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 김영교

2011.07.22 05:34

김영교 조회 수:595 추천:161

주기적으로 만나는 우리 엔돌핀 멤버중 유일한 남자인 그는 직업상 외식을 많이 해왔다. 지금은 그가 조기 퇴직을 하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이유는 부인의 와병이었다. 뉴스 꺼리는 여러날 병석에 있는 부인 간병하노라 시작한 놀라운 밥돌이 음식솜씨가 잠재 요리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류 요리사가 무색할 정도로 색깔도 먹음직스럽고 모양도 군침 돌게 만든다. 우리 멤버들에게 래스피를 물어오던 초보자가 지금은 사이버 요리사로 승격 되어있다. 스스로 개발도 하고 요리 채널에서 배우기도 하고 인터넷을 섭렵해서 알아내고 실습하면서 날로 발전해가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만들고 있는 노력형이다. 보통 남편들은 투고를 많이 하는 편이고 아주 기본적인 것- 나면 끓이기 빼고는 손수 요리를 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주소가 아닌가. 쿠킹에 재미를 느끼고 부엌에 서있는 게 좋고 설거지도 싫지 않다고 하니 그의 의식구조가 젊어서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든다. 향학열이 대단하다. 남다른 눈 설미에, 양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심한 손놀림의 앞치마를 두른 그를 상상하는 일조차 참으로 즐겁다. 검정색 앞치마를 우리 팀의 생일선물로 받고 더 성의 있게 조리에 임한다. 불의 온도와 시간 재는 일까지 다듬고 써는 잔 일, 치밀한 그의 적성에 맞았다. 재능으로 알고 노력 하는데 만 그치지 않고 음식 내지 요리 만들기 전에 장보는 일부터 신이 펄펄 난다니 더군다나 즐기기 까지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는 사진 작가며 글쟁이며 골퍼이다. 음악과 와인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프로급이다.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 그가 오늘 보내온 손수 만든 요리 제목은 '믿거나 말거나' 맛은 모르겠지만 '진짜 내가 만든 요리 입니다. 일취월장. 파일을 열어보세요' 란 꼬리표가 붙어있다. 그의 정성을 먹고 부인이 쾌차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는 그를 처칠이라 부른다. 처칠처럼 유머러스 하고 처칠만큼 언변도 좋고 재주가 많아도 나타내지 않는 점 때문이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는 유부남*이어서 그와의 주기적인 만남을 우리 모두는 즐기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정성과 사랑을 섞어 요리한 그의 음식을 먹고 부인은 병을 물리치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그렇게 기도하며 기다린다. 그런 그의 음식을 시식할 역사적인 어떤 맑게 게인 날을...그 일만 남아있다. 맛있으면 더 큰 박수를 치고 요즘같이 불경기에 웰빙 헬스 프드 케터링 비지네스를 귀띔, 우리 팀이 물론 첫 번 째 고객이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진짜 내가 만든 요리 입니다. 일취월장. 파일을 열어보세요.' 돼지갈비 찜, 매운 닭고기 볶음, 보내온 사진을 보니 구미가 당긴다. '참말로 맛 있읍니데이' 첨부 사진과 함께 그의 사투리가 구수하게 들린다. *유부남: 유난히 부담이 없는 남자 <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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