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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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살손인선

 

 

나는

쌀이라 하는데

포항 사시는 할머니는

살이라고 해요

 

할머니살이 아니고 쌀.”

그래살이 아니고 살.”

아무리 말해도

할머니는 쌀을

살이라 해요

 

쌀밥을 많이 먹어

밥심으로

농사짓는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말하는

쌀도 되고

살도 되고

힘도 되지요


경상도 지역에서는 그냥 오래전부터 쌀을 살이라고 발음해왔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발음을 따지는 이유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뜻만 정확히 전달된다면 굳이 발음의 디테일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실제로 ‘쌀’의 어원이 사람의 ‘살(肉)’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쌀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양식이므로 쌀을 먹으면 살이 되기 때문에 ‘살’이 ‘쌀’이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쌀이기 이전에 살이어서 하나도 우스울 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쌀은 우리 민족에게 살과 피, 그리고 정신 그 자체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농경문화를 이어온 우리 조상들은 쌀에도 생명과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어 왔다. 볍씨에서 나락으로 가을에 열매를 거둬들이는 과정은 곧 사람의 일평생 과정이며, 쌀을 먹는 사람은 쌀의 영혼과 기를 받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여겼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은 쌀밥이 아니라 ‘살밥’인 것이다. 그 살이 지금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늘 마트에서 보니 햅쌀도 할인판매를 하고 있었다. 사먹는 사람에겐 반가울지 모르지만 풍년이라도 농부의 마음은 무겁다. 소비부진과 재고과잉, 조생종 작황호조의 결과다.

해설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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