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지상의 모든 꽃들은 그리 힘들게 피는 거지요. 
그리 힘들게 피어난 꽃이 한순간 져버리는 걸 보면 가슴 밑바닥이 서늘해집니다만. 
우리 생의 조건이 또한 그러합니다. 피해갈 수 없지요.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절절히 노래했듯, 
생의 환희와 비애가 한 꽃송이 속에 찬란히 얼룩져 있습니다. 
그래요, 사랑도 그러합니다. 만나서 사랑하기까지 한 송이 꽃이 피듯 우리는 피어나지요.
만나면 헤어짐이 있을 것이고 사랑을 시작하면 끝도 있는 것이지요. 
헤어짐과 끝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 합니다. 
고통을 감내하면서라도 사랑을 향해 움직여가는 이런 방향성, 
때로 바보 같아 보이는 그 정향성이, 바로 우리의 힘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사랑하거나 헤어지거나 잊는 것이 
한참이라서 힘든 그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스스로를 향해 파이팅! 외쳐주는 것.
소리꾼 장사익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를 열창하여 보는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김영랑 시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를 국악 리듬에 맞춰 연주했다. 
노가수의 무대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감동을 선사한다 ( net. scr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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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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