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숲에서
2005.10.16 12:48
앞서 가는 가을 따라
피오피코* 살찐 책 사이를 기웃 거리는데
종이장 얇은 가슴에
예기치 않게 입양된 국화꽃
'열려라 에바다' 꽃몽우리
방마다 자색 모자 눌러 쓰고
가을이 흥건이 고여있다
키 짧은 햇살에도 숲을 키우는 지혜
탐스런 바구니에 빼곡한 미소들
위에, 옆에 그리고 저 아래
하나하나 짚어가며
깊숙이 자리매김 한다
이 꽃송이 저 몽우리 어울려
내뿜는 향기에 열린 꽃 문
하나씩 둘씩 밀고 들어서는 하늘
흐름과 모양이 다른 삶의 색깔들
나름대로 진실과 최선으로 계절의 층계를 오르고
얇은 입술에 길고 시린 별 밤
소쩍새,천둥 소리에 얹혀
꿈 따라 표정을 바꾸며
의미에 빛을 발하는 숲의 언어
쉼을 뿌리는 구나
아픔도 슬픔도
기쁨으로 열리는
바램 하나
국화숲에서
알알이 벙그는 기도소리
나눔의 세월에
걸터 앉은 저녁 놀
빨갛게 달아오르는 거대한 국화숲
주체못하는 작은 나
그 앞에서
눈만 껌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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