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만나서 / 김영교

2009.09.01 13:30

김영교 조회 수:494 추천:114

마음이 벽인 줄 몰랐다
사방이 막힌
외계를 바라볼 창문 하나 없는

그림이나 옷마저 걸 수 없었던
미끄러운 벽에
어느 날
못 하나 깊이 박혔다

심장 한 복판에 자라는 못
이기심은 통째로
실망과 불만이 통로를 막아
차단된 내일

짓이겨지는 이기심
회개가 힘을 보탠다
문을 다는 밀착의 망치질

그 순간
막힘은 트이고
눌림은 날개를 달고
하늘에 데리고 간다

출생부터 나를 위해
감춰진 못의 하체
살점은 깎이고
흘린 진액의 피
다 쏟은 골수
바닥이 허옇다

바람이 들낙이며
죄로 헐거워 진 나를
여전히 조이고 있다.


시작노트:

벽, 문, 그림,그리고 언어
세상의 모든 흐트진 것,
멀어진 것, 단절된 것,  
조이고 부치고 하는 결속과 밀착의 관계
회복의 관계, 하나로의 관계
못의 작은 헌신으로 이루어 진다

십자가의 못
역사의 방향을 바꾸고
인류를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 주는
유일한 사랑
그 배후의 못
만나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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