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 들꽃 학교 / 김영교

2017.09.17 17:54

김영교 조회 수:1196

들꽃 학교 / 김영교


낮이 긴 이민들판은

너풀너풀 초록 책상이 수북 기댄 교실이다


양지에서든 그늘에서든

저마다 최선을 다해

꿈 몽우리 매어 단다

앞서려 다투지 않고 색깔 다르다 내치지 않는다

 

교정 가득 들녘 가득

작고 낮아 잘 보이지 않는 급우들의 키

사이좋게 이슬 젖는 야외학교에서는

뽐내는 일등도 기죽은 꼴지도 없다


햇볕 앞에 작은 어깨 나란히

밤이면 별빛 목욕하는 풋풋한 향기

개학도 졸업도 땀에 젖은 사계절이 도맡아 여닫는다


다년생 신입생 북적대는 봄 학기마다

일년생 전학 오는 바다건너 씨앗들

바람이 높아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웃 풀이 일으켜 세워 또 일어서는 질긴 혼


가물어 물기 없는 불황을 밀어내는

그 약초 같은 들풀 시어들

이제 월반할 일만 남았다 

9/1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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