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좀 줄이시면 안될까요?

2006.04.14 14:48

김영교 조회 수:527 추천:96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성서학회의 송집사가 컴퓨터 인쇄할 것이 있어 들리겠다고 전화연락이 있었다. 금요일마다 나는 손자와 데이트를 한다. 두 돌잡이와 백일이 지난 두 녀석이다. 첫째 녀석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느라 TV를 크게 틀어놓고 너무 데워진 우유 병을 식히느라 나는 수돗물을 틀어놓았다. 부엌 라디오에서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 밖에서 송집사는 계속 초인종을 눌렀으나 집안이 시끄러워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기다림 가운데 온 몸은 귀가되어 촉각을 세우고 있었지만 정작 송집사의 초인종 소리는 TV소리에 흡수되었고 나의 귀는 역할을 못하여 한 참을 아주 한참 손님을 그렇게 밖에 서있게 했다. TV소리, 라디오소리, 수돗물 소리, 음악 소리, 전화통화 등 일상에 필요한 소리지만 초인종소리를 듣는 데는 방해전파였다.         지금 교회마다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성도들이 너무 바쁘다. 너무 피곤하다.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를 지낸 기독교 저명 작가 루이스(C. S. Lewis)박사는 분주함은 죄악이라는 유명한 말로 경고의 일탄을 던졌다. 이 모두가 보기에는 열심도 있고 참여의식도 높아 아름답지만 본질과는 멀어 질 수도 있다는 염려를 암시하고 있다.         예수님은 문밖에서 계속 두드리고 계시다. 떠들썩한 세상소리에 취해있는 귀에는 미세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더더욱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그 분주함 가운데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너와 대화하고 싶지 너의 분주함이 아닌데...” 이 순간도 인격적 교제를 원하는 성령님은 나지막한 이 음성 메시지를 보내 예수님과 나의 관계를 점검하도록 깨달음을 주신다.         예수님도 가르치고 복음전파하고 병 고치는 일을 포함해 기적을 베풀 때 무리가 따르는 분주함 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골방이나 산에 올라가 은밀하게 기도하며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이 성경에 여러 번 나온다.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통로였다. 영적 에너지를 공급받은 리소스였다. 예수님을 닮아야 하는 목적 이유는 사랑과 용서의 품성 외에도 이 습관과 훈련을 닮아야 하는 필연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함께 일하는 성취감과 코이노니아의 기쁨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활의 첫 열매인 예수를 아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수에 관하여, 종교에 관하여 교회 프로그램이 너무 바쁘고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게 현 실정이다. 고요한 시간에 찾아와 주는 주님의 발걸음이고 보면 회개와 눈물의 기도 그 조용한 시간에 이루어지는 교제를 얼마나 목말라 하는가.이 교제에 방해전파, 그 센 출력을 좀 줄여 주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나에게는 분명 있다. 이것이 내가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 주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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