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2

2010.10.28 17:33

김영교 조회 수:423 추천:128

여성식당 나는 안다. 여자 가득한 세 곳, 여탕, 손톱 미장원과 만원사례의 고급식당, 여성 전성시대를 놀라면서 바라본 그날의 감회, 오돌도돌 별미였다. 모두 아름다웁다. 생기펄펄 넘치고 윤기나게 살아있다. 당당함으로 출렁대는 여자의 바다였다. 비쩍 마른 막내 누이를 뭘 좀 먹이겠다고 별러온 오라버니, 어떤 모임의 단체예약 때문에 전통 한식 식당 순례는 차질을 빚었다. 그날 우리의 막힌 발걸음을 부랴부랴 예약으로 불러준 곳이 그 유명하다는 샤브샤브 음식점이었다. 식당 실내는 냉방도 절도있게 잘 되있고 우선 화장실 부터 너무 깨끗했다. 실내장식도 여백을 강조, 조잡스럽지 않아 호감이 갔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전문성을 띠고 친절한 미소와 말소리는 금상첨화였다. 고객의 필요에 즉각반응을 보이며 움직이는 동작 역시 민첩했다. 분위기도 격있고 일류식당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단골들의 발길을 끌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왜냐하면 음식 맛이 훌륭해 나같은 국외손님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접대에 부응하고도 남는듯했다. 내가 놀란 일은 그 커다란 식당 홀 가득 그 분주한 점심시간에 식사하는 손님들 전부가 여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젊고 나이 들고의 차이는 있을망정 모두 여자손님들이었다. 직장 여성도 있고 가정주부도 있고의 차이, 모두가 옷 잘 입은 세련된 여성들이었다. 우리 테이불의 오라버니만 남자, 주위 모두가 깔끔한 여성 손님들이었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식해보고 아마 저녁 식탁에 올려놓을 식사준비 요리학습 공부하려고 외식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여자들 뿐일까. 경이의 눈에 비친 여성포화 그림,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했다. 넥타이들은 그러면 어디서 점심식사를 하는 걸까? 저렴한 대중식당을 선호하는 것일까? 밤은 남자들의 불야성, 판도가 달라질까? 지금 세상이 얼마나 속도 세상인데 싶어 성장의 모습으로 점심시간을 허느적 한가하게 보내는 실태를 현장 조사라도 하고 싶지만 이틀 후 여성만원 점심 나라를 떠나야 하는 출국날짜가 약속되어 있었다. 훌훌 날아오면서 기내을 살펴보았다. 여자들 숫자가 역시 많았다. 위풍 당당, 그만큼 여성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회 범위가 넓어졌다는 얘기가 아닐까. 여성 전문성, 여성 우수성이 사회 한복판으로 전이되면서 여권이 펄럭이는 축복받은 땅을 뒤로하고... '자녀 안가지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요즈음이 아닌가? 점심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자녀가 없는 가정부재의 저녁식탁까지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과연 해방된 것일까? 키천크로스 잇아웃(kitchen close, eat out)시대 도래, 주부를 부엌에서 반쯤 해방시킨 패스트 훗이나 인스탄트 훗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병에 그 기여도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한다. 방부제와 조미료에 건강이 위협당하는 위기감이 여성식당과 무관하지 만은 않은, 앞날이 염려되는 고국 나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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