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로 / 김영교
2010.03.08 08:03
사는 것이 힘든다는 생각이 들 때
잠시 손을 놓고
눈 지긋이 감아본다
해변에 바람 쐬러 나온 가슴 답답한 여자
깊이 들여 마시면
답답함이 뚫리듯 한결 시원해진다
사는 것이 짜증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적막한 노인 아파트를 떠 올려 본다
주름살 만큼 가득한 기다림
외로움을 달래듯 바람이 멎었다 지나간다
문득 자유롭게 오가는 내 분주함이 고맙게 여겨진다
사는 것이 캄캄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교통 사고로 외아들, 며느리, 손자 셋
일가족 다 잃은 신문 속의 어머니를 생각해 본다
사고현장이 아닌 나의 일상이
기적이라 매사에 신중해 진다
사는 것이
흐린 날 다음 개인 날도 있는
높고 낮은 산
그 위에 올라가서 시선을 멀리 둔다
먼 헤어짐과 만남의 꾸불꾸불한 길
이어지고 끊기면서 산을 이렇게 넘어가고 있지 않는가
힘들고 짜증스런 마음 녹이는
감사의 마음
비집고 못들어오도록 잠궈버린 이기심과 인색함
부끄럽게 나를 흔들어댄다
문득
살아 있다는 것만도 눈물겹도록 고마운
아예 일년 열두달 감사일로 지킬 것이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0 | 형체도 없는 것이 - 4 | 김영교 | 2006.01.04 | 525 |
449 | 배움의 나무야 | 김영교 | 2011.10.18 | 524 |
448 | 8월의 다리/김영교 | 김영교 | 2008.10.21 | 524 |
447 | 가로등 | 김영교 | 2008.10.01 | 524 |
446 | 약속의 향기 / 김영교 | 김영교 | 2010.12.21 | 523 |
445 | 장미 화원에서 / 김영교 | 김영교 | 2010.01.26 | 520 |
» | 감사일로 / 김영교 | 김영교 | 2010.03.08 | 520 |
443 | 안전거리 / 김영교 | 김영교 | 2009.08.07 | 518 |
442 | 완행에 기대어 / 김영교 | 김영교 | 2011.08.07 | 517 |
441 | 하나님의 이메일은 어떤 것일까? / 김영교 | 김영교 | 2009.09.03 | 516 |
440 | 해변의 새벽풍경 / 김영교 | 김영교 | 2011.03.03 | 515 |
439 | 여자들은 어디다 두지요? / 김영교 | 김영교 | 2010.02.25 | 515 |
438 | 위대한 웃음소리 | 김영교 | 2003.06.09 | 515 |
437 | 폭포 / 김영교 [2] | 김영교 | 2015.04.09 | 515 |
436 | 내 마음의 외딴 마을 | 김영교 | 2004.09.06 | 513 |
435 | 잔별들이 눈꽃처럼 피던... | 김영교 | 2007.02.12 | 511 |
434 | 두고온 바다 / 김영교 | 김영교 | 2011.05.13 | 510 |
433 | 그럼에도 불구하고/김영교 | 김영교 | 2008.11.24 | 509 |
432 | 시간의 강 by 김영교 | 김영교 | 2007.01.11 | 509 |
431 | 고난의 십자가 / 김영교 | 김영교 | 2010.03.27 | 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