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시(詩)는 무슨 힘으로 쓰나 / 김영교

2017.03.02 10:29

kimyoungkyo 조회 수:123

시(詩)는 무슨 힘으로 쓰나   

 

문우들과 함께 식사할 때가 종종 있다. 문학 강의나 특강을 끝내고 뒤풀이에서 달게 먹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 한 마디씩 한다.  부러워서 일까 으레 듣는 소리, 선의의 소리로 여긴다.

 

‘김영교 선생님, 참 잘 드시네요, 살도 안찌고 어쩜 그렇게 날씬하세요?’ 

그렇게 많이 먹고 또 맛있게 먹고도 여전히 미달체중인 내가 부러워서 하는 말일게다. 내 큰 키가 감춰주니 좋겠다는 말인것 같다. 그 나이에 그것도 여자가 세련되지 못하게 정말 많이 먹는구나로 바뀌어 들릴 때도 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가만있지를 못하고 한마디 건넨다.


‘그럼요. 제가 번 아웃(Burn-out) 하는 에너지가 얼만데요.’ 하고 정당화 하려든다. 순간 주변 분위기가 약간 머슥해진다. 얼른 누군가가 조심스레 말한다.

 

‘문학 하는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아요? 식성이 까다롭고 소화기능이 약해 아무 음식이나 잘 안 먹는 것을 어디선가 읽었어요.’ 한다. 


깡마른 문인, 그것도 시 쓰는 시인 치고 나는 술을 체질상 못한다. 마가리타를 입에 댔다가 혼이 난적이 있다. 체질이 그렇다. 시인은 창백하고 밥상머리에서부터 세간의 색안경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지론이 뜬다. 통찰력으로 사색해야하고 시를 사모해야 하고 품고 뒹굴고 고백하고 그리고 회임 출산의 경로를 다들 알고 있다. 더군다나 퇴고의 고개를 오르내릴 때 마감을 앞두고 새벽 까지 눈도 못 부친다. 그 창작 문인 중에도 시인은 밥 먹는 것도 멀리 헐렁한 차림에 맨 얼굴일 때가 허다한 경우를 잘 알고있다. 나도 그럴 때가 있기때문에 잘 안다. 

 

내 주변엔 먹는 것을 포함해 잘 나가는 문인들이 많다. 일상에서 좋은 작품 쓰려고 집중하는 시인들이야 말로 참으로 고고하다. 촉각을 세워 음식이나 의복, 언어 및 헤어 스타일, 핸드백등 구색을 가춘 세련된 여류들이다. 항간에서 신경 쓸 정도로 엉뚱한 행색에 생뚱맞는 행동을 하는 시인은 거의 없다. 방송이나 초청강의, 신문 매체를 통해 나이값을, 문인값을 잘 해내고 있다.

 

나는 대부분 글사랑 문학동인들과의 식사는 강의 전에 한다. 식사하면서 긴장을 푼다. 웃고 먹으며 상대를 경청하게 된다. 중요한 특강을 앞두고 있을 때 특히 그렇다. 밥을 일절 삼키지 않아야 행사나 낭송 집중이 잘된다는 문인도 많다. 잠을 설친 날 입안이 칼칼해도 남편 아침밥을 차려주고 그 옆에서 풀코스로 식사하는 나는 대화를 이렇게 끝낸다.

 

‘예날이나 지금이나 체력은 국력, 필력은 밥심에서'라는 내 지론을 펼친다. 나의 먹는 전선에 이상 없는게 고맙다. 입맛 당기는 먹거리, 군침 돌게하는 시각적 유혹, 그 활력이 삶과 시창작에 또 사람 관계유지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두말하면 잔소리일 게다.

 

끼니를 거르고 강의에 임하는 일을 나는 삼가하고 있다. 명강의가 아니어도 병력(病歷)이 있는 나는 식사 대용 스넥이라도 챙겨간다. 그래서 강의실은 느긋하고 편한 생활공간이 되게 하면 조날꾸* 시심이 솟는다. 펄럭이는 나의 구호이다. 바로 그게 필력이다.


*조-조금씨

 날-날마다

 꾸-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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