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에 / 산장일기 2

2012.01.24 04:27

김영교 조회 수:601 추천:102

태초를 품은 깊은 겨울 산 앞에 구불구불 휜 모든 산길 엎드려 있다 눈 바람 지상에서 올라온 결집 기도 만나 겹겹 거느린 날개죽지와 흰 이마 산머리에 모여 이미 심상찮다 하늘 눈물에 푹 젖어있는 바위산 등으로 가슴으로 눈높이 세워 지키며 우뚝, 겸손의 묵시에 얼른 고개를 숙인다 인생의 6천 미터를 다시 오르는 이 연치(年齒)에 가슴에 도사린 암벽에 부는 눈보라 삭풍은 새로운 담력과 단단한 무장을 소리 처댄다 삶에 무수한 산정들을 휙휙 지나보내며 산이 있어 산에 오르고 오르면 내려갈 일만 남는 도정 (道程)을 살피라고 고드름 주렁주렁 달고 남향 산 중턱에 앉은 빅베어 산장은 먼 산, 가까운 산 모두 겨드랑이에 끼고 식구마다 목까지 눈솜이불, 골고루 덮어주는 어머니 손 뻗어 밀고 당겨 다독이는 손길 포도주에 취하고 시에 비틀거릴 때 통나무 벽 천정 빼곡한 시어들 꽂아놓은 그해 그 산장의 겨울 어머니, 그 향기 그득, 내 생애 끝날 까지 지금 눈신발 없어 정상 오르지도 못해도 나갔다 얼었다 녹았다 신이 난, 나는 눈 맞은 강아지 보이는 것 모두 눈, 하늘 아래 하얀 호청이불 뾰족한 상록 솔잎바늘만 빼고 내 시꺼먼 심보, 솔 바늘이 콕 찔러댄다 흰 눈 앞에 서면 더더욱 부끄럼이 물컹 인다 눈을 뭉쳐 눈물을 먹는다, 목이 캬악- 시인들을 재우고 깨운 산속 고요 새벽을 서성이는 내 가슴이 아침해 기지개 키는 겨울산과 눈악수만 해도 이렇게 행복 가득 차올라 환속해도 나 기필코 오늘처럼 살지 않을 수 없음이여 어머니를 떠나서 늘‘듣고 싶었던 말’ ‘사랑한다 딸아’ 그 해 겨울 그 산장의 하얀 메아리 - 빅베어 산장 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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