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우린 같은 방에 / 김영교 3/26/2017
2017.03.26 11:18
우린 같은 방에
친구와
나는 같은 방에 있었다
일어나서 빗장 열고 내다볼 듯 한
그는 누워있고
나는 앉아있고
그는 멈춰있고
나는 숨을 삼키고 있었다
천둥이 요동치고 울부짖는다
바다가 아무리 몸부림처도
당길 수 없는 거리
한없이 깊고 깊은 우물가슴
일생을 두레박 크기로 길어올리며
무게만큼 그 먼 데를 오간다
양파세월은 찰나의 칼질 한번에
우주 저 밖으로 벗겨져 가는 장막
여전한 햇살에 기댄 등을 앞질러
친구는 얼굴 문닫고
약속이 올라갈 때 계시의 강을 따라 흐른다
이 참에 시장기는 효자처럼 고분하다
너무 눈치없다
눈물은 붓고 숨통은 물 한모금 겨우
훗날
내가 비운 자리를 둥러앉아
밥을 먹을 것이다
멜도 보내고 잠도 잘 것이다
오늘의 나처럼
남은 자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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