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2012.01.22 12:32

김영교 조회 수:280 추천:8

1장 털썩 해는 왜 아침마다 빙그레 웃으면서 떠오르는 것일까. 소나무는 멀리서 바라보면 참으로 의연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인색한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소나무는 어떤 식물이라도 자기 영역 안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소나무 밑에서 채취한 흙을 화분에 담고 화초를 길러보라. 어떤 화초도 건강하게 자라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래서 대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있어도 소나무는 군자의 대열에 끼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초딩이 이외수의 사진을 보고 “나 이사람 누군지 알아”라고 말했다. 엄마가 대견하다는 듯 물었다. “이 사람이 누군데?” 그러자 초딩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모수야.”. 본인의 <자객열전>이라는 단편소설을, 국내 어느 유명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가 번역한 적이 있었다. 나는 영어라면 먹통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번역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본문 중의 ‘호리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했는지만 찾아보았다. 그 외국인 교수는 ‘호리병’을 ‘horeesickness’로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신음처럼 혼잣소리를 내뱉었다. 아, 쉬펄. 예술이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카알라일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그렇다, 태양으로는 결코 담뱃불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태양의 결점은 아니다.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사내 하나가 자기 불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제자-책을 읽지않는다고 왜 부끄러워해야 합니까? 격외옹-자존심이 상한다면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을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책을 읽지않는다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니까. 때로는 날 보고 이외수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쩐다. 2장 쩐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 행복은 바로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째 자지 못했던 젊음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떤 사내 하나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면서 전철을 누비고 있을있을 때. 홀연히 예수님이 나타나서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지금 뭐 하세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 세 살짜리 꼬마가 낭랑한 목소리로 네게 물었다. 하야버지는 커서 뭐가 될꼬예요. 대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무나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가슴 안에 한 송이 꽃이라도 피운 적이 있는 사람이 죽어서 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은 예술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기술이지 예술이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수천억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쉬파, 빈곤으로 허덕이는 이웃을 땡전 한푼 도와줄 수 없다면 그넘이 가난뱅이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때로는 어떤 사람의 성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전세계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이다. 그래서 이기적인 성정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비극과 위험까지를 공동으로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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