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유장균
2007.02.07 15:23
이 아침의 시...
전략
‘잘 만났다 나도 이 곳으로 쫓겨 온 후 고통이나 절망을 식은 죽 먹기로 했다
독하기는 매한가지다 한판 붙어보자 쫓고 쫓기기를 몇 번, 헛 발길질도 몇 번
또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이 비생산적 자존심에서 한 발 물러서기로 한다
그놈도 내 뜻을 짐작한 모양이다 또아리 틀었던 흉물스러운 고정관념을 풀고
안전거리 밖으로 철수했다
우리는 독과 독의 극한 대결을 버리고 무승부를 택했다
때로 독을 푸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또, 다른 세상으로 추방당하기보다는
이 세상을 택했다 현실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다 저 구불구불하면서도
강인한 생존의 방울 소리가 그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유장균(1942-1998) ‘방울뱀’
치열한 이민의 삶 속에 이질적 시제를 은유적 표현으로 포장하여 시적 관심을 새롭게 불러온다. 열악한 사막에 서식하는 방울뱀은 바로 시인 자신이고 우리들 자신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펄펄 끓는 돌덤불이나 선인장, 가시나무 밭, 거칠고 메마른 모랫벌을 배를 깔고 기면서 고통이나 절망의 곤충들을 잡아먹고 연명하는 방울뱀, 살아 남으려다보니 독(악)밖에 남는 것이 없어 독종일 수밖에 없다는 이민 초창기의 어려움을 잘 묘사하여 생존의 절박성을 깊이 드려다 보도록 한다. 어느덧 그 애환에 동화되고 만다. 이민 삶은 선택이지 추방이나 탈출이 아니므로 이민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생존이 미덕임을 환기시키며 아울러 고뇌의 산을 넘어 이민시대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어 미래지향 모색에 의미가 크다.
(김영교 시인)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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