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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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말했더니오은영

 

 

사다리가 전봇대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하나밖에 없네."

전봇대도 사다리를 보고 놀렸어요.

"넌 다리가 두 갠데도 혼자 못 서지?"

 

사다리가 말을 바꿨어요.

"넌 대단해!

다리가 하난데도 혼자 서잖아."

전봇대도 고쳐 말했어요.

"네가 더 대단해!

사람들을 높은 데로 이끌어 주잖아!"

 

월간아동문예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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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고갯길을 오르고 있었다할머니는 걷기가 너무 힘이 들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영감~, 나 좀 업어 줘!" 할아버지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사내 체면에 할머니를 업지 않을 수 없었다할머니가 물었다. "무거워?" 할아버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무겁지얼굴이 철판이지 머리는 돌이지 간댕이는 부었지 심장은 강심장이지그러니 안 무거워?" 한참을 그렇게 걷다 지친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멈이젠 할멈이 나 좀 업어주면 안될까?" 기가 막힌 할머니는 그래도 할아버지를 들쳐 업었다. "생각보단 가볍지?" 그러자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럼~가볍지골은 비었지 쓸개는 빠졌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 없지~무 가볍지."


  요즘 유행어로 디스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말 나온 김에 언제부턴가 우리의 일상에서 이 디스라는 영어가 교묘하게 '있어 보이는말처럼 포장되어 방송이고 학교에서고 마구 퍼져 유통되고 있다무례와 결례라는 뜻을 가진‘disrespect’이란 단어의 앞 철자를 딴 것인데, ‘비하하다험담하다폄훼하다깎아내리다란 의미로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원래는 힙합 음악에서 래퍼가 손가락질 해가며 디스 배틀을 벌인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실전에선 그렇게 서로 헐뜯기 시작하면 결국엔 곱게 말로 끝나기는 어렵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아니 요즘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라고 고쳐 말하기도 한다아주 드물게는 오는 말이 곱지 않아도 가는 말은 고와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려는 사람도 있다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이 상대방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준 사례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그러나 가끔 웃는 낯에 침도 뱉는 세상이라 왼쪽 뺨까지 내미는 경우는 오기와 깡의 발동이 아니고서는 현실에서 상상하기 어렵다철저히 이에는 이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탈리오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상대를 귀히 여기면 상대도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자명한 이치인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인간의 공격본능 탓일까.의도된 폭언이나 막말은 물론이거니와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도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고그 상처는 곧 비수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데도 말이다한 저명한 정신의학자의 진단으로는 세로토닌 결핍증’ 탓이라고 한다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런 교감신경 과잉 흥분에 걸린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말뿐 아니라 돌발행동으로도 이어진다일단 폭발하면 분노 반응이 더욱 격화되어 평생 후회할 일도 서슴없이 저지른다아름답고 향기 있는 말까지는 아니더라도언어의 순환법칙을 염두에 두고 말의 온도 (해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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