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김영교의 <장독대 풍경>

2008.10.14 02:57

김영교 조회 수:654 추천:39

      한국적 정서와 고전미의 부활을 위하여



                                        홍승주 / 시인. 극작가

장독대 풍경

                          김영교



창 밖 쏟아지는 햇살 아래

향 바르게 자리잡은

삶의 텅빈집 장독대

고요함이 목구멍까지

하얗다



소란한 세상소리 가두고

빗소리 바람소리 잠재워

크고 작게

감싸 안은 블룩한 사도의 모습



가마 불길 껴안고

태우고 녹여

빚어진

열림의 눈

적요를 건너

내림으로 꽂혀



빛으로 일어서는 장 맛

내음은 마을까지 번진다



다채로운 당신의 사람 장독대에 안에서

별빛 시린 내 영혼

비워 더 낮게 엎드리는

기도 항아리.





비로소

오늘 아침

  한국 고유의 전통과 정서를 담은 매미 날개 같은 또는 모시 적삼을 입은 야들야들한

한국의 맵시 있는 우아하고 정갈한  여인(시인)을 미국에서 만난다.

오래 묵어 사무친 불멸의 향수 같은 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누님의 다정한 영상을 김영교는 질박하고 자상한 손때가 앉아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장독대를 통해 망각의 늪에 매몰했던 먼 잠재의식, 섬세한 고전미가 부활하는 은은한 여명의 종지기가 된다.

향 바르게 자리잡은 삶의 텅 빈 집의 어머니와 누나 또는 갓시집 온 세댁의 한낮 고요한 장독대를 보면서 문명에 밀려난 처절한 고독과 소외, 아픔이 목구멍까지 하얗게 찬다.

소란한 세상 소리, 내리 퍼붓는 빗소리, 울부짓는 바람 소리 등을 김영교는 엄마가 부른 자장가처럼 다 잠재우며 큰 연민의 치마폭으로 세련된 시어 감각으로 감싸 안고 어둠을 몰아내며 새삼 깨어나는 충격으로 빛과 설레임의 뭉클한 장 맛이 입 안에 군침이 돌게 하고 내음은 마침내 온 마을에 번져 간다.

문득 박목월의 시 “나그네’ 의 ‘술 익는 마을마다 / 타는 저녁 놀’을 연상케 한다.

김영교는 겸허와 지극히 상냥하고 향기나는 시인으로 부각된다.

끝련에서 그는 끝까지 한국 시인의 소박한 한사람으로 남기를 고집하며 별빛, 달빛에 시리고 저린 영혼의 안식처를 더 낮게 엎드리는 ‘기도 항아리’에서 찾고 붙들고 귀의한다.

그는 재미 시단에 매우 드문 향토적, 향수의 시인이다.

미국말이 낯선 나로서 어색한 ‘원더플” 그에게 감사와 치하를 보내며 끝까지 한국적 이미지와 고운 멜로디를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싶다.            

                                                         중앙일보 문예 마당에서.2008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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