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연구자료/ 박목월

2012.10.03 17:13

김영교 조회 수:1239 추천:16

󰡔어문론총󰡕 제52호
한국문학언어학회 2010. 6.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
- 시적 자아의 초월성을 중심으로 -
박 선 영*1)
<차 례>
1. 문제제기 2. 사물 은유
3. 식물 은유 4. 맺음말
1. 문제제기
박목월 시인은 은유적 세계관 속에서 그의 시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로 인해 그의 전편의 시는 자아와 세계가 균열된 근대를 지나면서도
동일성의 시학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것은 동일성이 상실된 시대를
거스르며 시를 써온 시인의 고독한 시적 궤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
목월의 시는 자연세계, 현실세계, 존재론적 세계, 기독교적 세계로 다
양한 변모 양상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은유의 틀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편, 초기에 ‘자연’에 집중해 있던 시인은 중기로 접어들면서
‘현실’에 천착하게 되는데 생활인의 자리로 옮겨온 그에게 있어서는
일상사와 가족이 가장 중요한 시적 화두로 대두된다. 일반적으로 박목
*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 전자우편 moolsori34@hanmail.net
226 󰡔어문론총󰡕 52호
월의 시세계는 세 시기1)로 구분한다. 본고에서는 현실세계에 천착해
있는 중기시를 대상으로 그의 시에 나타난 은유 양상에 대하여 고찰
하고자 한다.
박목월 시에 관한 은유 연구는 금동철, 유성호, 최승호 등에 의해
전개된 서정시가 지닌 수사학적 차원의 논의2)와 김현자, 박선영에 의
해 시도된 은유 분석3)이 있다. 서정시가 지닌 수사학적 차원의 논의
는 박목월의 시가 근본적으로 은유의 시학에 바탕을 둔 근원 지향의
1) 박목월의 시는 환상적 자연의 세계에 천착해 있는 󰡔청록집󰡕(1946), 󰡔산도화󰡕
(1955)를 초기시, 가족과 일상에 관련한 현실세계에 집중해 있는 󰡔난․기타󰡕
(1959), 󰡔청담󰡕(1964)을 중기시, 그리고 존재론적 세계와 기독교적 세계에 집
중해 있는 󰡔경상도의 가랑잎󰡕(1968), 󰡔어머니󰡕(1968), 󰡔무순󰡕(1976)과 유고시
집인 󰡔크고 부드러운 손󰡕(1979), 󰡔소금이 빛나는 아침에󰡕(1987) 등을 후기시
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다. -이희중, 「박목월 시의 변모과정」, 박현수 편, 󰡔박
목월󰡕, 2002, 139~140면.
2) 금동철, 「박목월 시에 나타난 근원의식」, 󰡔한국 현대시의 수사학󰡕, 국학자료원,
2001.
______, 「박목월 시의 ‘어머니’ 이미지와 근원의식」, 박현수 편, 󰡔박목월󰡕, 새
미, 2002.
______, 「박목월 후기시의 기독교적 이미지 연구」, 󰡔ACTS 신학과 선교󰡕제7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2003.
유성호, 「지상적 사랑과 궁극적 근원을 향한 의지」, 박현수 편, 󰡔박목월󰡕, 새
미, 2002.
최승호, 「박목월론: 근원에의 향수와 반근대의식」, 󰡔서정시의 이데올로기와 수
사학󰡕, 국학자료원, 2002.
______, 「박목월 시의 나그네 의식」, 󰡔한국언어문학󰡕제58집, 한국언어문학회,
2006.9.
3) 김현자, 「한국 자연시에 나타난 은유 연구 -박목월ㆍ박용래 시를 중심으로」, 󰡔
한국시학연구󰡕제20호, 한국시학회, 2007.12.
박선영, 「박목월 후기시의 은유 분석- ‘어머니’ 시를 중심으로」, 󰡔어문론총󰡕50
집, 한국문학언어학회, 2009.6.
______, 「박목월의 후기시에 나타난 죽음의식의 은유체계」, 󰡔한국문학논총󰡕제
52집, 한국문학회, 2009.8.
______, 「박목월의 󰡔사력질󰡕, 󰡔무순󰡕에 나타나는 죽음과 초월의 은유체계」, 󰡔
우리어문연구󰡕35집, 우리어문학회, 2009.9.
______,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 -시적 자아의 실존성을 중심으로」, 󰡔우리
문학연구󰡕제29집, 우리문학회, 2010.2.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27
세계임을 밝히고 있다. 박목월 시의 은유적 세계관을 조명한 이들의
논의는 정밀한 시 분석을 통하여 기존 연구가 지닌 내용 중심성을 상
당히 극복하고 있으나4) 이들이 논의한 은유는 다양한 수사학의 한 종
류로서의 은유가 아니라 근원적인 세계관과 관련된 수사학으로서, 은
유의 형식 미학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김현자와 박선영은 박목월 시의 형식 미학으로서의 은유를 조명
하였다. 김현자는 박목월과 박용래 시에 나타난 자연의식을 은유의 틀
로 분석함으로써 그의 은유적 상상력의 체계를 총체화하고 있는데 이
는 박목월 시의 미감을 잘 드러냈음에도 극히 일부 시편만을 다루었
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박선영은 박목월 시의 은유를 언
술의 차원에서 분석하여 시적 의미와 긴장을 밝혔는데 이 역시 박목
월 시의 은유체계를 총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갖지만 연구
범위가 주로 후기시에 편중됨으로써 차후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이렇듯 박목월 시의 은유에 대한 논의는 연구자들에 의해 도외시됨
으로써 아주 미흡한 연구 성과를 보여준다. 이는 박목월 시의 미학을
규명하는 중요한 작업임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지 못했
다는 점에서 본고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은유는 시의 가
장 본질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로서 최근에 와서는 단순히 수사학의
장식적인 차원이나 문법적인 차원이 아닌 세계인식의 방법론으로 부
상하였는데 이것은 은유가 시의 창조적인 의미 생성에 관여하는 주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은유는 상이성 속에서 상사성을 발견하는, 대립과
통합의 의미작용 속에서 시적 의미와 긴장을 창조하는 시적 원리로서
시인의 인식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그러므로 박목월 시의 은유를
파악하는 것은 그의 인식 세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 본질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박목월 중기시의 중심은 일상적 현실이다. 자연에 천착해서 이상세
4) 금동철(2003), 위의 논문, 357면.
228 󰡔어문론총󰡕 52호
계를 꿈꾸던 초기시와 달리, 중기시에서는 현실 속에서 이를 실현하고
자 한다. 때문에 중기시에 구축된 현실/이상, 지상/천상, 생활/시 등의
대립 이면에는 이를 융합하려는 시인의 부단한 몸짓이 감지된다.5) 자
아 편향의식을 보이는 그의 중기시에는 유한성을 자각하는 자아와 이
를 극복하기 위해 초월성을 지향하는 자아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의 존재론적 갈등과 고뇌가 주를 이루며 후자의
경우는 이를 벗어나려는 초월에의 몸짓이 주를 이룬다. 전자에 관해서
는 이미 논의한 바 있으므로6) 본고에서는 후자의 시의식에 관하여 논
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기시에 나타난 초월성이
은유적 의미망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고는 중기시
의 초월성에 구축된 은유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중기시의 의식세계를
조명한 기존의 논의들과 변별성을 갖고자 한다. 이는 박목월의 은유적
사유에 토대 한 내면세계의 결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서 의의를 지닌다.
이를 위해 본고는 언술7)의 차원에서 은유를 파악하는 흐루쇼브스키
의 은유 이론8)을 시 분석의 방법론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는 언어가
5) 박선영(2010), 위의 논문, 297면.
6) 박목월의 중기시에는 무생명의 사물 은유와 부동성의 식물 은유가 형성되어
결핍에 토대 한 유한자의 실존성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박선영
(2010), 위의 논문, 293~326면.
7) 언술(discours)은 문장의 차원을 뛰어 넘는, 즉 문장보다 상위에 있는 거시적
인 단위를 의미하는 발화체라는 관점에서 본고의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Easthope, Antony, 󰡔시와 담론󰡕, 박인기(역), 지식산업사, 1994, 25~28면
참고.
8) 흐루쇼브스키의 은유 이론에서 ‘지시틀’은 텍스트에 흩어져있는 불연속적인 요
소들에 근거하여 구성된 의미론적 구조물이다. 또한 문장이 고정된 형태인 반
면, 지시틀은 유동적인 단위들로서 텍스트 구성에 자유롭게 관여한다. 따라서
그의 지시틀은 하나의 텍스트 안에 있는 비연속적 요소들을 기초로 이를 단일
한 의미론적 통사론에 의해 구조화시킨 ‘의미론적으로 통합된 텍스트의 실제
적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지시틀은 불확정한 미정 상태에 있는데 여기에 하
부 패턴들(음성, 단어, 문장, 등)이 지시틀 형성에 기여하며, 지시틀 간의 상호
작용은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시틀 형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역동적 관계 속에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29
지시하는 의미의 범주를 ‘지시틀’(frame of reference : frs.)9)로 만
들어서 은유의 단위로 삼을 것을 주장하고, 이들 지시틀 간의 상호작
용이 은유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은유의 범주를 언술의 차원으로
확대함으로써 복잡한 시적 의미의 총체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이는 시 텍스트의 문면에 나타나지 않는 불확정적인 부분이 독
자/비평가의 상상력에 의해 채워짐으로써 독창적이고 풍부한 의미 해
석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박목월 중기시
에 직조된 은유적 상상력의 체계를 총체화하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한
미학적 틀이 될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흐루쇼브스키의 지시틀 이론을 활용하여 박목월의
중기시집 󰡔난․기타󰡕, 󰡔청담󰡕에 나타난 초월성이 어떠한 은유적 의미
망 속에서 시적 의미와 긴장을 생성하는지 밝히고, 이로써 그의 인식
의 확장과 미학적 갱신을 조명하고자 한다.
2. 사물 은유
박목월의 중기시에는 현실/이상, 천상/지상, 긍정/부정 등의 이항 대
서 하나의 지시틀로부터 다른 지시틀로 은유적 전이가 진행된다. 이때 전이된
지시틀을 ‘기본적인 지시틀’ 또는 ‘1차적 지시틀’(fr₁)이라 하고, 이에 대응되
는 다른 하나를 ‘2차적 지시틀’(fr₂)이라고 한다. 그는 이들 지시틀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은유가 그 본래적 기능을 드러낸다고 한다. 지시틀 안에는
텍스트 상에 구체화되지 않은 불확정적 틈이 존재하는데 이는 독자의 ‘간격
채우기’(gap-filling)에 의해 채워진다. 텍스트의 맥락에 근거하되 독자의 주관
적 개입을 최대한 허용함으로써 지시틀의 설정은 아주 주관적이고 유동적이다.
- Hrushovski, Benjamin, “Poetic Metaphor and Frames of Reference
with Examples from Eiot, Rike, Mayakovsky, Mandelshtam, Pound,
Creeley, Amichai, and the New York Times”, 「Poetics Today」, vol.5,
No., 1984, pp.11~13.
9) 비유적 관계에서 설정되는 지시틀은 fr₁, fr₂, fr₃…으로 표시한다.
230 󰡔어문론총󰡕 52호
립 속에서 시적 의미가 생성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이를 극복하려는 초월성이 겹쳐서 나타나는데 이
에 대해서는 거듭 논의되어왔다. 본고에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시의식
이 은유적 사유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중기시에 나타난
시적 자아의 유한성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있으므로10) 본고는 이를
초월하려는 시의식에 중점을 둘 것이다. 한편, 박목월의 중기시에는
일상적 사물이 중심 소재가 되고 있는데 이는 시적 자아와 비유적 관
계를 형성하고 있다. 먼저 그의 시 <시>에 나타난 은유 양상을 살펴
보기로 한다.
<나>는/ 흔들리는 저울臺./ 詩는/ 그것을 고누려는 錘./ 겨우 均衡
이 잡히는 位置에/ 한가락의 微笑./ 한줌의 慰安./ 한줄기의 韻律./ 이
내 무너진다./ 하늘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 아득한 振幅./ 生活
이라는 그것.
<시> 전문
위 시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자아의 내면
상태가 표출된다. 시적 자아 ‘나’(fr₁)는 ‘저울대’(fr₂)라는 사물에 비
유되면서 ‘흔들리’는 실존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나’를 환유하는 ‘시’
는 ‘저울대’를 환유하는 ‘추’와 은유적 대응을 이루면서 극복의지가 구
체화되고 있다. 그는 흔들리는 실존을 자각하면서 자신을 규정해온 부
정적 조건들을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하는데 특히 ‘시’를
통해 이를 초극하려 한다. 이런 점에서 시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
극을 메꾸려는 움직임”11)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나’와 ‘저울대’가
10) 박목월의 시 <모일>, <종점에서>, <심야의 커피>, <층층계>, <작품오수>,
<풍경 -용산역 부근> 등에는 시적 자아의 사물화 양상을 통해 결핍에 근거
한 유한자적 실존성이 형상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박선영(2010), 위의
논문, 329~310면.
11) 김현자(2007), 위의 논문, 260~261면.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31
‘수시로 흔들리’는 행위를 통하여 불안정한 존재감을 형성한다면, ‘시’
와 ‘추’는 ‘균형을 잡’는 행위를 통해 이를 넘어서고자 한다. 그래서
시인에게 있어서 ‘시’는 저울대의 ‘추’와 마찬가지로 삶의 균형을 잡는
중심축이 된다. 이렇듯 ‘시’는 그에게 존재감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자
신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여기에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시’
에 대한 믿음이 내재해 있다. 한편, 겨우 균형이 잡히는 위치에 ‘한
가락의 미소’, ‘한줌의 위안’, ‘한줄기의 운율’이 겹쳐지지만 이것은
다시 ‘이내 무너진다’라는 행위로써 그 한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나
의 시야에는 “하늘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이 보인다. 이것은
‘생활’에서 연유하는 ‘아득한 진폭’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존재의
사물화를 통해 유한자적 인식뿐만 아니라 부단한 초월의 몸짓도 함
께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는 “시와 생활의 일원화”12) 양상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한편, 그의 시 <전신>에는 유
한성을 넘어서려는 초월의지가 극명하게 표출되는데 여기서는 ‘신’에
의한 초월로 이행된다.
나는/ 씨앗이 된다,/ 과실 안에 박힌./ 信仰에 싹튼,/ 未來의 約束과
그 安堵를/ 나는/ 안다.// 나는/ 돌이 된다./ 河床에 딩구는/ 神의 攝理
와/ 役事를/ 나는 안다.// 나는/ 펜이 된다./ 지금 내가 쓰는./ 獻身과
奉仕의 즐거움을/ 나는 / 안다.// 나는 무엇이나 된다./ 지금/ 이 순간
은./ 時間은 膨脹하고/ 언어는 눈을 뜨는,/ 一點으로/ 삶의 의미는 집
중하는,/ 감정의 부픈 均衡// 나는 / 모든 것 안에서/ 살아난다.
<전신轉身> 부분
12) 박목월, 󰡔보라빛 소묘󰡕, 신흥출판사, 1958, 3면.
232 󰡔어문론총󰡕 52호
fr₁ fr₂ fr₃₋₁ fr₃₋₂
나는 씨앗은 돌은 펜은
신앙 안에 과실 안에 하상에 (종이 위에)
(뿌리내리고) 박혀 (자리잡고) (놓여)
(자라면서) 싹트면서 뒹굴면서 (써내려가면서)
모든 것 안에서 살아난다
이 시는 다양한 몸바꿈 내지는 변신에 의해 은유적 연쇄를 이룬
다. 이는 “A는 B가 되”는 단순하고 도식적인 은유 양상을 드러내지
만 중기시의 지향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
다. 이 시에는 이중적 은유체계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위에서 인용
하지 않은 시 전반부 1~4연에서는 시적 화자 ‘나’(fr₁)가 ‘나무’(fr
₂)→‘물방울’(fr₃)→‘접시’(fr₄)→‘바람’(fr₅ )으로 몸바꿈을 시도하는
데 이를 통해 결핍과 갈증이 표면화되고 있다. ‘나’는 ‘반쯤, 아랫도리
의 꽃이 무너진’ 결핍의 상태를 표상하는 ‘나무’로 변신하여 적막한
무게를 드러내며, ‘물방울’은 ‘추녀 밑’에서 떨어짐으로써 적막한 생명
의 리듬을 들려준다. 이러한 행위는 빈 ‘접시’라는 사물과 은유적 대
응을 이루면서 허전함을 의미화하며 이것은 다시 밤 들판에서 불어오
는 허허로운 ‘바람’으로 변주되면서 고독감을 파생시킨다.13) 그런데
위에 인용된 이 시의 후반부인 5~9연으로 오면 이와 대비적인 의미
맥락이 형성된다.
위 시에서 화자 ‘나’(fr₁)는 과실 안에 박혀 있는 ‘씨앗’(fr₂)이라는
식물의 층위, 하천 바닥에 뒹구는 ‘돌’(fr₃₋₁), 종이 위에 굴러가는
‘펜’(fr₃₋₂)이라는 사물의 층위와 의미론적 대응을 이룬다. 이들은 아
13) 박선영(2010), 위의 논문, 314면.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33
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씨앗’은 식물의 핵으로서 원초적 생
명력을 상징하고 ‘돌’은 불멸 내지는 불변을 표상하며, ‘펜’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환유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돌’과
‘펜’은 생명력이 소거된 무생명성을 드러내지만 ‘하상’에서 ‘뒹구’는
‘돌’과 ‘종이 위’에서 ‘써내려가’는 ‘펜’은 역동성을 부여받음으로써 생
명력을 획득하고 있다. 이들 지시틀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모든 것
안에서 살아난다”라는 ‘비유적 상황’14)으로 수렴되면서 초월적 생명력
을 의미화해낸다. 따라서 화자 ‘나’가 안’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행위
는 ‘씨앗’이 ‘과실 안’에 ‘박’혀 ‘싹트’는 행위, ‘돌’이 ‘하상’에 ‘자리잡’
고 ‘뒹구’는 행위, ‘펜’이 ‘종이 위’에 ‘놓여’서 ‘써내려가’는 행위와 동
일한 의미망을 형성한다. 이 시에는 ‘나’→‘씨앗’→‘돌’→‘펜’이라는 변
신의 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전환을 이룸으로써 ‘모든 것 안에서 살아
나’는 역동적인 생명력의 상태를 부여받는다. 박목월의 중기시에서 사
물들은 주로 유한자의 실존을 표상하는데 위 시에서는 이들의 존재
근거를 ‘신’에게 둠으로써 충만한 생명력을 획득하고 있다. 이는 여러
사물들로 몸바꿈 하는 그의 의식세계가 기독교적 초월성에 닿아 있음
을 시사한다. 이때 화자는 ‘미래의 약속과 안도’와 ‘신의 섭리와 역사’
뿐만 아니라 ‘헌신과 봉사의 즐거움’을 지각하고 있다.
이 시에는 시적 화자가 결핍 속에서 충만을 욕망하는 차원을 넘어
‘신’에게 속한 온전한 충만함의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즉 시 전반부에
서 화자의 존재감이 현실의 결핍과 충만, 부정과 긍정의 대립적 의미
와 겹쳐 역설적인 생명력이 생성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이것이
‘신’과 결속됨으로써 결핍의 요소가 소거되면서 충만한 생명력이 생성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박목월 시의 자연 이미지가 토대로 하고 있
14) 비유적 사건(figurative event) 혹은 비유적 상황(figurative situation)은 실
제(또는 현실)와 상상의 경계가 깨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는 텍스트 안에
서 만들어진 시적 허구의 세계 안에서는 실제로 일어난다고 여겨지지만 현실
적으로는 비유적인 것이다. - Hrushovski, Benjamin(1984), 위의 글,
pp.26~27.
234 󰡔어문론총󰡕 52호
는 세계관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데 둘 사이의
경계선에 기독교적 신앙이 존재하고 있다.15) 이 시에는 자아의 자유
로운 몸바꿈을 통해 유한자적 인식과 더불어 부단한 초월의 몸짓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러한 양상은 그의 시 <무제
3>에도 나타난다. 이 시의 “나는/ 오늘/ 한 개의 질그릇이 되기를 바
란다.// 흙으로/ 빚은. 불로 구운./ 그 全過程을 거쳐 하나의/ 完成品./
물을 담는/ 어줍잖은 물그릇이라도 좋다.// 나의/ 詩에 담겨진,/ 그 분
의 숨결 그 분의 손길/ 그 분의 律調를 나는/ 경건히 기다린다”라는
시구에서 ‘나’(fr₁)는 ‘질그릇’(fr₂)으로의 변신을 희구한다. 이 질그
릇은 ‘그 분’으로 표현된 ‘신’의 ‘숨결’과 ‘손길’과 ‘율조’가 깃든 ‘나의
시’가 ‘담겨’짐으로써 단순한 그릇의 의미를 넘어 초월적 생명력이 함
유된 사물로 자리매김한다. 신약성서에서, 사람은 ‘질그릇’에 비유되며
이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하는 ‘보배’가 담겨진다.16) 이때 화
자가 ‘질그릇’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한한 존재인 절대자 앞에 자
신을 내어놓는 겸손의 자세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위에서 살펴본 시편에서 인간의 층위가 사물의 층위로 전이되
는 양상을 보여준다면, 아래의 시편에서는 사물의 층위가 신의 층위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사물의 ‘소리’를 매개로 층위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아아 노고지리/ 노고지리의 울음을/ 은은한 하늘 하늘꼭지로/ 등솔
기가 길고 가는 외로운 혼령의 읊조림을// 바위속 잔잔한 은드레박소
리……
<춘일> 전문
15) 금동철, 「박목월 시에 나타난 기독교적 자연관 연구」, 󰡔우리말글󰡕제32집, 우
리말글학회, 2004.12, 227~229면.
16)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린도후서 4장7절)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35
봄날이다. 시인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초월에의 욕망
을 표출한다. 이 시에서 ‘노고지리의 울음소리’(fr₁)는 외로운 ‘혼령의
읊조림’(fr₂)에 비유되며, 이는 다시 ‘은드레박소리’(fr₃)와 병치를 이
루면서 은유적 관계를 형성한다. 주시할 것은 ‘하늘꼭지’라는 공간과
‘바위속’이라는 공간의 대비이다. ‘꼭지’는 밖으로 돌출된 사물의 뚜껑
내지는 손잡이이므로 ‘하늘꼭지’는 사물화된 자연공간으로 볼 수 있다.
‘하늘꼭지’가 원심 공간, 개방 공간, 밝음의 공간이라면 ‘바윗속’은 구
심 공간, 폐쇄 공간, 어둠의 공간이다. 이들 공간은 확장/응축 내지는
확대/수축으로 대립을 이루지만 하나의 중심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성을 지닌다. 즉 ‘하늘꼭지’가 하늘의 중심부이고 ‘바위속’은 ‘바
위’라는 광물의 중심부이다. 그리고 ‘하늘’은 천상의 세계를 표상하며
단단한 ‘바위’는 불멸 내지 불변을 표상함으로써 이들은 공통적으로
영원성 내지 초월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들 지시틀은 대립과 통합의
은유적 의미작용 속에서 ‘울리다’라는 행위를 공유하며 융합된다. 따라
서 ‘노고지리 소리’와 ‘혼령의 읊조림’이 ‘하늘꼭지’로 ‘은은하’게 ‘울리’
는 것은 ‘은드레박소리’가 ‘바위속’으로 ‘잔잔하’게 울리는 행위와 동일
한 의미망을 구축한다. 이때 ‘노고지리’라는 동물, ‘혼령’이라는 신적
존재, ‘은드레박’이라는 사물의 이질성이 통합될 수 있는 것은 ‘울리
다’라는 행위에 의해서이다. 여기서 ‘노고지리 소리’→‘혼령의 읊조림’
→‘은드레박소리’로 변주되는 양상은 시인의 인식의 확장과 갱신을 잘
보여준다. 특히, ‘혼령의 읊조림’과 ‘은두레박소리’가 동일시됨으로써
사물의 신성화가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시인의 초월적 욕망이 내재해
있다. 그의 다른 시 <배경>에서도 ‘소리’를 매개로 사물의 층위가 신
의 층위로 이동하는데 이때는 ‘혼령’(<춘일>)의 소리가 ‘신’의 소리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濟州邑에서는/ 어디로 가나, 등뒤에/ 水平線이 걸린다./ 황홀한 이
띠를 감고/ 때로는 土酒를 마시고/ 때로는 詩를 읊고/ 그리고 해질녘
236 󰡔어문론총󰡕 52호
에는/ 書肆에 들르고// 먹구슬나무 나직한 돌담門前에서/ 친구를 찾는
다./ 그럴때마다 나의 등뒤에는/ 水平線이 따라온다./ 아아 이 宿命을.
宿命같은 꿈을./ 마리아의 눈동자를/ 눈물어린 信仰을/ 먼 鍾소리를/
애절하게 豊盛한 音樂을/ 나는 어쩔수 없다.
<背景> 전문
fr₄ fr₅
등 뒤에는
fr₁ fr₂₋₁ fr₂₋₂ fr₃
종소리가,
음악소리가
마리아의 (신의 음성이)
눈동자가
나의 꿈이,
신앙이
수평선이 나의 숙명이
애절하게, 풍성하게
따라와서 (쳐다봐서)
(집요하게) (그윽하게)
(들려와서)
나는 어쩔 수 없다
이 시는 박목월 시인이 제주도에서 잠시 머물 때 쓴 작품이다. 중년
의 나이에 들어 시인은 한 여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되
는데 그 여인과 몇 달간 지냈던 곳이 제주도이다. 이 시의 화자는 ‘제
주읍’ 어디를 가든지 등 뒤에 ‘수평선’이 걸리는 것을 감지한다. 이
‘수평선’은 물과 하늘이 맞닿아 이룬 경계, 즉 지상과 천상을 잇는 경
계 공간으로서 초월성을 함유하고 있다. 이것은 은유적 의미망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됨으로써 다의적인 초월성을 창출해낸다. 우선 이 시의
“아아 이 宿命을. 宿命같은 꿈을./ 마리아의 눈동자를”이라는 시구에
서 ‘수평선’(fr₁)이라는 ‘황홀’한 ‘띠’는 ‘나의 숙명’(fr₂₋₁), ‘나의 꿈,
신앙’(fr₂₋₂)이라는 인간의 내면적 층위, ‘마리아의 눈동자’(fr₃)라는
인간의 신체의 층위, ‘먼 종소리, 음악소리’(fr₄)라는 사물의 소리의
층위와 병치되어 은유적 고리를 형성한다.17) 또한 이 시의 “눈물어린
信仰을/ 먼 鍾소리를/ 애절하게 豊盛한 音樂을”이라는 시구에서는 ‘눈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37
물어린 신앙’과 관련하여 애절하면서도 풍성한 ‘종소리, 음악소리’와
은유적 대응을 이루는 ‘신의 음성’(fr₅ )이라는 부재의 지시틀이 새롭
게 파생된다. 이때 이들 지시틀이 공유하는 ‘등 뒤에’라는 위치는 인간
의 삶 배후에 존재하는 신의 임재를 암시해준다.
이들 지시틀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나는 어쩔 수 없다’라는 ‘비유
적 상황’에 의해 하나로 엮이면서 시적 의미가 수렴된다. 이는 시적
주체의 행위에 대하여 거부할 수 없는 내적 상태로서, 절대자 ‘신’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간의 존재론적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이
러한 인식은 그의 의식세계를 관류하는 기독교적 의식18)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시에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갈등과 고뇌가 그다지 부각되지는 않는
데 이는 절대자 앞에서 체념하고 순응하는 삶의 태도 때문이다. 이렇
게 해서 ‘수평선’이 집요하게 나를 따라오는 것은 ‘나의 숙명’과 ‘나의
꿈, 신앙’이 따르는 행위, ‘마리아의 눈동자’가 그윽하게 ‘쳐다보’는 행
위, ‘종소리, 음악’과 ‘신의 음성’이 애절하게 들리는 행위와 동일한 의
미망을 구축한다. 위 지시틀에서 ‘집요하게’-‘그윽하게’-‘애절하게, 풍
성하게’라는 일련의 부사군은 ‘따라와서’-‘쳐다봐서’-‘들려와서’라는 시
적 주체의 역동적인 행위를 부연함으로써 긍정적인 의미망을 형성하
고 있다.
이처럼 이 시에는 자연의 층위→인간의 내면적 층위→인간의 신체
적 층위→사물의 소리의 층위→신의 소리의 층위로 다채롭게 변주되
는 양상을 통하여 초월성이 다의적으로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은유
양상은 시인의 인식의 확장과 미학적 갱신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 시
17) 이들은 서로 다른 사물들이 당돌하게 병치됨으로써 빚어지는 ‘새로운 결합’의
형태로서 휠라이트는 이러한 은유 형태에 ‘조합’(combi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김준오, 󰡔시론󰡕, 삼지원, 1982, 183면.
18) 오세영은 박목월의 초기시는 물론 그의 시세계 전반에 기독교적 의식이 일관
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오세영, 「박목월론」, 󰡔현대시와 실천비평󰡕, 이우
출판사, 1983, 88~111면.
238 󰡔어문론총󰡕 52호
에서 ‘종소리, 음악소리’가 ‘신의 음성’으로 변주되는 사물의 신성화
양상에 의해 미적 생명력에 토대 한 초월성이 산출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의 다른 시 <등의자에 앉아서>에도 ‘소리’를 매개로
사물의 층위가 신의 층위로 전이되고 있는데, 위의 시편에서 화자의
초월의지가 다소 소극적으로 드러난다면 아래의 시편에서는 보다 적
극적으로 표출된다.
헷세의 구름의 눈매가 이룩하는 조용하게 흐르는 냇물같은 生涯
를,/ 藤의자에 앉아서……/ 생각하라./ (중략) 그 의자에 앉아 바라보
는 하늘은 한결 부드러운 拍子를 머금고 조용하다. 은은한 남빛의 자
락으로 짜놓은 멜로디의 비단결……/ 靜肅한 얼굴, 그 얼굴은 고개를
갸웃이 나를 본다. 황홀한 나의 信仰. 나의 얼굴.// (중략)// 아아 새들
이 가지마다 프류웉을 분다. 이윽고 별이 초롱 초롱 한 밤이 오면은,
등의자에 앉은채 잠이 드리라. 天使의 拍手 소리로 열린 길 위에 헷
세의 눈매를 하고 나는 잠속에서 먼 길을 가리라./ (중략)/ 그곳에서
만나뵐 분이 계시는 것을.
<등의자에 앉아서> 부분
fr₁ fr₂ fr₃ fr₄ fr₅
하늘은 프류웉의 멜로디는 새들의 (지저귐은) 비단결은 (신의) 얼굴은
부드러운 조용한 은은한 정숙한
박자로 남빛의 자락으

(눈빛으로)
(펼쳐져) (흘러나와) 짜놓아 보아
나의 신앙, 나의 얼굴은 황홀하다
이 시의 화자는 고역과 같은 현실을 벗어나는 초월적 삶을 희구한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39
다. 그는 지상에서의 삶이 ‘고된 고역’인 것은 ‘즐거움을 즐거움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구름의 눈매’를 닮은 헷세의 조용하
게 흐르는 ‘냇물’같은 생애에 대해 생각할 것을 권한다. 위로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고 살았던 헷세처럼 그는 ‘藤의자’에 앉아 하늘을 응시
하면서 초월을 꿈꾼다. 우선 이 시의 “하늘은 한결 부드러운 拍子를
머금고 조용하다. 은은한 남빛의 자락으로 짜놓은 멜로디의 비단
결……”이라는 시구에서 그가 바라보는 ‘하늘’(fr₁)은 ‘멜로디’라는 음
의 흐름으로 변주되는데 이 ‘멜로디’는 “아아 새들이 가지마다 프류웉
을 분다”라는 시구에 의해 ‘프류웉의 멜로디’(fr₂)가 된다. 이때 이것
과 은유적 관계에 놓인 ‘새들의 지저귐’(fr₃)이라는 지시틀이 새롭게
세워지며, 이는 다시 ‘비단결’(fr₄)이라는 아주 곱고 섬세하며 부드러
운 직물로 변주된다. 미적 생명력을 생성하는 이들 지시틀은 “靜肅한
얼굴, 그 얼굴은 고개를 갸웃이 나를 본다”라는 언술과 병치됨으로써
‘신의 얼굴’(fr₅ )이라는 은유적 관계의 지시틀을 형성하는데 이를 통
하여 ‘신’에 의한 초월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해서 이 시에는 ‘하늘’이라는 자연 공간의 층위, ‘프류웉의
멜로디’라는 악기 소리의 층위, ‘새들의 지저귐’이라는 동물 소리의 층
위, ‘비단결’이라는 직물의 층위, ‘신의 얼굴’이라는 신의 층위가 비유
적 관계를 이룬다. 다층적인 이들 지시틀은 상호작용함으로써 ‘나의
신앙, 나의 얼굴은 황홀하다’라는 ‘비유적 사건’에 의해서 하나로 엮이
게 된다. 이러한 시적 정황은 자아와 세계 사이의 간격이 사라지면서
융화되는, 즉 “주체와 객체의 간격이 부재하는”19) 동일성의 순간을
창출해낸다. 그래서 ‘하늘’이 부드러운 박자로 ‘펼쳐지’는 것은 ‘푸류웉
의 멜로디’와 ‘새들의 지저귐’이 조용한 박자로 ‘흘러나오’는 상태, ‘비
단결’이 은은한 남빛의 자락으로 ‘짜놓’은 상태, ‘신의 얼굴’이 정숙한
눈빛으로 보는 상태와 동일한 의미망을 형성하게 된다. 시각과 청각의
19) Steiger, Emil(1946), 󰡔시학의 근본개념󰡕, 이유영ㆍ오현일(공역), 삼중당,
1978, 96면.
240 󰡔어문론총󰡕 52호
공감각적 이미지로 구체화되는 이들 지시틀은 미적 생명력에 토대 한
초월성을 창조해낸다. 이것은 ‘부드러운’-‘조용한’-‘은은한’-‘정숙한’이
라는 존재 상태가 지닌 유화되고 순화된 아름다움에 근거해 있으며,
‘펼쳐져’-‘흘러나와’-‘짜놓아’-‘보아’라는 역동적인 동사군에 의해서 그
의미가 보다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시에서 악기와 직물을 아우르는
사물의 층위가 신의 층위로 변주되면서 시인의 초월지향성을 구체화
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적 특징이다.
이 시 하반부의 “天使의 拍手 소리로 열린 길 위에 헷세의 눈매를
하고 나는 잠속에서 먼 길을 가리라”라는 언술에서는 시적 화자 ‘나’
와 ‘헷세’의 삶이 동일화되어 나타난다. 그는 초월을 표상하는 헷세의
‘구름의 눈매’를 하고서 ‘먼 길’을 가는데 이때 그의 초월적 욕망과
‘헷세’의 그것이 합치된다. 이 시의 “일찍 예비된 또 하나의 등의자에
앉게 될 것을./ 그곳에서 만나뵐 분이 계시는 것을”이라는 시구에는
그가 갈망하는 초월적 대상이 ‘만나뵐 분’으로 제시되며 이는 기독교
적 ‘신’으로서 절대자를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그의 시 <배경>과 달
리, 위 시에는 사물의 신성화 양상을 통해 미적 생명력에 근거 한 초
월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의 시 <전
화>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九割은 雜音이요/ 一割은. 實用的 用件이지만./ 벨이 울릴 적마다/
나는/ 純粹한 音聲과/ 淸明한 通話를 기다렸다./ (중략)/ 外部에서 오
는 것은/ 九割은 雜音/ 一割은/ 實用的 用件이지만/ 나와 이어 있는
저편에/ 신은 반드시 存在하시고/ 또한/ 그의 音聲은 들려올 것이다./
이 깊은/ 겨울의 蟄居 속에서도/ 내 자리 한귀퉁이는/ 귀로 열리고/
電話는 내 가까이/ 존재한다.
<전화> 부분
깊은 겨울이다. ‘팔팔한 것이라곤/ 푸성귀 하나도 없는’ 메마르고 삭
막한 계절이다. 시적 자아는 칩거하면서 외부세계에서 들려오는 ‘소리’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41
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외부세계의 소리를 두 부분으로 범주화하고
있는데 그것의 ‘구할’은 ‘잡음’이고 ‘일할’은 ‘실용적 용건’이다. 이때
그가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전화벨 소리’이다. 그런데 이 시의 “벨이
울릴 적마다/ 나는/ 純粹한 音聲과/ 淸明한 通話를 기다렸다”라는 시
구에서 ‘순수한’, ‘청명한’이라는 시어에 의해 이 ‘전화벨 소리’가 지상
의 소리와 거리를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것은 자
신이 존재하는 ‘이편’의 세계가 아니라 ‘저편’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신의 음성’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화’는 멀리 떨어
져 있는 사람과 사람,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는 ‘이편’에 존재하는 ‘나’와 ‘저편’에 존재하는 ‘신’을 연결해주는 매개
체로 작용한다. 이렇게 ‘전화 벨소리’(fr₁)와 ‘신의 음성’(fr₂)이 동일
시됨으로써 사물화 양상이 발생한다. 두 지시틀은 상호작용하는 가운
데 “나는 기다리다”라는 비유적 상황에 의해 융화된다. 한편, 칩거 중
인 그의 자리 ‘한귀퉁이’가 ‘귀’로 열리고, 그 가까이에 ‘전화’가 ‘존재
하’는 시적 정황에서 그의 초월적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무생명성을 지닌 ‘전화’가 회선을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
의해 역동적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그의 중기시에는 평범한 일상사 속에서 신의 존재를 발견하
는 종교적 통찰력을 보이는데 위 시에는 전화의 회선을 통하여 신의
음성을 듣는다. 반기독교적 세계관 위에서 꽃 핀 현대 물질문명에서조
차 박목월은 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20) 이러한 양상은 그
의 시 <총성>에도 나타난다. 이 시의 “청청 우는 MㆍI의/ 총소리는
깨끗한 것/ 모조리 아낌없이 버렸으므로/ 비로소 徹한 人格……/ 그것
은 神格의 자리다./ 그런 맑은 쇳소리./ (중략)/ 嚴肅한 것에서/ 한결
모질게 이룩한/ 바르고, 준엄하고, 높고, 깨끗한,/ 뜻의 소리”라는 시
구에는 ‘총소리’(fr₁)라는 사물의 소리가 ‘신의 소리’(fr₂)에 비유되고
20) 오세영(1983), 위의 책, 107면.
242 󰡔어문론총󰡕 52호
있다. 두 지시틀은 ‘모조리 아낌없이 버린’이라는 다 비워진 상태를 공
유하는데 이것은 무화(無化)의 상태로서 ‘맑고 깨끗’한 청결 내지는 순
결을 의미화한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쇳소리’, 즉 ‘총성’은 맑고 깨끗
한 ‘신의 소리’와 등가를 이룬다. 이것은 ‘나는 감동하다’라는 비유적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융합을 이루며 이때 시적 자아와 소리의 세계가
합치된다. 이 소리는 단순히 ‘부정한 것의 가슴’을 향해 내치는 소리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꿰뚫고, 바쉬고, 깨고, 치고,/ 깨우치려 가”는
역동적인 생명력에 토대 한 초월의 소리이다.
이상에서 박목월의 중기시에 사물 은유가 형성되어 유한자적 한계
를 극복하려는 초월적 욕망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논의하였다. 일반적
으로 사물은 생명이 소거된 무생명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여기서는
사물의 ‘소리’를 통해 역동적인 생명력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 장에서는 인간의 층위가 사물의 층위로 변주되는 양상
과 사물의 층위가 신(神)의 층위로 변주되는 두 양상으로 나타난다.
전자에서 시적 자아의 ‘몸바꿈’, 즉 변신을 통해 초월적 욕망이 구체화
되고 있다면, 후자에서는 사물의 ‘소리’를 매개한 층위 이동을 통하여
초월적 생명력이 형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박목월 시인의 기독
교적 초월성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장에 나타난 은유
는 주로 구상에서 구상으로 내지는 추상에서 구상으로 변주됨으로써
시적 의미가 관념성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3. 식물 은유
박목월의 중기시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시적 대상으로 ‘나무’와 이것
의 열매로서 ‘과일’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식물 역시 시적 자아와 비
유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나무’는 사물과 달리 생명을 지님에도 불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43
구하고 땅에 고착되어 부동성을 지님으로써 결핍에 토대 한 유한자의
실존을 잘 드러내준다. 또한 이것은 유한자의 실존성과 더불어 이를
극복하려는 초월성이 겹을 이루면서 이중적 의미망을 형성하기도 한
다. 시적 자아의 유한성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본 바 있으므로21) 본고
에서는 이와 대비적인 초월성의 문제에 집중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먼저 그의 시 <원경>에 나타난 은유체계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遠景은 눈물겨운 조용한 眺望./ 山은 아름답고/ 江은 너그럽다.//
(중략)/ 모든 것과/ 正面으로 맞서서/ 그러나 한가락 微笑를/ 머금
고.// 구름과 꽃과 바람의 은근한 속삭임과/ 궂은 것의 흐느끼는 하소
연과/ 지줄대는 것의 흥겨운 노래를/ 이제는 다만 다소곳이 들어만 주
는 편.// 山은 아름답다/ 江은 너그럽고/ 그리고 나도 遠景속의 한그
루 가죽나무./ 찬놀하늘에 높이 솟았다.
<원경> 부분
fr₁₋₁ fr₁₋₂ fr₂ fr₃
산은 강은 나는 한그루 가죽나무는
아름답게 너그럽게 높이
(서 있다) (흐르다) 솟아 있다
위에 인용된 시에는 중년을 넘어 선 박목월 시인의 존재감이 형상
화되고 있다. 여기서는 시인의 눈앞에 펼쳐진 눈물겹고 조용한 ‘조망’
이 ‘원경’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자아의 내적 상태가 투영된, 즉
21) 박목월의 중기시에는 자아의 식물화 양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는데 그의 시
<춘소>, <뻐꾹새>, <풍경-眺望>, <나무>, <전신> 등에서는 자아의 식물화
를 통해 결핍에 토대 한 유한자적 실존이 구체화되고 있다. -박선영(2010),
위의 논문, 310~320면.
244 󰡔어문론총󰡕 52호
외면화된 자연이다. 이때의 자연은 은유적 의미망 속에서 시적 의미와
긴장을 생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시의 화자는 ‘물러
서 바라보’는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
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한가락 미소’를 잃지 않고 자연의 은근한 ‘속
삭임’과 궂은 것의 흐느끼는 ‘하소연’과 지줄 대는 것의 흥겨운 ‘노래’
를 ‘다소곳이’ 들어준다. 이러한 모습은 외부세계에 대하여 관조하고
포용하는 그의 내면 상태를 잘 보여준다.
먼저 이 시에는 “山은 아름답고/ 江은 너그럽다”라는 시구가 서두
와 결미에 반복되고 있는데 이때 ‘산’(fr₁₋₁)이라는 부동적 자연과
‘강’(fr₁₋₂)이라는 유동적 자연은 병치에 의한 은유적 관계를 이룬
다.22) 그리고 이 시의 “山은 아름답다/ 江은 너그럽고/ 그리고 나도
遠景속의 한그루 가죽나무./ 찬놀하늘이 높이 솟았다”라는 시구에서
이들 지시틀은 시적 화자 ‘나’(fr₂)와 병치되어 은유적 관계로 결합하
며, 이렇게 자연화된 화자는 다시 ‘한그루 가죽나무’(fr₃)와 은유적
관계로 결합함으로써 식물화된다. 이들 지시틀은 이질적이지만 지시틀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론적 융합을 이룬다. 그래서 높이 ‘솟’은
‘가죽나무’로 식물화된 ‘나’의 존재 상태는 ‘산’이 ‘아름답’게 ‘서 있’는
상태, ‘강’이 ‘너그럽’게 ‘흐르’는 상태와 동일한 의미망을 구축한다. 이
와 같은 시적 주체들의 아름다움, 너그러움, 높음은 화자가 지향하는
존재론적 속성을 잘 보여주는데 이는 지상적 존재의 한계성을 극복하
려는 초월의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편, 이 시의 ‘산’과 ‘강’과 ‘가죽
나무’는 화자의 내면의식이 투영된 자연 내지는 자연물이다. 말하자면
‘산’과 ‘가죽나무’가 지닌 수직적 높이와 ‘강’이 지닌 수평적 넓이는 그
가 추구하는 초월적 세계를 대변해준다. 일반적으로 뿌리가 지하에 있
고, 가지가 하늘을 향한다는 점에서 ‘나무’는 상부 지향성을 상징한
22) 이 시에서 ‘산’은 일차적 지시틀(fr₁), ‘강’은 이차적 지시틀(fr₂)로 설정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부동적 자연과 유동적 자연을 자연의 범주로 함께 묶
어서 ‘산’(fr₁₋₁), ‘강’(fr₁₋₂)으로 세우기로 한다.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45
다.23) 특히 ‘遠景속’의 ‘한그루 가죽나무’에 비유되고 있는 화자 ‘나’는
그 자체로서 고독한 존재를 표상하면서도 ‘찬놀하늘에 높이 솟’은 이
것은 역동적인 수직지향성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됨으로써 그의 초월
적 욕망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 시에는 부동적ㆍ유동적 자연의 층위→인간의 층위→식물의 층위
로 변전하는 가운데 시적 화자의 초월적 욕망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이 시에는 화자가 ‘나무’로 식물화되고 있는데 나무는 부동성을 지님
으로써 한계를 드러내지만 여기서는 이것이 지닌 수직지향성에 의해
역동성에 바탕 한 초월적 생명력을 산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의 시 <모과수유감>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 시의 “머리는 半
白./ 半平生 經營이 詩句 두어줄./ 너를 노래하여 싹튼 <朴木月>도/
이제 樹皮가 굳어졌는데……// (중략)// 그 나무는 博物館 처마에서/
두어자국 뜰로 나와./ 산채유와 나란히 어깨를 겨누고./ 비스듬히 이마
를 하늘에 기댄채/ 빛나는 궁창을/ 億萬年의 세월을 자랄듯한 微笑로”
에서 ‘박목월’(fr₁)은 ‘모과수’(fr₂)와 비유적 관계를 이룬다. 시적 화
자는 첫시집인 󰡔청록집󰡕을 쓸 무렵의 젊은 시절에 심겨져 있던 ‘모과
수’를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마주하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화자는 반평생을 살아온 ‘半白’의 자신을 ‘수피’가 ‘굳어’진 나무의 형
상과 동일시하는데 이때 그는 모과수의 ‘묵중한 인종’과 ‘태연한 좌정’
에 응시하면서 나무처럼 변함없는 자기 존재성을 희구한다. 이러한 시
의식은 “비스듬히 이마를 하늘에 기댄채” 이하의 마지막 시구로 연결
되면서 초월지향성을 표면화하기에 이른다. 즉 그는 ‘하늘’이라는 초월
적 공간에 기대어 ‘억만년’이 표상하는 영원의 시간 속에서 살기를 염
원한다. 그의 다른 시 <비의>에도 이러한 지향성이 나타나는데 이는
‘신’에 의한 초월성으로 이행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23) 이승훈, 󰡔문학으로 읽는 문화상징사전󰡕, 푸른사상, 2009, 96면.
246 󰡔어문론총󰡕 52호
내가 마련하는 土地는 나의 肉身./ 영원히 쇠하지 않을.// 내가 崇
尙하는 나무는 나의 영혼./ 늘 成長하는.// 그리고 쓰지 않는 나의 詩
는/ 神께 펴뵈일, 나의 音樂.// 이 깊은 底意로/ 내 生活은 밑바닥부터
準備되고// 나는 沈黙을 배운다. 환하게 지줄거리는 것을/ 한 가닥씩
끄고// 나는/ 찬란한/ 完全한 밤을/ 기다린다.
<秘意> 부분
위 시의 제목 ‘비의’는 시인이 ‘내밀하게 품은 뜻’으로서 이는 은유
적 의미망 속에서 그 의미가 구체화된다. 1~2연에서는 ‘나(육신, 영
혼)’(fr₁₋₁), ‘토지’(fr₂), ‘나무’(fr₃)가 병치되어 비유적 관계를 형
성한다. 일반적으로 ‘토지’와 ‘나무’는 인접성에 의한 환유적 관계에
놓여 있지만 여기서는 병치에 의한 은유적 결합으로 볼 수 있다. ‘토
지’라는 자연 공간의 층위는 영원히 쇠하지 않는 곳으로, ‘나무’라는
식물의 층위는 ‘늘’ 성장하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이질적인 이들 지시
틀은 항구성 내지는 지속성을 함유함으로써 유사성을 확보한다. 이때
화자가 마련하는 ‘토지’가 영원히 쇠하지 않을 그의 ‘육신’을 표상한다
면, 그가 숭상하는 ‘나무’는 늘 성장하는 그의 ‘영혼’을 표상한다. 특히
‘나무’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생명을 상징하고, 따라서 불멸성을 상징
하는 이미지들과 등가의 관계에 있다.”24) 그래서 이러한 인간의 식물
화 양상은 역동적 생명력을 생성하면서 화자의 초월적 욕망을 드러내
준다. 한편, 3연에서 ‘나’는 ‘나의 시’(fr₁₋₂), ‘나의 음악’(fr₁₋₃)과
병치되어 은유적 관계를 이루며 이들은 모두 인간의 존재론적 범주로
묶일 수 있다. 그래서 ‘쇠하지 않’고 영원히 ‘남아 있’는 ‘나’, 즉 ‘나의
육신과 영혼’은 ‘나의 시’, ‘나의 음악’과 함께 초월성 내지는 영원성을
의미화한다. 이때 침묵의 언어로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쓰지 않는 시’
는 ‘음악’과 등가를 이루면서 미학적 생명력을 창출하는데 이는 ‘신께
펴뵈일’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기독교적 초월성에 토대 해 있음을 알
24) 이승훈(2009), 위의 책, 96면.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47
수 있다. 이와 같이 박목월 시인에게 있어 ‘시 쓰기’는 “신과 대면하는
것으로서 영원한 것의 체험”25)을 가능케 해준다. 그래서 결국 그는
‘침묵’함으로써 세속적인 것을 제거하고 초월적 세계로 이행하며 ‘찬란
한/ 완전한 밤’을 기다린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중기시에서 박목월은 현실사ㆍ세속사의 중압
감과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기를 희구하면서 ‘욕망의 무게 덜어내기’ 내
지는 ‘육신의 짐 벗어버리기’를 시도하는데 이와 같은 그의 정신적 삶
의 상승의지는 식물적 상상력으로 변용되어 나타나고 있다.26) 특히
인간은 수직성을 지닌 ‘나무’로 식물화됨으로써 유한자의 실존을 극복
하려는 초월적 욕망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의 다른 시
<작품오수>에도 나타난다. 이 시의 “갈수록 힘에 겨운 人間의 義務를,
벗을 수 없는 苦役을 超滿員의 버스는 달린다. 허리에 오는 重量感.
구울며 磨滅하는 中古品 다이야의 세상을 뜰에는 앉아서 瞑想하는 꽃
나무, 생각하는 꽃가지”라는 시구에는 시적 자아 ‘나’(fr₁₋₁), ‘아
담’(fr₁₋₂), 초만원의 ‘버스’(fr₂), ‘만발한 꽃나무’(fr₃)가 은유와 환
유의 비유적 고리를 이룬다. 여기서 존재의 사물화 양상이 유한자의
존재론적 무거움을 나타낸다면 식물화 양상은 초월에의 욕망을 드러
낸다. 이 시에서도 초월에의 원망(願望)이 식물의 층위인 ‘꽃나무’로의
변전을 주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27) 한편, 그의 시 <對岸>의 “다
만 강 건너에서 멀리 어려오는 불빛을 對岸에서 흘러오는 한오리 應
答이냥.// 어둠 속에서 이마를 적시는 가을 나무”에서 ‘나’(fr₁)는 ‘가
을 나무’(fr₂)와 등가를 이루면서 메마르고 차가운 실존을 구체화하고
있다. 식물화된 자아는 강 건너편에 있는 언덕, 즉 ‘대안’을 응시하면
서 거기서 어려 오는 ‘불빛’을 ‘한오리 응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25) 오세영, 「‘영원(永遠)’ 탐구의 시학」, 󰡔한국언어문화󰡕제23집, 한국언어문화학
회, 2003.6, 233면.
26) 김재홍, 󰡔한국현대시인연구󰡕, 일지사, 1987, 364~467면.
27) 박선영(2010), 위의 논문, 312~313면.
248 󰡔어문론총󰡕 52호
러한 행위는 유한자적 실존을 벗어나려는 그의 초월적 욕망을 대변해
준다.
한편, 위의 시편에서 인간이 수직적인 ‘나무’로 변주되는 식물화 양
상을 나타낸다면 아래의 시편에서는 인간이 나무의 열매, 즉 ‘과일’로
변주되는 식물화 양상을 드러낸다.
마치 한개의/ 돌복숭아가 익듯이/ 아무렇지 않게 熱한 땅 기운/ 그
끝없이 더운/ 크고 따스한 가슴……/ 늘 사람이 지닌/ 엷게 熱한 꿈으
로 하여/ 새로운 悲劇을 빚지 말자./ 自然처럼 믿을 수 있는/ 다만 한
오리 人類의 體溫과/ 그 깊이 따스한 핏줄에/ 의지하라./ 의지하여 너
그러이 살아 보아라.
<따스한 것을 노래함> 전문
열한 (붉은)
땅에는 돌복숭아 (표면에는) (나의) 가슴에는
fr₁ fr₂ fr₃
크고 따스한
기운이 꿈이
끝없이
(퍼지다) 익어가다 빚(어지)다
이 시에는 ‘따스한 것을 노래’하는 시인의 삶이 은유적 의미망 속에
서 전개된다. 먼저 이 시의 “마치 한개의/ 돌복숭아가 익듯이/ 아무렇
지 않게 熱한 땅 기운”이라는 직유적 언술에 의해서 끝없이 ‘열’한 기
운이 ‘퍼지’는 ‘땅’(fr₁)은 ‘붉’은 기운이 ‘익어가’는 ‘돌복숭아 표면’(fr
₂)과 등가를 이룬다. 그리고 이 시의 “熱한 땅 기운/ 그 끝없이 더운/
크고 따스한 가슴……”라는 시구에서 더운 ‘땅’ 기운은 ‘크고 따스’한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49
‘꿈’이 끝없이 ‘빚어지’는 ‘나의 가슴’(fr₃)과 병치되어 은유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해서 이 시에는 ‘땅’이라는 자연 공간의 층위, ‘돌복
숭아 표면’이라는 식물의 층위, ‘나의 가슴’이라는 인간의 내면적 층위
가 은유적 고리로 엮이게 되는데 이들은 상호작용함으로써 역동적 생
명력을 산출해낸다.
이 시의 ‘돌복숭아’는 깊은 산속에서 자란 야생 열매로서 아주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에 비유된 ‘땅’과 ‘사람의 가슴’도 이러
한 생명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들 지시틀은 ‘끝없이’라는 부사어를 공
유하면서 무한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생명력을 파생시킨다. 따라서 ‘돌
복숭아 표면’에 ‘붉’은 ‘기운’이 끝없이 ‘익어가’는 것은 ‘땅’에 ‘열’한
‘기운’이 끝없이 ‘퍼지’는 행위, ‘나의 가슴’에 ‘크고 따스’한 ‘꿈’이 한
없이 ‘빚어지’는 행위와 동일한 의미망을 구축하게 된다. 이때 사람의
가슴에 ‘빚어지’는 ‘크고 따스한’ 꿈이란 결핍된 존재성을 넘어서는 초
월적인 꿈을 뜻한다. 위 지시틀의 ‘붉은’-‘열한’-‘크고 따스한’이라는
수식어는 모두 온화한 생명력에 바탕을 둠으로써 긍정적인 의미맥락
을 형성한다. 또한 ‘익어가다’-‘퍼지다’-‘빚어지다’라는 술부군은 심화
ㆍ확대되는 운동성을 지님으로써 시적 주체가 지닌 창조적 생명력을
배가시킨다. 이와 같은 초월적 생명의지로 인하여 이 시의 행간에는
메마름이나 삭막함의 이미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 이 시의
화자는 그가 지향하는 존재론적 삶을 타자에게 청유 내지는 명령의
어조로써 전달하는데 이는 새로운 ‘비극을 빚’지 않고 ‘자연’처럼 믿을
수 있는, “다만 한오리 인류의 체온과 그 깊은 따스한 핏줄”에 ‘의지
하’여 ‘너그러’이 사는 온화한 삶이다.
이처럼 이 시에는 이질적인 세 지시틀이 대립과 통합의 은유적 의
미작용 속에서 초월적 생명력을 생성하고 있다. 여기서도 ‘나의 가슴’
이라는 인간의 내면이 ‘돌복숭아’라는 과일로 변전하는 식물화 양상을
통해 역동성에 바탕 한 초월의지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
편, ‘과일’은 물기를 지님으로써 역동적인 생명력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250 󰡔어문론총󰡕 52호
이것은 그의 다른 시 <과육>에 잘 나타난다.
果肉도/ 肉이라는 말이 붙는다./ 담백한 육의 세계./ 이만쯤에서/ 나
도 과일이 된다./ 피는/ 물이 되고……/ 잇발에 연한 果肉./ 소용돌이
치는/ 불길이어,/ 걷잡을 수 없는 本能의/ 凝血이어,/ 거멓게 맺힌./ 거
역할 수 없는/ 攝理여,/ 時間의/ 채찍이어,/ 너무나 酷毒한./ 다만, 과
일만이 시간에/ 순응하여/ 가지끝에서 成熟한 열매./ 과육도/ 육이라
는 말이 붙는다./ 깊은 밤/ 입에 씹히는/ 酸味의 滋養分.
<과육> 전문
위 시에는 동물적 본성을 지닌 시적 화자가 ‘과일’이 됨으로써 식물
화 양상을 이끈다. 우선 ‘나의 본능’(fr₁)은 ‘불길’(fr₂), ‘피’(fr₃)와
비유적 고리로 엮이는데 이는 동물적 본성에 토대 한 화자의 실존을
의미화한다. 이때 ‘들끓다’가 ‘허무’가 되는 ‘나의 본능’은 ‘소용돌이 치
다’가 ‘재’가 되는 불길, ‘엉기다’가 ‘거멓게 맺히’게 되는 ‘피’와 등가
를 이루면서 ‘걷잡을 수 없는 본능’을 구체화해낸다. 이때 ‘나의 본능’
의 무화, ‘불길’의 사라짐, ‘피’의 엉김은 죽음과 허무라는 부정적인 의
미망을 형성하는데 이는 생명에 토대 한 식물적 삶과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화자는 자신의 ‘육체’(fr₁)를 ‘과육’(fr₂)과 동일시하면서 ‘담
백한 육의 세계’를 염원하게 된다. 이는 ‘과육’과 같이 ‘담백’하고 ‘연’
한 식물적 삶에 대한 바람이다. 이 시의 “피는/ 물이 되고……”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지향하는 것은 ‘피’ 대신 ‘물’, 즉 동물적
본성이 아닌 식물적 본성이다. 그는 식물 중에서도 ‘산미의 자량분’이
스민 ‘과육’의 존재 상태를 욕망하는데 이는 ‘과일’만이 “시간에/ 순응
하여/ 가지 끝에서 성숙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그가
원하는 삶이란 ‘시간’이 표상하는 ‘신의 섭리’에 순응함으로써 자신의
‘육체’에 ‘담백하고 연’한 ‘물’이 도는 식물적 삶, 즉 그의 내면에 ‘성숙
한 열매’가 맺히는 초월적 삶이다. 이렇듯 이 시에는 인간의 식물화
양상을 통하여 기독교적 초월성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런 양상은 그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박선영 251
의 시 <無題3>에도 나타난다. 여기서는 비유적 관계를 이룬 주체들이
‘신’의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꽃에서/ 사과가 되는 사과의 全過程을/ 생각한다.// 그런 생각 속에
서/ 나는 그 분을 만난다./ 눈이 환한.// 그 분은/ 허리에 푸른 띠를
두르고 계셨다.// 始源에서/ 바다에 이르는 兄山江의/ 길고 끝 없는
흐름……// 그 분의 노래는/ 항상 너그러운 律調를/ 띠운다.// 꽃에서/
사과가 되는 사과의 노래// 始源에서/ 바다에 이르는 흐름의 노래,//
그리고 나는/ 오늘/ 한 개의 질그릇이 되기를 바란다.// 흙으로/ 빚은.
불로 구운./ 그 全過程을 거쳐 하나의/ 完成品./ 물을 담는/ 어줍잖은
물그릇이라도 좋다.// 나의/ 詩에 담겨진,/ 그 분의 숨결 그 분의 손길
/ 그 분의 律調를 나는/ 경건히 기다린다.
<無題 3> 전문
fr₄
꽃이
사과는 바다는 나는, (시인은) 질그릇은
fr₁ fr₂ fr₃
(물줄기가) 詩가 흙이
그 분의
(열매로) 강으로 숨결로, 손길로, 율조로 (물로), 불로
(맺혀서) 흘러서 담겨져서 빚어져서, 구워져서
되다
시적 화자 ‘나’는 ‘詩’를 빚는 ‘시인’이다. 그는 우주의 섭리를 사유
하는 가운데 ‘그 분’으로 표현된 절대자를 만나게 된다. ‘그 분’의 ‘환’
한 눈은 맑은 심성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허리’에
두른 ‘푸른 띠’는 신비감을 조성하고 있다. 언술의 차원에서 볼 때, 이
252 󰡔어문론총󰡕 52호
시에는 ‘사과’, ‘바다’, ‘나, 시인’, ‘질그릇’이라는 사물 내지는 존재의
시원이 병치되어 은유적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이 시의 전반부
에서는 ‘꽃’에서 ‘사과’가 되는 ‘사과의 노래’와 ‘시원’에서 ‘바다’에 이
르는 ‘흐름의 노래’가 병치를 이룸으로써 ‘사과’(fr₁)라는 식물의 층위
와 ‘바다’(fr₂)라는 자연적 공간의 층위가 은유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 지시틀은 “그리고 나는/ 오늘/ 한 개의 질그릇이 되기를 바란다”
라는 구절과 병치를 이루면서 시적 화자 ‘나’(fr₃)와 은유적 관계를
이루며, 이 화자는 다시 한 개의 ‘질그릇’(fr₄)으로 몸바꿈을 한다.
위 지시틀에서 세로축의 선형구조는 아주 작은 질료 내지 대상이
완결성을 갖추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이들이 변주되어
가는 ‘전과정’을 통하여 ‘그 분’을 만나기를 희구한다. 여기서 은유적
대응을 이룬 가로축의 네 지시틀은 상호작용함으로써 ‘되다’라는 술어
를 공유하면서 통합적 의미를 수렴해내는데 이것은 존재론적 전환을
의미한다. 즉 ‘꽃’이 ‘열매’로 ‘맺혀’서 ‘사과’가 되는 것은 작은 ‘물줄
기’가 ‘강’으로 ‘흘러’서 ‘바다’가 되는 행위, ‘시’가 그분의 ‘숨결, 손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26
전체:
64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