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키스 - 김영교

2011.06.29 17:33

김영교 조회 수:750 추천:181

33회의 치료 후 자꾸만 흩어지고 졸아든 자의식 때문에 괴롭게 시달리고 있었다. 그 무렵이었다. 그 통로 끝에 고교 50주년 해후가 팔 벌리고 있었던 것은 행운의 비상구였다. 그 때 그 곳에서 망설임 없이 나를 주워 담았다. 남도산사 순례 안에 가득한 그대 표정 얼마나 그리웠던가 음성과 미소가 여전한 눈물겨운 인연 친밀감이 동여맨다. 비우면서 가득 채우는 빛이 그리는 사진 침묵으로 대변하는 자연의 함성 심비에 새기는 가슴 떨리는 순간들 지금도 푸르게 들려온다. 내 가슴은 바탕화면 멎는 곳 마다 꽃영상 정겹게 떠 흩날리는 꽃잎마다 글썽이는 그리움 다산의 시 주사(走寫)한 유홍준 교수의 <부채선물> 가보로 남아 부채처럼 열고 열리는 그대와 나의 세상 반세기 묵은 우정거울 웃음도 고마움도 옛정도 맑게 비추어 섬진강 따라 유유히 흐르고 흘러 함께 따라오는 남도의 봄을 챙긴다 대화와 미소, 유익한 정보, 음악이 함께 버무려져 클릭 하나의 속도가 땅끝을 불러오면 펼쳐지는 꿈에도 못 잊는 고국의 산하여! 장사익의 꽃구경을 업고 벚꽃은 지금도 내 가슴 한 복판에서 절정을 흩날리고 있다. 시, ‘남도의 봄’ 전문 남도의 그 때 그 곳에는 꽃비가 길을 적시고 있었다. 가슴은 마냥 젖어들고 첫사랑의 고별이 눈물처럼 내리며 청정하천 섬진강변 벚꽃은 극치의 아름다움을 대책 없이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 아낌없는 남도여행의 그 꽃길 정상에서 쉼을 찾았고 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축복이었다. 안산병원에 입원하는 등 가족들을 놀라게 한 작은 동요가 있었지만 고교 50주년 행사에 편승한 서울입성은 잘 내린 결단이었다. 애정 담긴 선물과 여러 친구들의 정성어린 대접, 현란한 Walker Hill 초대며 해외동창을 위한 격려의 말을 더더욱 잊을 수가 없었다. 눈물겹게 고마움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던 감동은 환자의 회복기를 당겨주는 귀한 체험을 안겨주었다. 크림트(Gustav Klimt)전시회가 예술의 전당 가람에서 열리고 있었다. 3주 서울 체재기간의 보너스였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마침 제주에 사는 친구 동연이와 함께 알리오(Aglio)와 작별하고 의기투합하여 벼르고 벼르던 크림트를 만나러 가던 날은 소풍가는 초등학생이었다. 에곤 쉴레(Egon Shile)와 더불어 파격적인 관능미의 화가이기에 기대가 컸다. 아시아에서는 첫 전시회라 110여점 국내 최초 벨베데레 미술관을 옮겨온 느낌이 들 정도로 금빛 <키스>를 만난 서울의 봄은 남도 여행의 연장이었고 키스처럼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눈을 감고 기다림에 맡긴 여자는 꽃밭에 서있다. 남자의 두 손에 잡혀 남자의 마른 입술이 뺨에 닿아있고 남자의 목에 팔을 둘러 매달린 여자, 온 몸을 던져 기다림에, 그 여자의 기대의 세계는 점점 넓어져 가는 듯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키스>, 여인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모호한 심리, 에로티시즘을 유발하는 여자가 하필이면 만발한 꽃을 밟고 서있다. 낯선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가 없는 그 여자가 서있는 곳이 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라니! 우리가 방금 다녀온 촉석루의 자목련, 그 아래 꽃마을 같은. 한번도 결혼 않고 13명의 자녀를 둔 그의 생애는 자유분방, 예술적 특유의 감성으로 용감하게 시대를 재해석한 황금빛의 유혹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56세에 폐렴으로 사망한 그의 작품세계는 그가 즐겨 입던 특유의 헐렁한 작업복처럼 세상을 관능미로 숨 멎게 만들었다. 그는 자화상이 없다. 여인상과 풍경화가 그의 작업행로였다. 여성이미지를 통해 현실과 환영의 성공적 융화예술 토탈 아트에의 공헌은 팜므파탈이라는 문학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응용미술, 그리하여 총체적 예술 화면에 화려한 금색으로 표현한 사랑의 주제가 현대인을 숨 멎게 하는 비밀스런 감동의 본질이었다. 바로 파격적인 색체의 마술사, 에로티즘의 예술적 승화를 이뤄낸 사랑의 화가로 당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우뚝 서 있다. 그 당시 에로티즘은 이중적 잣대로 경멸의 대상이었으나 클림트의 작품에서는 예술적 힘과 섬세 현란한 색체로 승화되어 있어 재평가되었다. 향토음식에 달아오른 나의 미각은 그 여자처럼 늘 기다림에 있었다. 황금빛 <키스>의 꽃밭을 섭렵한 소중한 사연, 섬진강변 50주년 남도 꽃길은 위안이 되었고 다시 일어설 힘, 바로 <황금빛 키스>로 가는 초대장이었다,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예술의 비빕밥... 그 치유의 밥상은 진수성찬이었다. 잊을 수 없는 만남들이 꽃 피운 옛 이야기, 청매실 내음에 밤잠을 설친 산사유람, 우리들의 사랑과 추억, 바람이 불면 서로 일으켜 세우는 인생의 꽃밭을 거닐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조금도 지치지 않는 지속적인 에너지 보급은 봄나들이 하늘과 산사의 바람과 초록 천기를 마신 나에게는 무공해 보약이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자연의 화폭과 남도의 꽃길, 그리고 클림트의 황금빛 유혹이 회복으로 나를 끌고 가 방목하였다. 잊을 수 없는 화폭 하나하나, 그 표정, 그 웃음, 목소리 들리는 듯 황금빛 키스는 처방된 약처럼 자연과 어우러져 나에게 손 흔들고 있다. 그날밤 꿈속에서 처럼.... <미주시학 봄 2011년> 시인이 쓰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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