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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모아 마가리타 (No more margarita) - 김영교


아버지날 초대 저녁식사 장소는 파사데나에서 역사가 제일 깊고 맛과 분위기가 으뜸이라는 한 멕시코 식당이었다. 미리 예약된 좌석은 예쁘게 장식된 식탁 꽃과 선물, 며느리는 성의를 보이며 우리를 안내했다. 딸 대신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를 늘 대견해하는 우리집 아버지이다. 흐뭇해하는 기색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 해는 아들네 가정에 참으로 벅찬 일들이 많았다. 침실을 하나 더 늘이고 민과 준을 입양, 견공도 한 마리 더 입양하여 가족이 갑자기 세 명에서 여섯 명으로 불어났다.


모두 나름대로 메뉴를 검토해 보고 각자 음식을 주문하는 상기된 표정들이 정겨워보였다. 아들의 제안대로 나는 제일 인기 있고 맛있다는 별표 스립프 갈릭소스 (Shrimp Garlic Source)를 주문했다. 가족 한명 한명 짚어가며 음식주문이 끝났다. 가족 모임을 자주하다보니 새 식구도 정이 들어 참 좋구나 싶었다.


실내를 살펴보았다. 이국적 그림들이 음식 냄새에 춤이라도 추듯 생동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어른은 어른대로 음식 기다리며 떠드는 손주들의 지느러미 퍼득이는 생선의 생동감,  그대로를 지켜보며 흐믓해했다.


그 무렵 마가리타 2잔이 남편과 아들, 두 아버지 앞에 놓여졌다. 나머지 가족들은 주문한 물이나 소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옥수수 재료 일품 전통요리에 서비스도  부드러웠다. 메인 코스가 각자 앞으로 착오 없이 도착했다.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과 친해지려고 열중하는게 보기 좋았다.


예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식사 도중  나의 속이 너글거리기 시작했다. 눈짓으로 양해를 얻어 남편의 칵텔 잔에 삥 둘러 쳐 달라붙어있는 소금을 베어 먹었다. 짠맛이 가라앉혀주기를 기대한 것은 나 혼자 내린 처방이었다. 소금끼에 시쿰한 액체가 입안을 행궜다.  불을 지른건가? 호흡이 가빠왔고  매스껍고 울렁거렸다. 확확 달아오르는 게 예삿일이 아니었다. 심상치 않았다. 심장이 터질듯 쿵쿵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답답하고 더워 단추를 열고 옷을 훌훌 벗고 싶을 정도였다. 손발은 싸늘한데 마디마디 조여왔고 이상한 느낌은 찌릿찌릿했다. 죽을 맛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어질어질했고 휘청거렸다.


참고 참다가 일어나 엉금엉금 화장실로 갔다. 막힌 숨통을 뚫어야 살 것 같았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토했다. 눈물을 흘리며 다 토해냈다. 한참을 닦아도 고이는 눈물이 토악질과 함께 그렇게 나를 버텨주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진 여자가 변기에 앉아 울고 있는 화장실 풍경, 아버지날 축하 식탁에서 그만 울상 변기환자가 된 내 몰꼴이라니... 우째 이런 일이, 참으로 어이 없었다. 난감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식이 돌아와 눈물도 닦고 입도 닦고 괜찮은 듯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며 아직도 따끈한 음식을 내려다 보았다. 식욕은 사라졌지만 분위기는 그나마 지속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다. 깨끗한 남편의 차안에서 참을 수 없어 또 토했다. 미안한 생각은 제정신이 들고나서였다. 냄새나는 이물질을 어찌할꼬! 여전히 어지럽고 몽롱하고 입안이 썼다. 병물을 마시고 숨을 가다듬기 전에 나는 그만 맥을 놓고 머리는 쏟아져 좌석옆으로 그만 인사불성이 되었다.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겨우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땅을 디디는데 허공에 붕 떠 있는 듯 했다. 엄지발고락이 찌렁찌렁 전기가 오르내리며 폭발되기 바로 그 직전 같았다. 발바닥이 몸에 붙어있는데 발은 내발이 아니고 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어젼트 케어 의사는 식중독이라 했다. 치료는 항생제와 따뜻한 물 마시기 수액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했다. 디톡스 처방 같았다. 혼이 난 경험이 노 모아 마가리타를 외친다. 멀리 나갔다 돌아오지 못할 뻔 한 나의 정신줄, ‘조심하지...쯪쯪’ 남향 침실 유리창 넘어  보름달이 염려스런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노 모아 마가리타!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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