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부의 묘비에서

2006.05.24 12:09

김영교 조회 수:214 추천:36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었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조그만 지혜를 얻게 되었을 때
     나는 세상이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 나라를 변화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들을 변화시키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러나, 내 가족 중 아무도 달라진 사람은 없었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도 좀 더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또 누가 아는가,
     이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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