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쓰기/먼저 좋은 그릇이

2008.09.10 11:41

김영교 조회 수:392 추천:36

수필을 통하여 참으로 소중하고 좋은 만남을 많이 허락 받았습니다. 월드 비젼도 만나고, 햇빛도 만났고 배도, 해도, 나침반, 나아가 캄캄한 밤 같은 사람도 만났습니다. 제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데 모두 너그러웠습니다. 성장과 성숙의 눈뜸을 위한 귀한 발판이 되 주었습니다.
늘 설렘이 있었고 갈증에 타 들어가던 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껴안으며 딩굴었습니다. 그 때 수필의 바다로 안내되었고 내 안에 늘 출렁임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수필이 목을 축여주는 맑은 샘물이라는 것을 가슴이 먼저 눈치 챘습니다. 끊임없이 파도치며 끊임없이 솟아올랐습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저를 지탱시켜주었습니다. 퇴고와 탈고의 기쁨이 생명차원에서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소리지르는 돌>과 <길 위에서> 두권의 수필집의 출간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글은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좋은 그릇이 되라는 홍교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마음의 묵은 밭을 기경하는데 노력했습니다. 비유와 은유로 차고 넘치는 가장 위대한 걸작 문학작품 <성서>를 늘 가까이 하며 살 수 있었던 기회를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학적 소양을 주신 창조주께도 감사드리며 저의 시선이 멎는 곳에는 늘 감격과 감동,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생명의 경이, 의식의 눈뜸이 또렷하게 수필을 끌어 올려 주었습니다.
어떤 경험이 감동이라는 진동으로 마음을 울림으로 요동케 하면 수필을 쓰는 계기가 되고 마음으로 정한 제목 얼굴에 맞는 옷을 입히고 구두를 신기웁니다. 계절에 따라 옷 색깔과 모양, 구두종류도 달라지겠지요. 무엇보다도 감동이 생명인 수필이란 의상을 입고 문학이란 세상에 외출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수필의 정의:

어떤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과 성찰을 산문으로 표현한 문학.
수필은 그저 담수(淡水)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 인생이나 자연을 자유로운 형식에 담은 산문이다. 인생을 통찰하고 달관하여 서정의 감미로움이 드러나기도 하고, 지성의 섬광이 번득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수필은 독자의 심경(心境)에 부딪치기도 하고 사색의 반려가 되기도 하여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하고, 철리(哲理)의 심오한 명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필은 소설의 서사성(敍事性)을 침식하고 시의 서정성을 차용(借用)하기도 하면서, 무한한 제재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여 인생의 향기와 삶의 성찰을 더하게 한다. 이러한 수필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수필은 무형식의 자유로운 산문이다.  구성상의 제약이 없이 자유롭게 쓰여지는 산문임을 말한다. 물론 수필도 일기체·서간체·기행문 또는 담화체(談話體)로도 쓰여지고, 서사적 형식, 극적 형식 등 여러 가지 산문으로 쓰여지기도, 내용면에서도 인간이나 자연의 어느 한 가지만 다룰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토막토막 다룰 수도 있다.
수필을 ‘단상(斷想)’·‘편편상(片片想)’·‘수상(隨想)’이라고 이름하는 것도 수필의 이러한 자유로운 무형식성으로부터 연유한 말이다.

둘째, 수필은 개성적이며 고백적인 문학이다. 수필처럼 개성이 짙게 풍기고 노출되는 양식도 드물다. 수필은 작가의 적나라한 심적 나상(裸像)과 개성이나 취미·인생관 등이 그대로 나타나는 자조적(自照的)이며 고백적인 문학이다.
말하자면 수필은 작가 자신과 ‘동질동체(同質同體)’라고 할만큼 개성적이며 고백적인 양식이다. 그러나 그렇게 개성을 생생하게 나타내면서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데에 수필의 특성이 있게 된다.

셋째, 수필은 제재가 다양한 문학이다. 어떤 문학 양식보다도 수필은 제재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인생이나 사회·역사·자연 등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은 무엇이나 다 자유자재로 서술할 수 있어서 그 제재의 선택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수필은 무엇이라도 다 담을 수 있는 용기(容器)이지만, 그러한 제재는 작가의 투철한 통찰력과 달관에 의해서 선택되어야 하고, 정서적·신비적 이미지를 거쳐 나오는 생생하고 독특한 것이어야 한다.

넷째, 수필은 해학과 기지(機智)와 비평정신의 문학이다. 수필은 상황의 단순한 기록이나 객관적 진리의 서술이 아니다.
알베레스(Albres, R. M.)가 말한 대로 “수필은 지성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신비적인 이미지로 쓰여진 것”이어야 한다. 거기에는 서정의 감미로움과 입가에 스치는 미소와 벽을 뚫는 비평정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주름살을 펴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할 수 있는 해학이 있어야 하고, 놀라 기겁하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기지가 있어야 하며, 얼음장처럼 냉철한 비평정신에 의한 오늘의 인식과 내일의 지표(指標)가 있어야 한다.
특히 수필에서는 지적작용(知的作用)을 할 수 있는 비평정신이 그 밑받침이 되며, 시가 아니면서도 정서와 신비의 이미지를 그리게 하기 위해서 해학과 기지가 반짝여야 한다. 서정이 어린 지성의 섬광이 바로 수필의 특성인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수필은 일정한 형식이 없고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어서 그 영역이 무한하게 확대된다.
시는 정서에 기반을 두고,
소설은 설화(說話)와 구성에 바탕을 두며,
희곡이 대화에 의한 문학인 데 반하여,
수필은 이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데에 그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 그러므로 수필은 전문화되지 않고 남은 창작적 변용을 용인하는 모든 산문문학적인 문장을 다 포괄하게 된다.

구인환의 수필쓰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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