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꽃 / 김춘수

2011.11.18 12:53

김영교 조회 수:557 추천:21

21 세기에 남을 한국의 시인 10명 - 9. 김춘수(金春洙, 1922-2004)
    
김춘수(金春洙) 시인은 1922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21세기의 한국 시인들을 이끈 인물 중 하나이다.

1940년 - 1943년까지 니혼 대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이 때에 그는 일본 제국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퇴학당하고 교도소에 7달동안 수감되었다. 석방된 후 귀국한 김춘수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일했다. 1946년에 시 <애가>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65년에 경북대학교 학부에 가입했다. 1978년에는 영남대학교 문학부 학장으로 지냈다.

광복 후 종래의 서정적인 바탕 위에 주지적인 시풍을 이루는 데 힘썼다. 1948년 대구에서 발행되던 동인지 <죽순(竹筍)>에 <온실(溫室)> 외 1편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이어 첫번째 시집 <구름과 장미>를 발간하고 <산악(山嶽)> <사(蛇)> <기(旗)> <모나리자에게> <꽃> 등을 발표하여 시인으로서의 기반을 굳혔다.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사물(事物)의 사물성(事物性)을 집요하게 탐구하였다. 시에서의 언어의 특성을 다른 어떤 시인보다 날카롭게 응시하며 존재론적 세계를 이미지로 노래하였다.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 <늪> <기(旗)>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타령조 기타> <처용(處容)> <남천> <비에 젖은 달> 등이 있으며 시론집도 다수 있다. 1958년 한국시인협회상, 1959년 아시아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제1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추천작품: 꽃, 처용 단장, 꽃을 위한 서시, 바위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현대문학, 1955)




<처용단장(處容斷章)>

(Ⅰ의 Ⅱ' 전문)

  

삼월(三月)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의 새 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삼월(三月)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1974년 발표)  



***산다화(山茶花)는 '동백꽃'이다. 시인은 이 시를 쓰는 순간 고향 통영 앞바다에 보얗게 내려앉는 함박눈을 떠올렸으리라.

어느 해 삼월 초저녁, 때 아닌 함박눈을 맞으며 골목길을 접어드는데 어느 집 이층 창가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렸다. '초우'였다. 긴 골목길 끝까지 따라오는 그 소리가 얼마나 애절하던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삼월의 눈은 '인디언 섬머'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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