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천의 시창작 실기 /8/24/07

2007.08.29 13:45

김영교 조회 수:174 추천:42

시를 쓴다는 일은 영혼의 전신포복이라 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오체투지한 채 한뼘 한뼘 배밀이를 해나가는 일이다.

어찌하여 나는 사람이며 저것들은 돌인가, 우주의 이 일점 별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가. 누구도 내 궁금중을 풀어줄 길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라고 생각하면 저것이 새로이 나타나고, 이 모습을 가질 때에는 저 모습이 또 출현하는 이 무차별의 정신계는 어쩌면 처음부터 미로로 짜여진 한 세계였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장주(莊周)도 혼돈을 이 세계의 거푸집으로 내세웠던 것이리라.

내 안에서 나를 영매 삼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것들을 여지껏 시라고 불렀지마는, 나는 그 거품의 시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시를 만나고 싶다. 맥주의 거품이 그러하듯 시의 향과 맛은 실상 이 거품에 담겨져 있는 것이라 알고 있는 나를 지나서, 아직도 발표되지 않은, 덩어리째로 내 안에 숨어 있는 것들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하더라도 막상 창작을 체계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 작품이 내용에 따라 그에 걸 맞는 형식을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그 내용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시 쓰기는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갈등이나 절망을 화해로 풀어내고 씻어내는 한판 굿거리처럼 신명 나는 일이므로, 이처럼 신명 나게 시를 쓰려면 ‘어떻게’ 에 관한 규칙을 정해 놓아야 한다.

*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1. 창작시간은 30분 정도로 짧게 잡아 단시간에 집중의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2. 제 1조가 손에 익을 때까지 한번 쓴 작품을 수정하지 말라.
3. 한편의 시를 15행, 4단 구조로 전개하라.
4. 하고 싶은 말을 쓰지 말라
5. 운명이니 사랑이니 가족이니 사회니 남의 이야기와 같은 것들을 쓰지 말라
6. 자신의 상처나 부끄러움이나 죄를 고백하라

* '어떻게'의 형식을 익힌 후에는 내용에 걸 맞는 새 형식을 창출하는 예술 원론에 몸을 맡겨라.
전과 달리 한번 써놓은 작품을 꼼꼼히 퇴고하고, 좋은 모티브가 잡히면 시인의 내부에서 숙성이 되도록 기다리는 법을 익혀라.

*‘어떻게 쓰느냐’는 명제에서 벗어나 ‘무엇을 쓰느냐’에 헌신하는 과정에 돌입하라.

* 시는 평생에 걸쳐 작성해야 하는 답안지이며, 그 답안지는 한편 한편의 시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LA 한인타운 만리장성에서-
오연희발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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