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4 / 과일진열대(주)
2008.09.09 10:23
과일 진열대에 넘실대는
주홍색 물결
(나를 철썩댄다)
칭칭 감긴 붕대 속의 내 가슴에
밀려오는 바닷바람
의사소통의 막힌 절벽에서
소리지르다 떨어지는 꿈 부스러기
크고 작은 포말이 되어
아득히 떠밀려 간다
계절의 갈라진 틈새로
늘어나는 긴 목
수압에 못 이겨 생선 눈알 자꾸 튀어나온다
둘러봐도
오라버니 휘파람 소리
들리지 않고
야자수에 걸린 달
내 목을 기어오른다
진열대는
속시원하게 모국어로
떠들어대는 고향집 뒤뜰의 감나무
산 페드로 비치에에서
주홍 빛 진하게 익어버린
내 얼굴
그 안에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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