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 5-효자노릇 계란 찜기

2010.07.16 19:53

민정이 조회 수:537 추천:42

효자, 계란 찜기 / 서울풍경 5

지난 달 서울을 다녀온 느낌이 여늬때와 좀 다르다란 생각이 들었다.
집을 비운 동안 실내 오킷 화분이랑 뒤뜰 화분들 싱싱하게 초록을 있는 대로 뿜어내고 있었다. 시들지 않은 건강한 빛으로 반겨주는 화초들이 나를 무척 기쁘게 해 주었다. 남편이 정성 드려 잘 보살핀 것 같았다. 뒤뜰 잔디 위에서 스윙 연습을 해도 바로 그 옆의 잡초를 못봐 낚아채지 못하는 남편이었기에 의외다 싶어 속으로 고맙다란 마음이 들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짐도 밀어놓고 잠에 취해버렸다.
정작 집 주인은 아내가 애지중지 하는 화초 베이비씨팅은 잘하면서 성가시게 쏘아내는 치통을 어쩌지 못해 이빨 뽑어 말어 갈등하고 있었던 사실을 나는 알턱이 없었다.
도착한 다음 날 이를 뽑고 들어서는 남편을 비몽사몽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짐 가방을 풀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지 못하는 남편에게 명란알 계란찜이 제격이란 번개 같은 생각에 화개장터를 떠올리고 뚝배기가 떠올라 짐 속을 찾고 있었다. 필요한 때가 이렇게 쉬 오리라 예상이나 했겠는가. 알기나 한듯 꼭 필요한 찜기, 무겁지만 사오기를 참 잘했다 가슴이 다 대견해 했다.

집을 비우는 경우 강아지나 열대어, 화초나 정원수등 생명 있는 것들을 적절하게 조치해놓고 떠나는 게 보통이다. 더욱 소중하게 배려해놓고 자리를 뜰려고 하니 여행 전에 몸이 지칠 때가 많다. 탑승후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잔다. 두 번씩이나 투병의 전력을 가진 나는 건강 지향적인 편이다.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결론이 서면 잘 돌아선다. 이 찜기만 해도 그렇다. 무거운 것을 왜 사? 도시마다 마을마다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번거러움이 그 무게를 보내면 힘들것이 뻔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찜기바라보며 ‘내가 너를 우리 식구로 데려 오기를 참 잘했다’ 은밀한 눈빛을 건네주었다.

음이온 분청계란찜기
‘본 제품은 순수한 천년재료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렌지, 가스렌지 사용가능
원적외선이 다량 방출됩니다
불에 직접 올리는 분청 내열도자기입니다
음식이 타지 않고 맛이 좋습니다.
무공해 천연소재로 만들었습니다’


명란젓을 계란에 휘저어 중탕 찜을 해서 남편의 치통대안 말랑살랑 계란찜이 가능,
다 이 신통한 계란찜기 덕분이었다.

그날은 홍쌍리 청매실을 내려와 단숨에 가 닿은 곳이 화개장터였다. 청매실 마을의 감동이 넘실대며 발걸음을 신나게 장터안을 누비게 밀어댔다. 더덕 향기를 맡으며 찐쌀도 씹어 먹으며 장돌뱅이의 추억을 맛본게 횡재였다. 토속적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그 유명한 화개장터에서 사온 계란 찜 뚝베기,
윤이 나게 씻고 닦았다. 다음엔 된장찌개를 끓여 상에 올릴 참이다.
효자 하나 입양한 기쁨, 이래저래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무게가 성가셔도 가족이 늘어나는 기쁨은 늘 보배스럽다. 오늘도 요긴한 자식 노릇을 아주 잘해내고 있는 뚝베기에게 애정어린 눈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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