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농장 / 김영교
2010.01.22 21:06
공원과 동네 가로수 길은 나의 오랜 친구다. 금년은 행로를 바꾸어 바닷가 산등성 트레일을 택했다.
밀폐된 내 안의 방들, 통풍이 잘 안되어 질식 직전이었다.
바람 부는 날
PV 산정 계곡을 찾아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하이킹을 끝내고
수풀 사이에 나를 눕혔다. 헐덕이던 수지의 헐덕임도 조용해졌다.
눈부시다.눈 감으면 귀가 열린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이보다 더 좋은 음악과 시가 또 있을까!
고르게 퍼지는 호흡 따라 찡한 냉기가 폐부를 완전 환기시킨다.
가늘고 긴 가지에 먼 하늘이 내려온다
어느 듯 몸에 배어드는 나뭇잎 소리
새벽언덕을 급하게 내려온 아침이 메아리친다
이때쯤 마음에는 바람소리가 잦아들고
바닷 내음이 언덕을 타고 올라와 골수 깊이 자리를 잡는다
눈은 바닷빛 초록 물이 들고 머리에는 물새소리 쌓인다
오늘 아침 유난히 아름다운 소리 비타민이 나를 키 크게 한다
뻗어 손으로 햇살을 찔러본다. 상쾌하다.
바람에 입맞추려 입술을 내 민다.
자연스럽게 아주 알맞는 편안함 속에 묻힌다.
나를 위해 짬을 낸 시간이 나를 산과 계곡 사이 소리농장에 내려놓는다.
의식은 능선을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연의 소리를 몰고와
철조망 없는 내안의 절해 고도
나를 방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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