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ck

봄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조름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즈러지노니!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없이 내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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