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글 / 비범한 괴짜의 행진

 

신수정을 중심으로 모이는 괴짜들 중에

왕초 괴짜 점선이가 있었다. 여학교 대학교 동창, 미자가 우리집(서빙고)에 데리고 왔을 때가 처음 만남이었다.

그녀의 옷차림과 그림이 나를 혼난스럽게 했다. 김영태 화백의 홍대 미대 대학원 후배 그러나 그녀는 이대를 나온 나의 동문이다.

환상적인 그림에 나는 한없이 빠져들었다. 신수정 피아노 리사이틀 전에 미자, 고영자, 점선, 나 이렇게 왕성한 식욕을 겨루며

수정식당에서 애찬을 나눈 게 마지막이었다. 그 해 번역문학가 미자가 뇌수술 후 미국에 와 산호세에서 사망,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 다음 점선이 맥없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더이상 보석 그림을 볼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후배 (장왕록교수 딸 )장영희가 떠나갔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요리연구가 장선용이와 신수정은 고맙게도 다행히 건재하다.

 

애석했다. 그 떠나보냄과 남은 자의 안타까움을<하늘학교 후보생>이란 수필로 발표( 이화동창회보)된바 있다. 큰 손실이었다.

사랑으로 창작마당에 띄워 그리움을 달랜다. 최인호선생님은 지금 투병중이셨는데..... 쾌차를 빌었지만 침샘암으로 소천, 낯읶은 타인의 방을 마지막으로.......

 

 

(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미개인" 中)
문둥이의 아이들이, 우리가 가끔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던 강 건너편에서 아, 아, 문둥이의 새끼들이 이쪽으로 건너온다. 그 애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불알이 다섯갤까, 눈썹이 없을까, 저녁이면 우리들의 가슴을 면도칼로 자르고, 간을 빼먹으려 들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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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침묵의 소리" 中)
그리고 녀석은 거리에 세워져 있는 우유배달 자전거에서 우유병 통을 들어내려 놓더니 글쎄 그 위에 올라타고는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휘웅이 밝아오는 한강 쪽을 향해 달려갔단 말이야. 물론 그 자전거야 쌔벼 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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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 두레박을 올려라" 中)
우리는 서로의 성기에 꽃을 꽂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몸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모습이었다. 서로의 성기에 꽂힌 꽃들은 우리의 내부에 쑥과 같이 흐르고 있는 젊음의 수액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오르는 꽃과 같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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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천상의 계곡" 中)
엎드려 절을 하는 내 뇌리 속으로 어머니와 노인이 다정히 서로 부축하며, 남산의 숲길을 걷던 환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환영은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성도(聖都)를 찾아 함께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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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영가" 中)
할머니의 노랫소리는 강물이 흘러가듯 이어져 그녀의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이미 할머니의 얼굴이 아니었고, 마치 갓 피어오르는꽃송이처럼 환히 생기에 차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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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술꾼" 中)
그는 석양을 향해 우는 거위처럼 목 쉰 소리를 냈다. "아주마니, 나 술, 술 마시러 왔시오??" 그는 자기 말을 믿어달라는 듯 애원하는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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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돌의 초상" 中)
전성기 때의 그 생식기관 속에 넘쳐 흐르던 청춘과 힘, 활력, 여인을 괴롭히던 무분별한 욕정 심신의 살을 갉는 쾌감, 그 모든 것을 상실하고, 성기는 그 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시들어빠진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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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의 "무제" 최인호의 소설 "사행" 中)
그런데 또 하나 기묘한 것은 거울과 거울이 중복이 되면 똑같은 나의 입상, 좌상들이 일렬로 무한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굉장한 광경이었다. 포개어지고 포개어지는 또하나의, 또하나의, 또하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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