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Ode to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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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기도-한가위에/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 (마음산책,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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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가족친지둥근달송편재래시장맛난 음식황금들녘성묘와 차례한복선물... 그리고 고된 노동귀성길 정체용돈고스톱추석 특선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올해는 긴 연휴가 추가될 듯합니다하지만 그 어떤 생각보다 먼저인 것은 고향에 대한 설렘이고고향에 계신 부모님일 것입니다.물론 고향의 부모로서는 달려올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일 테고요.

 

  이제 이 땅의 모든 순한 길은 그 고향집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의 등불로 환해졌습니다양쪽 부모 다 계시고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날갯죽지 다 찢겨나가고 고향 또한 낯선 객지가 되어버린 이도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마음속 깊이 간직된 고향의 원형이야 달라지겠습니까다만 부모가 아무도 안 계시거나 가고 싶어도 찾아갈 형편이 못 되는 사람에겐 둥근달이 내내 심란해 뵈기만 할 테지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님은 둥근달에서 유난스레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고향의 달이란 시의 부분입니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내가 태어날 무렵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그 아름다운 달고향 하늘의밝고 둥근 달이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정다운 눈길로나를 내려다보네/ (중략)/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후략)”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지금은 너무 아스라이 있습니다하늘보다 내 마음에 서둘러 먼저 뜬 둥근달이 그리운 얼굴들과 포개어집니다차마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웃의 얼굴들과 고단한 현실로 작아지고 모난 마음의 한 구석도 봅니다저 달빛에 젖은 마음의 꽃가지가 휘면서 까닭모를 눈물이 납니다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도리를 생각합니다자식에게 태만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불쑥 치밀어 고개를 수그립니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달빛기도를 낭독하는 것으로 추석인사를 대신했군요특히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가족과 세대의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어머니 살아생전에 시를 한 편 읽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저 달은 모든 것을 용서해주겠다는 듯이 언제나 환한 얼굴입니다우리는 언제쯤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워지겠는지요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표정을 빌어 여러분들과도 기도를 나눕니다.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둥글게!’

 (해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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