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유장균

2009.03.12 22:59

남정 조회 수:364 추천:31

이 아침의 시 한국일보/김영교 전략 '잘 만났다 나도 이곳으로 쫓겨 온 후 고통이나 절망을 식은 죽 먹기로 했다 독하기는 매한가지다 한판 붙어보자 쫓고 쫓기기를 몇 번, 헛 발길질도 몇 번 또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이 비생산적 자존심에서 한 발 물러서기로 한다. 그놈도 내 뜻을 짐작한 모양이다 또아리 틀었던 흉물스러운 고정관념을 풀고 안전거리 밖으로 철수했다 우리는 독과 독의 극한 대결을 버리고 무승부를 택했다 때로 독을 푸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또, 다른 세상으로 추방당하기보다는 이 세상을 택했다 현실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다. 저 구불구불하면서도 강인한 생존의 방울 소리가 그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유장균(1942-1998) '방울뱀' 열악한 사막에 서식하는 방울뱀은 치열한 이민의 삶 속의 시인 자신이고 우리들 자신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거칠고 메마른 모랫벌, 펄펄 끓는 돌덤불이나 선인장, 가시나무 밭을 배를 깔고 기면서 고통이나 절망의 곤충들을 잡아먹고 연명하는 방울뱀, 독(악)만 남아 독종 일 수밖에 없다는 이민 초창기의 어려움을 잘 묘사하여 생존의 절박성을 깊이 드 려다 보도록 한다. 어느덧 그 애환에 동화되고 만다. 이민 삶은 선택이지 추방이 나 탈출이 아니므로 이민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생존이 미덕임을 환기시키며 아 울러 고뇌의 벌판을 넘어 이민시대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어 미래지향적 모색에 가 슴이 따뜻해진다. (김영교 시인) ----------------------------------------------- 이 아침의 시... 강화도 가는 갯벌에 제각기 성장한 의상을 입은 오리들이 평화롭다 사육장에 온 손님이 주인과 흥정을 하자 눈치 챈 오리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필사의 질주, 그것은 춤이었다 삼사오오 흩어지다 서로의 날개쭉지 속에 긴 목을 묻는...... (김영태 1936-)‘비명’전문 가축이 가족이 었던 좋은 세월이 있었다. 생명 앞에서 생명을 흥정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돈벌이를 위해 집단사육의 관계에 놓인다. 오리들은 언제 자신들이 죽 어가는 지를 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도망침을 춤으로 보는 시인의 눈 은 슬픔을 뛰어 넘어 비범하다. 울안에서 도망침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도망침 , 어찌할 수없는 도망침 앞에서 <서로의 날개쭉지 속에 긴 목을>묻고 서로의 체온 을 감지하면서 죽음을 맞는다. 점점이 끝나지 않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또 다 른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 <오리들이 평화롭다>에서 평화와 살벌이 처절한 반복으 로 예감된다.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에 숙연함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 문이다. 시는 짧지만 주는 감동은 크다. --------------------------------------------------------------- 이 아침의 시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풀이 되어 엎드렸다 풀이 되니까 하늘은 하늘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내 몸속으로 들어와 풀이 되었다 나는 어젯밤 또 풀을 낳았다 김종해(1941- ) <풀> 전물 상향성의 가지관이 판을 치는 너절한 세상 속된 것에 대한 거부, 탈속주의 체취가 번져온다. 낮게 누울 줄 아는 풀의 품성이 그리운 시인의 눈 자연과 합일에서 초록 피가 도는 사람다운 길을 제시 한다. 우리의 마음도 그를 따라 간다. 풀의 깨끗하고 낮은 이미지와 함께 내가 풀을 낳고 네가 풀을 낳고...아름다운 세상을, 사람살이의 맑고 겸손한 그리고 빛나는 길을 열어 보인다. (시인 김영교) 3/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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