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 김영교
2007.11.14 13:37
도시락 - 김영교
뎅그렁 사무실에 혼자 남겨진 그 날
친구가 도시락을 데리고 왔다
정작
그 다음날 더 활개 치는 그리움
머나먼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먼 세월 저편에 있는 줄 알았는데
오돌 도돌 단번에
인터 넷 클릭보다 더 빨리 달려들었다
계란과 멸치볶음 도시락
김치 국물이 밥알을 물들인 아스라한 어릴 적 기억
오늘 목구멍이 캭 막혀온다
남은 도시락을 먹어치운다
병약한 막내딸 도시락에 마음 쓰시던
어머니
눈부신 흰 쌀밥에
콩나물도 있고
연어구이도 있는 이 풍요를
효녀딸이 되어 어머니 앞으로 밀어드린다
그 때의 그 달디 단 그 가난한 입맛은
뚱뚱한 치매를 쿨럭 거리며
가을을 뛰어내리고 있다.
미주시인 200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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