는 트웨인처럼 인생의 말기로 갈수록 정치적 문제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며 노동조합원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제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가들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

 

헨리 제임스는 한때 예술, 특히 문학은 “삶을 만들고 관심을 만들고 중요성을 만든다”라고 쓴 적이 있다. 제임스의 소설과 비평은 당대의 글 중 가장 의식적이고 정교하며 또 난해하다. 일반적으로 제임스는 트웨인과 함께 19세기 후반 최고의 미국 작가로 꼽힌다.

제임스는 국제적인 주제들, 다시 말해 순진한 미국인과 국제적 사고를 지닌 유럽 인과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전기를 쓴 레온 에델은, 제임스가 여행기 《대서양 횡단 스케치(Transatlantic Sketches)》(1875), 소설 《미국인(The American)》(1877), 《데이지 밀러(Daisy Miller)》(1879) 그리고 대작 《여인의 초상(The Portrait of a Lady)》(1881) 등을 집필한 시기를 그의 제1기 혹은 ‘국제적인’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인》에서 순진하지만 지적이며 이상적이고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인 크리스토퍼 뉴먼은 신부감을 찾아 유럽으로 건너간다. 한 여성의 가족이 귀족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거절하고, 이후 그는 복수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는 복수하지 않기로 결심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입증한다.

제임스의 제2기는 실험적인 시기로, 이때 그는 새로운 주제들을 다루었다. 《보스톤 사람들(The Bostonians)》(1886)에서 페미니즘과 사회 개혁을, 《카사마시마 공작부인(The Princess Casamassima)》(1885)에서는 정치적 음모를 그렸다. 연극 작품 또한 시도했는데, 희곡 《가이 돔빌(Guy Domville)》(1895)은 공연 첫날 관중의 야유를 받은 수치스러운 실패작이 되었다.

제임스는 제3기에 다시 국제적인 주제들로 돌아갔는데, 이제는 더욱 정교하고 심리학적인 통찰력으로 그 주제들을 다루었다. 복잡하고 신화적인 작품 《비둘기의 날개(The Wings of the Dove)》(1902), 제임스 스스로 최고작이라고 느낀 《대사들(The Ambassadors)》(1903), 《황금의 잔(The Golden Bowl)》(1904) 등이 제3기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트웨인 작품의 주제가 외관과 현실이라면 제임스의 지속적인 관심은 ‘인식(perception)’에 있다. 제임스에게는 자각과 타자에 대한 명백한 인식만이 지혜와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제임스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그의 소설들은 더욱 심리적인 것이 되었고 외부 사건들과의 연관성은 줄어들었다. 제임스의 후기 작품들에서 중요한 사건은 모두 심리적인 것으로, 주로 등장인물이 전에 깨닫지 못했던 바를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다. 예를 들어 《대사들》에서는 늙어가는 이상주의자 램버트 스트레더가 비밀스런 사랑 행각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내적인 삶에 새로운 복잡성을 발견한다. 그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지니게 되면서 그의 경직되고 고지식한 도덕성은 인간적인 것이 되어간다.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1862~1937)

 

제임스와 같이 이디스 워튼은 얼마간 유럽에서 성장했으며, 결국 유럽에 가정을 꾸린 작가이다. 그녀는 뉴욕의 부유하고 기반 닦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성장하면서 교양 있는 사회가 몰락하는 모습과 그녀의 관점으로 보면 촌스러운 졸부에 지나지 않는 사업가 가족들의 부상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그녀의 소설 다수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제임스처럼, 워튼도 미국인과 유럽 인을 대비시킨다. 그녀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사회 현실과 내적 자아 사이의 깊은 골이다. 종종 감수성이 풍부한 등장인물들은 무자비한 인물이나 사회적 압력 때문에 스스로 갇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디스 워튼은 개인적으로 젊었을 때 작가와 아내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오랫동안 신경 쇠약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이와 같은 느낌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워튼의 최고 작품은 소설 《환희의 집(The House of Mirth)》(1905), 《그 지방의 관습(The Custom of the Country)》(1913), 《여름(Summer)》(1917),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1920), 그리고 아름다운 단편소설 《에단 프롬(Ethan Frome)》(1911) 등이 있다.

  

  

  

  

자연주의 및 사회 고발 소설

  

  

워튼과 제임스가 사회에서 작용하고 있는 숨겨진 성적럭姸╂?동기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한 점은 피상적으로는 매우 달라 보이는 일군의 작가들인 스티븐 크레인, 잭 런던, 프랭크 노리스, 시어도어 드라이저, 업튼 싱클레어 등과도 연결되는 특징이다. 이 자연주의 작가들은 국제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가들처럼, 그러나 훨씬 더 노골적으로, 개인과 사회를 연결시키기 위해 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를 고발했으며, 다윈 사상과 이와 관련한 철학적 원리인 결정론에 영향을 받았다. 결정론은 개인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렌英맛?힘에 무력하게 저당 잡힌 존재로 파악하는 사상이다.

자연주의는 본질적으로 결정론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층 계급의 생활을 처량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결정론은, 종교를 세상에서 동기를 부여해주는 힘으로 보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우주를 하나의 기계로 인식하는 사상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 또한 세상을 기계로 파악한 바 있으나, 자연주의자와는 달리 신에 의해 창조되고 진보와 인간 향상을 위해 나아가는 완벽한 존재로 파악하고 있었다. 자연주의자들은 사회를 신이 존재하지 않고 통제 불가능한 맹목적인 기계라고 상상했다.

19세기 미국 역사가 헨리 애덤스는 기계의 힘인 동動(dynamo)과 힘의 쇠퇴인 엔트로피(entropy) 개념을 포함한 정교한 역사 이론을 주창했다. 애덤스는 인간 사회가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쇠퇴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성직자의 아들이었던 스티븐 크레인은 신의 상실에 대해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이 우주에 말했다.

“보십시오, 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고 우주가 대답했다.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책임감을 느끼게 하지는 못했는걸.”

  

낭만주의처럼 자연주의도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 주로 1840년에 씌어진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작품들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구스타브 플로베르, 에드몽 공쿠르과 쥘 공쿠르 형제, 에밀 졸라, 기 드 모파상 등과 관련된 프랑스 문학 운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연주의 소설들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과감하게 펼쳐 보였고, 이혼렐볜간통렉箚切범죄 등의 주제들을 다루었다.

미국이 도시화되고 사람들이 거대한 경제적렌英맛?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자 자연주의가 융성하기 시작했다. 1890년경에 개척지는 공식적으로 미국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거의 모든 미국인들은 도시에 거주했고, 사업은 심지어 멀리 떨어진 농장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 1871~1900)

 

뉴저지에서 태어난 스티븐 크레인은 1세기 전 독립전쟁 때의 군인, 성직자, 보안관, 판사, 농부 등의 후손이었다. 우선적으로 저널리스트였으며 소설, 수필, 시, 희곡 등을 집필한 크레인은 민가나 전쟁터 등지에서 적나라한 삶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의 단편소설들, 특히 <난파선(The Open Boat)>, <파란 호텔(The Blue Hotel)>, <신부, 옐로 스카이에 오다(The Bride Comes to Yellow Sky)> 등은 자연주의 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남북전쟁에 관한 그의 흡입력 있는 소설 《붉은 무공훈장(The Red Badge of Courage)》은 1895년 많은 찬사 속에 출판되었다. 그러나 그는 건강을 무시하다가 29살로 요절하여, 그러한 문단의 관심을 즐길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는 20세기 초반 20년 동안 완전히 잊혀졌다가 1923년 토머스 비어의 찬사 섞인 전기문을 통해 부활했다. 이미 세상을 떴지만 크레인은 보통 사람을 위한 투사, 리얼리스트, 상징주의자 등으로 일컬어지면서 명성을 쌓게 되었다.

크레인의 《거리의 여인 매기》(1893)는 최고의 미국 자연주의 소설 중에 하나이다. 이 소설은 가난하고 감수성 풍부한 소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다. 교육받지도 못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소녀의 부모는 딸을 돌보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에 빠지고 폭력적인 가정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어 젊은 남자와 같이 살게 되는데, 이 남자는 곧 그녀를 버린다. 그녀는 독선적인 어머니로부터 거부당하자 생존을 위해 매춘부가 되고 곧 절망에 싸여 자살한다. 크레인의 세속적인 주제와 교훈을 배제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문체 때문에 《거리의 여인 매기》는 자연주의 작품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되었다.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

 

캘리포니아 출신으로서 독학으로 글을 깨우친 노동자이자 자연주의자였던 잭 런던은, 알래스카의 클론다이크 지역과 캐나다 유콘 지역을 대부분의 배경으로 한 첫 번째 단편소설집 《늑대의 아들(The Son of the Wolf)》(1900)로 가난을 벗어나 곧바로 명예를 얻게 되었다. 《야생의 부름(The Call of the Wild)》(1903), 《바다표범》(1904) 등을 포함한 베스트셀러 작품들을 통해 당시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가가 되었다.

자전적인 소설 《마틴 에덴》(1909)은 런던이 가난하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내적인 압박감을 묘사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지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선원 노동자인 에덴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그는 글을 통해 부자가 되고 명성도 얻게 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단지 그의 돈과 명예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한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된다. 그는 더 이상 노동자 계급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고, 동시에 부유층의 물질적인 가치마저 거부하면서 계급적 소외감을 겪게 된다. 결국 그는 남태평양을 항해하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당시 최고의 소설들 다수가 그렇듯이 《마틴 에덴》은 반反성공담이다. 엄청난 부富에 담겨 있는 절망을 드러낸 점에서 이 소설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에 선행하는 작품이다.

  

  

시어도어 드라이저(Theodore Dreiser, 1871~1945)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1925년 작품 《미국의 비극》은 런던의 《마틴 에덴》처럼 아메리칸 드림의 위험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의지가 약하고 자기 인식 능력이 결여된 소년 클라이드 크리피스의 삶을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크리피스는 유랑민 복음주의자 가정에서 태어나 매우 가난하게 성장하지만 부의 성취와 아름다운 여성과의 사랑을 꿈꾼다. 그러다 부유한 삼촌에게 고용되어 그의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의 여자친구 로버타는 임신하게 되자 그에게 결혼을 요구한다. 그러나 클라이드는 돈, 성공, 사교계 입문을 대표하는 부유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 상태이다. 클라이드는 배를 타고 나가 로버타를 익사시키려 조심스럽게 계획하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우연하게 배에서 떨어진다. 수영을 잘하는 클라이드였지만, 그는 그녀를 구하지 않는다. 클라이드가 법정에 서게 되면서 드라이저는 그의 이야기를 거꾸로 재생시킨다. 이때 드라이저는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들의 입을 빌려 종교적 배경과 유복한 가족 인맥을 지닌 온순한 클라이드가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상황 및 동기를 분석한다.

어색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저는 《미국의 비극》을 통해 압도적인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정확한 세부 묘사는 어쩔 수 없는 비극이라는 느낌을 이끌어낸다. 이 소설은 삐뚤어진 미국적 성공 신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동시에, 도시화 및 현대화로 인한 소외로부터 발생하는 압박감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그 속에는 박탈당한 자들의 낭만적이고 위험한 환상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국의 비극》은 성공 위주의 경쟁 사회에서 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불만, 시기심, 절망을 반영한 것이다. 산업화가 가속화될수록 신문과 사진에 나타나는 부유한 사람들의 화려한 삶은 평범한 농민들이나 도시 근로자들의 단조로운 삶과 크게 대비되었다. 미디어는 점점 더 커지는 기대감과 비이성적인 욕망을 부채질했다. 국가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사회 문제를 보도하고 사회 개혁에 중요한 자극제를 제공하는 통찰력 있는 조사 보고서 위주의 저널리즘이 발생하게 되었다.

 

위대한 미국적 조사 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의 전통은 이 시기에 시작되었으며 이 시기에 《맥클루어스(McClures)》와 《콜리어스(Collier?)》 등 전국적인 잡지들은 이다 M. 타벨의 《스탠더드 석유 회사의 역사(History of the Standard Oil Company)》(1904), 링컨 스테펀스의 《도시의 수치(The Shame of the Cities)》(1904) 및 기타 충격적인 폭로 서적들을 간행했다. 사회 문제 고발 소설들은 힘든 작업 환경이나 탄압을 묘사하기 위해 시선을 끄는 저널리즘 기법들을 사용했다. 민중주의자인 프랭크 노리스의 《문어(The Octopus)》(1901)는 거대 철도 회사들의 횡포를 폭로했고, 사회주의자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The Jungle)》(1906)은 시카고 육류 포장 공장의 불결한 위생 상태를 묘사했다. 잭 런던의 디스토피아적 소설 《강철 군화(The Iron Heel)》(1908)는 조지 오웰의 《1984년(Nineteen Eight-four)》에 앞서 계급 간의 전쟁과 정부 전복을 예견했다.

 

고발 소설보다 더욱 예술적인 작품은 보통 사람들과 절망으로 가득한 그들의 정신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혹은 작품집이었다. 윌리엄 딘 하월스의 프로테제(영적 피양육자-옮긴이) 햄린 갈랜드(1860~1940)의 단편집 《주로 지나가는 길(Main-Travelled Roads)》(1891)은 일반인들의 초상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농업 개혁을 요구하는 중서부 농민들의 가난한 삶을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목은 용감한 개척자들이 따라갔던 서쪽으로 난 많은 길과 그들이 정착한 마을에 있는 먼지 나는 대로大路를 의미한다.

갈랜드의 《주로 지나가는 길》과 유사한 소설은 1916년부터 발표된 셔우드 앤더슨(1876~1941)의 《오하이오 주, 와인즈버그(Winesburg, Ohio)》이다. 이 소설은 순진하고 젊은 신문기자 조지 윌라드의 눈에 비친 허구적인 마을 와인즈버그의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윌라드는 결국 도시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주로 지나가는 길》과 같은 당대의 기타 자연주의적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소박한 미국의 가난, 외로움, 절망을 강조하고 있다.

  

  

  

시카고 그룹의 시

  

  

일리노이 주에서 성장하여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던 3명의 중서부 시인들은 칼 샌드버그, 바셀 린지, 에드거 리 매스터스이다. 이들의 시는 대개 조명받지 못하는 개인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또한 리얼리즘, 극화 등의 기법을 개발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동해안 문학계에 도전하기 위하여 제1차 세계대전 전에 설립된 중서부 학파, 혹은 시카고 그룹에 속하는 시인들이었다. ‘시카고 문예부흥운동’은 미국 문화의 분수령이 되었으며 미국이 내부적으로 성숙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에드거 리 매스터스(Edgar Lee Masters, 1868~1950)

 

20세기로 넘어가면서 시카고는 새로운 건축과 세계적인 예술 작품들을 지닌 위대한 도시가 되었다. 시카고는 또한 당대에 가장 중요한 문학잡지인 해리엇 먼로의 《포이트리(Poetry)》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이 잡지에 실린 흥미로운 현대 시인들 중에 에드거 리 매스터스가 있었는데, 그의 과감한 시집 《스푼 리버 선집(Spoon River Anthology)》(1915)은 시적이지 않은 구어체의 새로운 문체,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 시골 생활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 보통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깊은 상상력 등의 특징을 담고 있다.

《스푼 리버 선집》은 마을 사람 개인의 생애를 요약하는 구어체의 비문碑文 형식을 빌려 마치 이들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이들의 초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동묘지를 통해 시골 마을의 전체 풍경을 담았는데, 그곳에 묻혀 있는 250인은 자신들의 비밀을 폭로한다. 사람들은 대개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약 20개 가족들은 현대적인 자유시 형태의 독백으로 자신들의 꿈과 좌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 1878~1967)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칼 샌드버그에 대해 짧게 적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흑백사진 한 장으로 그랜드캐니언을 담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시인이자 역사가, 전기작가, 소설가, 음악가, 수필가이기도 했던 샌드버그는 철도 제철공의 아들로 태어나 수많은 일을 한 인물이다. 직업적으로는 저널리스트였던 그는 20세기 고전 작품 중 하나인 거대한 분량의 에이브러햄 링컨 전기를 집필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샌드버그는 범위가 넓고 기억을 상기시키는 도시적, 애국적 시들을 창작하며 단순하고 순수한 동요 및 민요 형식을 이용한 점에서 월트 휘트먼을 연상시킨다. 그는 자신의 시를 노래하는 듯 경쾌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낭송하고 녹음하기 위해서 돌아다녔다. 전국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우쭐해하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은 “감옥에 가지 않고, 제때에 밥을 먹으며, 내가 쓴 것을 출간하고, 가정과 미국 전역에서 자그마한 애정을 받으며, 날마다 노래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제와 휘트먼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좋은 예는 <시카고(Chicago)>(1914)라는 시이다.

  

  

세상 사람들을 위한 돼지 도살자,

연장 제조자, 밀을 저장하는 자,

철도에서 일하는 자, 국가의 화물 취급자;

격렬하고, 튼튼하고, 요란한

큰 어깨들의 도시.

  

  

바셀 린지(Vachel Lindsay, 1879~1931)

 

바셀 린지는 중서부의 소박한 민중주의 찬미자이자, 큰 소리로 읽을 수 있는 강하고 운율적인 시를 쓴 시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한편으로는 기독교 성가나 보드빌(vaudeville, 촌극런ㅄ諭慢음악 등이 포함된 대중적인 버라이어티 연극)과 같은 대중적이고 민속적인 시 형태를, 다른 한편으로는 발전된 모더니즘 시학을 미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린지의 시 낭송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재즈 음악과 함께 이루어졌던 ‘비트(Beat)’ 시인들의 시 낭송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시의 대중화를 위해 린지는 ‘고품격 보드빌’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음악과 강렬한 리듬을 활용한 시 낭송법을 개발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인종 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는 시이자 그의 유명한 작품인 <콩고 강(The Congo)>(1914)은 재즈, 시, 음악, 성가를 섞어 아프리카 인들의 역사를 찬미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채프먼을 각각 시 <에이브러햄 링컨, 자정에 길을 걷다(Abraham Lincoln Walks at Midnight)>와 <조니 애플시드(Johnny Appleseed)>를 통해 찬미하는 등, 신화와 사실을 섞어가며 미국의 유명 인사들을 시로 다루었다.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Edwin Arlington Robinson, 1869~1935)

에드윈 알링턴 로빈슨은 19세기 후반 최고의 미국 시인이다. 에드거 리 매스터스처럼 그 또한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짧고 아이러니 가득한 묘사로 유명하지만, 매스터스와는 달리 전통적인 각운법을 사용했다. 로빈슨이 창조해낸 가상의 마을 틸버리 타운은 매스터스의 스푼 리버처럼 절망적인 인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로빈슨의 극적 독백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버림받은 애인에 관한 <루크 하버갈(Luke Havergal)>(1896), 낭만적인 몽상가에 대한 초상인 <미니버 치비(Miniver Cheevy)>(1910), 그리고 자살하는 부유한 남성에 대한 우울한 초상인 <리처드 코리(Richard Cory)>(1896) 등이 있다. <리처드 코리>는 다음과 같다.

  

  

리처드 코리가 시내로 갈 때마다

우리들은 길에서 그를 쳐다봤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사였는데

잘생기고 제왕과 같이 몸매가 좋았으며

  

  

또한 항상 정갈하게 옷을 입었다.

그가 말할 때 그는 항상 인간미가 넘쳤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 때 맥박은 강하게 고동쳤으며

그리고 그가 걸을 때 눈이 부셨다.

  

  

그리고 그는 부자였다. 왕보다도 더 부유했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교양을 쌓았다.

요컨대 그는 우리가 그였으면 하고 바라게 만드는

그 모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했고, 빛을 기다렸다.

우리는 고기 없이 살았고, 빵을 저주했다.

그런데 리처드 코리는 어느 고요한 여름밤

집으로 돌아가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리처드 코리>는 《마틴 에덴》, 《미국의 비극》,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맥락에서, 백만장자의 시대에 미국인들을 괴롭힌 과장된 성공 신화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여성 지역 소설가 2명

  

  

엘렌 글래스고(1873~1945)와 윌러 캐더(1873~1947)는 지역 특색을 담고 있는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여성의 삶을 탐색한 작가들이다. 두 소설가 모두 처음부터 특별히 여성의 문제를 다룬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초기 작품들에는 주로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예술적 자신감과 원숙미를 얻고 나서야 그들은 여성의 삶을 묘사하는 데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그들의 작품은 분류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글래스고와 캐더는 편의상 ‘여성 작가들’로 간주될 수 있다.

 

글래스고는 남부동맹의 옛 수도였던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출생이다. 그녀의 사실주의적 소설들은 남부의 경제가 농업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 변모해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버지니아(Virginia)》(1912) 등 원숙미가 느껴지는 작품들은 남부의 경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녀의 최고작으로 일컬어지는 《불모지(Barren Ground)》(1925) 같은 후기 소설들은 밀실공포증을 유발하는 전통적 남부 코드인 여성의 가정에 대한 충실성, 신앙심, 의존성 등을 타파하려는 재능 있는 여성들을 극화하고 있다.

역시 버지니아 출신인 캐더는 네브래스카 초원에 살았던 초기 이주자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이런 성장 배경을 통해 《오, 개척자여!(O Pioneers!)》(1913), 《나의 안토니아(My Antonia)》(1918) 등의 소설과 유명한 단편소설 <이웃 로시키(Neighbour Rosicky)>(1928)를 집필했다. 그녀는 살면서 물질적인 현대 생활에서 점점 더 멀어졌고, 미국 남서부와 과거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글을 썼다.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Death Comes for the Archbishop)》(1927)는 뉴멕시코 사막에 가톨릭 교회를 설립한 16세기 성직자 2명의 이상주의를 그리고 있다. 캐더의 작품들은 문학계의 주류 밖에 있는 미국적 경험의 중요한 면, 즉 개척이나 종교의 설립, 여성의 독립적인 삶 등을 담았다.

  

  

  

  

미국 흑인 문학의 발생

  

  

아프리카 계 미국인의 문학적 성취는 남북전쟁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이었다. 미국 흑인 문학은 부커 T. 워싱턴, W. E. B. 뒤 보이스, 제임스 웰든 존슨, 찰스 워델 체스넛, 폴 로렌스 던바 등의 작품들을 통해 확고히 뿌리를 내렸으며, 특히 자서전렝墟?문학렐낢낮시럼酉?등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부커 T. 워싱턴(Booker T. Washington, 1856~1915)

 

교육자이자 당대 가장 두드러진 흑인 지도자였던 부커 T. 워싱턴은 버지니아 주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노예 소유자인 백인 아버지와 노예 신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노예로 성장했다. 그의 섬세하고 소박한 자서전 《노예 신분으로부터의 상승(Up From Slavery)》(1901)은 출세를 위한 자신의 성공적인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가 해방된 미국 흑인들을 미국 사회의 주류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주장한 백인들과의 타협 정책은 유명한 애틀랜타 박람회 연설문(1895)에 드러나 있다.

  

  

W. E. B. 뒤 보이스(W. E. B. Du Bois, 1868~1963)

 

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W. E. B. 뒤 보이스는 <부커 T. 워싱턴 및 다른 이들에 대하여(Of Mr. Booker T. Washington and Others)>라는 수필을 집필했다. 이 수필은 후에 그의 명저인 《흑인의 영혼(The Souls of Black Folk)》(1903)에 수록되었다. 뒤 보이스는 이 수필에서 워싱턴이 많은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 차별, 즉 흑인들에 대한 불평등하고 분리된 처우를 받아들였으며, 이런 차별이 어쩔 수 없이 흑인들을 특히 교육에서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하고 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창설자였던 뒤 보이스는 또한 아프리카 계 미국인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예리한 논평을 집필했다. 그의 작품은 흑인 지식인들로 하여금 흑인들의 풍부한 민속 문학과 음악을 재발견하도록 도와주었다.

  

  

제임스 웰든 존슨(James Weldon Johnson, 1871~1938)

 

뒤 보이스와 마찬가지로 시인 제임스 웰든 존슨 또한 아프리카 계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시 <오, 무명의 흑인 시인들이여(O Black and Unknown Bards)>(1917)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노래 ‘내 영혼 예수님에게’와 같은 멜로디는

어느 노예의 마음에서 뿜어져 나온 것인가?

그 노래 위에서 그의 영혼은 밤마다 자유롭게 떠다녔으리라,

그의 손에는 비록 아직도 쇠사슬이 채워져 있지만.

  

  

백인과 흑인의 혼혈 조상을 둔 존슨은 백인으로 통하는 혼혈 남성에 대한 허구적인 소설 《전前 유색인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an Ex-Colored Man)》(1912)에서 복잡한 인종 문제를 다루었다. 이 책은 흑인들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찰스 워델 체스넛(Charles Waddell Chesnutt, 1858~1932)

 

찰스 워델 체스넛은 《여자 주술사(The Conjure Woman)》(1899)와 《젊은 날의 아내(The Wife of His Youth)》(1899) 등 2권의 단편집과 《전통의 정수(The Marrow of Tradition)》(1901)를 포함한 몇 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프레더릭 더글러스 전기 등을 저술한 작가이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다. 그의 단편소설들은 인종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었지만 예상 가능한 결말이나 일반화된 감정은 피했다. 등장인물들은 인종을 포함한 많은 것들에 대해 복잡한 태도를 지닌 독특한 개인들이다. 체스넛은 가끔 흑인 사회의 강한 면을 보여주면서 윤리적 가치와 인종 간의 유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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