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 데니 / 김영교

2010.02.26 03:13

김영교 조회 수:793 추천:267

어머님 노인 아파트에 새로 온 메니져 친절하고 부지런하다 청결한 주위 입주자들이 다 좋아한다 손바닥 크기의 우리집 뒷 뜨락 과목도 있고 선인장 화분들과 군자란 천사의 나팔, 상사화의 꽃밭도 있다 내가 들어서면 데니를 좋아하는 어머니처럼 밤새 더 풋풋해진 초록 얼굴 다투며 내민다 떡잎도 떼고 때에 맞게 물도 거름도 뿌리면 자격있는 정원 관리인으로 여기고 늘 싱싱한 기쁨을 건네준다 문득 어디선가 '메니저님' 하고 부른다 첫째 건강 관리는 제대로 하고있는지 물어온다 절제와 운동, 섭생과 믿음의 호흡을 잘 조절하는지를 둘째 시간 관리면은 어떤가 <오늘>,<지금>이 나의 때, <여기>가 나의 장소, 최선을 다하고 마음껏 누리라고 일러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앞에 숨쉬고 행하는 모든 것이 내 삶의 내용, 의미 한 순간도 낭비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생각이 나를 휩싼다 셋째 재산 관리면은 어떤가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를 다그친다 베품과 나눔의 기쁨을 키워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초록에 둘려쌓여 묵상할 수 있었던 이른 아침 경건의 시간 투자없는 좋은 결실이 있을 수 없고 수고없이 좋은 관리인이 될 수 없다는 깨달음 화초들이 스승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86,400 원을 입금해주는 은행이 있다. 그 날이 지나면 쓰든 안쓰든 잔액이 다 빠져나간다. 어제로 되돌릴 수도 없고 내 일로 이월 할 수도 없다. 오로지 오늘 현재의 잔액으로만 살아야 한다. 수수께기 같은 이 잔액의 비밀은 바로 하루 24시간 즉 86,400초의 시간이다. 신이 지상의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이 선물 앞에서 누구도 가진 게 없다고 불평할 수 없다. 매일 자기앞으로 입금되는 86,400초에 감사하며 멋진 하루를 창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진홍 시인의 글에서 읽었다. 빈도수가 잦아진 사계절의 순환방문 마디마디 통증없는 손 부지런히 움직이며 화초들을 어루만진다 처다보는 초록 시선들 그 위로 공평하게 쏟아지는 창세 전 그 햇살 나의 관리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0 시 창작 - 나팔꽃 / 김영교 [1] 김영교 2017.05.22 18466
669 여행수필 - 그리움은 흘러 / 김영교 [5] 김영교 2017.05.22 9571
668 시 창작 - 셀폰소리 / 김영교 [3] 김영교 2017.05.22 9151
667 신작시 - 우린 같은 방에 / 김영교 3/26/2017 [2] 김영교 2017.03.26 8973
666 시 창작 - 나루터와 나룻배 - 김영교 [2] 김영교 2017.07.14 8938
665 3월의 단상(斷想) / 김영교 [8] 김영교 2018.03.07 4581
664 창작 시 - 날개와 지휘봉 / 김영교 [8] 김영교 2017.10.04 4332
663 에니미모 김영교 2010.12.13 1579
662 가장 아름다운 나무(Loveliest of Trees)/번역 김영교 2007.02.28 1482
661 수필 - 이름 꽃 / 김영교 [17] 김영교 2018.02.07 1364
660 수필 - 스카티가 남긴 자국 / 김영교 [10] 김영교 2017.04.11 1344
659 수필창작 - 길이 아니거든 가지마라 / 김영교 kimyoungkyo 2018.08.08 1254
658 창작 시 - 가을표정 3 - 밤과 한가위 /김영교 [4] 김영교 2017.10.13 1209
657 창작 시 - 들꽃 학교 / 김영교 [9] 김영교 2017.09.17 1196
656 쉬어가는 의자 김영교 2016.11.06 1152
655 신작 수필 - 어머니날 단상 / 김영교 [5] 김영교 2017.05.13 1134
654 창작 시 - 가을표정 4 - 호박 오가리 /김영교 [8] 김영교 2017.10.16 1101
653 창작 시 - 배경에 눕다 / 김영교 [6] 김영교 2017.09.23 1092
652 수필 창작- 바튼 기침소리 - 김영교 [5] 김영교 2017.10.18 1091
651 창작 시 - 답답한 이유를 묻거든 / 김영교 [1] 김영교 2017.10.24 108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5
어제:
11
전체:
648,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