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곁에서

2007.02.17 15:06

김영교 조회 수:244 추천:36

* 삭막한 마음밭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렴. 즉시 나무 그늘에서 쉬려는 희망일랑 품지 말았으면 한다. 생명은 생명을 싹트게 하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의 싹을 움틔운단다. 그것은 생명을 심는 것, 사랑을 심는 것이지. 어떤 댓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생명과 사랑의 순환법칙에 동참할 때 벌써 자신의 마음밭은 수목 울창한 숲이 되지. 명심하거라. 고아의 편지는 아침햇볕 다리미 밤새 어깨 긴장에 눌려 쭈글거리는 나를 쫙 펴준다. * * * * * 오늘 2월 16일은 차고 옆 메이플 츄리 하나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슬픈 날이었다. 해마다 떨어지는 낙엽 쓸면서 '걱정도 함께 쓸어 버려' 가르치던 스승 Rug나 발판, 미니 카펫 먼지를 기대어 툭툭 털면 무던하게 잘 받아주던 가슴 욕심을 버릴줄도 때를 알아 싸뿐히 뛰어내릴줄도 아는 나무 Home Association에서 고용된 인부는 둥글게 홈을 파며 내려가 깊은 뿌리를 갈아치우는 처단을 집행하고 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가깝고도 먼 그대 최석봉시인이 처다보기를 즐기던 추억의 나무 전기톱에 몸뚱아리와 사지가 두 동강이로 잘라지고 베어져 넘어지면서 얼마나 속으로 아파서 절규 했을까! 나무에게 젖은 아듀를 손흔드는 나 7-up과 에로해드를 건내받은 tree-cutter는 나에게 미소를 건낸다. 답례할 약간의 미소 실밥도 나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물끼머금은 나무살갗과 나이테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하이얀 피가 파아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나무의 눈물이었다. 있음에서 지나감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여름날의 그 영광스럽던 푸르름 우윙-트랙터 전기톱이 몸뚱아리와 사지를 동강이 내었다. 키를 꺾고 심장을 뚫어 그것도 부족하여 베어내고 자르고 쪼개고 맑은 피가 푸른 하늘에 치솟았다. 저항없이 허공으로 훗날리다 그 다음 땅위를 두껍게 덮었다.먼지처럼 사라지는 톱밥에 박힌 나무 디엔에이들... 몸서리치는 인내를 저울질 당하는듯했다. 스승이 나의 발 아래 늘부러져도 속수무책인 채 지켜 보기만 하는 나는 다름아닌 방관 가해자였다. 우람한 둥치와 저력있는 뿌리친척들 불러모아 고별 경건회라도 했을까 저 순종을 보라 흙으로 귀의하는 길 경례를 보냈다. 구역예배 후 귀가하니 늘 지켜주던 수문장 나무 한 쌍 오늘 밤은 외롭게 혼자 서있다 낮에 사라진 그 쪽을 넘겨다 보면서. 안뜨락에 나무 하나 심을 것을 약속하며... .일기(2/16,2007) ------------------------------------ 모사방의 꼬릿글 (2007-02-18 02:17:22) 몇년 전, 워싱턴에 폭풍 이세벨이 다녀가셨지요. 새벽에 훤해진 창문이 이상해서 내다보았더니 앞마당에 서있던 체리나무 두 그루가 쓰러져 있더군요. 할수없이 톱으로 몸통을 잘라내고 그 주변에 벽돌을 동그랗게 쌓아서 작은 화단을 만들어 주었지요. 그래도 어찌나 안쓰럽던지 노란 국화를 사다가 화분째 올려 놓아 주었어요. 그러고보니 마치 장례식을 치르는 모양 같았어요. 미안해서 화분을 치우고 잘라진 부분을 쓰다듬어 주었지요. 잘가라고.... 하지만 다시 일어나 보라고..... 봄에 다시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 싹을 반가워하지 않았어요. 나올 때마다 또옥 따버리고 트리머로 잔인하게 잘라버렸지요. 아무도 그 나무가 그만큼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거예요. 게다가 없어지고 보니 집도 환해지고 마당이 넓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선배님 댁 나무는 영광스런 퇴진을 했네요. 흙으로 귀의 하는 길에 깊은 경의로 지켜보는 분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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