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가족친지, 둥근달, 송편, 재래시장, 맛난 음식, 황금들녘, 성묘와 차례, 한복, 선물... 그리고 고된 노동, 귀성길 정체, 용돈, 고스톱, 추석 특선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올해는 긴 연휴가 추가될 듯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보다 먼저인 것은 고향에 대한 설렘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일 것입니다.물론 고향의 부모로서는 달려올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일 테고요.
이제 이 땅의 모든 순한 길은 그 고향집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의 등불로 환해졌습니다. 양쪽 부모 다 계시고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날갯죽지 다 찢겨나가고 고향 또한 낯선 객지가 되어버린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간직된 고향의 원형이야 달라지겠습니까. 다만 부모가 아무도 안 계시거나 가고 싶어도 찾아갈 형편이 못 되는 사람에겐 둥근달이 내내 심란해 뵈기만 할 테지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님은 둥근달에서 유난스레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고향의 달’이란 시의 부분입니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네/ (중략)/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후략)”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지금은 너무 아스라이 있습니다. 하늘보다 내 마음에 서둘러 먼저 뜬 둥근달이 그리운 얼굴들과 포개어집니다. 차마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웃의 얼굴들과 고단한 현실로 작아지고 모난 마음의 한 구석도 봅니다. 저 달빛에 젖은 마음의 꽃가지가 휘면서 까닭모를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도리를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태만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불쑥 치밀어 고개를 수그립니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달빛기도를 낭독하는 것으로 추석인사를 대신했군요. 특히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가족과 세대의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어머니 살아생전에 시를 한 편 읽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저 달은 모든 것을 용서해주겠다는 듯이 언제나 환한 얼굴입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워’지겠는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표정을 빌어 여러분들과도 기도를 나눕니다.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달빛기도-한가위에/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 시집 『기쁨이 열리는 창』 (마음산책,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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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가족친지, 둥근달, 송편, 재래시장, 맛난 음식, 황금들녘, 성묘와 차례, 한복, 선물... 그리고 고된 노동, 귀성길 정체, 용돈, 고스톱, 추석 특선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올해는 긴 연휴가 추가될 듯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보다 먼저인 것은 고향에 대한 설렘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일 것입니다.물론 고향의 부모로서는 달려올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일 테고요.
이제 이 땅의 모든 순한 길은 그 고향집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의 등불로 환해졌습니다. 양쪽 부모 다 계시고 고향의 정경이 고스란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날갯죽지 다 찢겨나가고 고향 또한 낯선 객지가 되어버린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간직된 고향의 원형이야 달라지겠습니까. 다만 부모가 아무도 안 계시거나 가고 싶어도 찾아갈 형편이 못 되는 사람에겐 둥근달이 내내 심란해 뵈기만 할 테지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님은 둥근달에서 유난스레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고향의 달’이란 시의 부분입니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네/ (중략)/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후략)”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어린 시절의 고향이 지금은 너무 아스라이 있습니다. 하늘보다 내 마음에 서둘러 먼저 뜬 둥근달이 그리운 얼굴들과 포개어집니다. 차마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웃의 얼굴들과 고단한 현실로 작아지고 모난 마음의 한 구석도 봅니다. 저 달빛에 젖은 마음의 꽃가지가 휘면서 까닭모를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께 다 하지 못한 도리를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태만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불쑥 치밀어 고개를 수그립니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 달빛기도를 낭독하는 것으로 추석인사를 대신했군요. 특히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가족과 세대의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어머니 살아생전에 시를 한 편 읽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저 달은 모든 것을 용서해주겠다는 듯이 언제나 환한 얼굴입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러워’지겠는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표정을 빌어 여러분들과도 기도를 나눕니다.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해설 ,권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