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눈물

2007.03.17 10:39

김영교 조회 수:721 추천:222

차고 옆 메이플 츄리 하나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슬픈 날을 나는 기억에서 애써 지우려 하지않는다. 해마다 떨어지는 낙엽을 쓸면서 '걱정도 함께 쓸어 버려' 가르치던 스승 Rug나 발판, 미니 카펫 먼지를 기대어 탁탁 툭툭 털면 무던하게 잘 받아주던 가슴 욕심을 버릴줄도 때를 알아 사뿐히 뛰어내릴 줄도 아는 나무 관리실에서 고용된 인부는 둥글게 홈을 파며 내려가 깊은 뿌리를 갈아치우는 처단을 집행하고 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가깝고도 먼 그대 최석봉시인이 처다보기를 즐기던 추억의 나무 반으로 잘리면서 얼마나 아파했을까! 나무에게 젖은 아듀를 손 흔드는 나 마실 것을 건네받은 tree-cutter는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었다. 답례할 실밥 오래기 같은 미소도 나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물끼 머금은 나무살갗과 나이테 살점이 쩌렁 쩌렁 떨어져 나갔다. 하이얀 피가 파아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나무의 눈물이었다. 있음에서 지나감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 여름날의 그 영광스럽던 푸르름을 안고 우윙-트랙터 전기톱이 몸뚱아리와 사지를 토막 치고 키를 꺾고 심장을 뚫어 그것도 부족하여 자르고 쪼개고 베어내었다. 저항없이 허공에서 훗날리다 그 다음 땅위를 두껍게 덮었다. 먼지처럼 사라지는 톱밥에 박힌 나무 디엔에이들... 몸서리치는 인내를 저울질 당하는듯했다. 스승이 나의 발 아래 늘부러져도 속수무책인 채 지켜 보기만 하는 나는 다름아닌 방관 가해자였다. 우람한 둥치와 저력있는 뿌리친척들 불러모아 고별 경건회라도 했을까 저 순종을 보라 흙으로 귀의하는 길 경례를 보냈다. 구역예배 후 귀가 길 늘 지켜주던 수문장 나무 한 쌍 오늘 밤은 외롭게 혼자 서있다 낮에 사라진 그 쪽을 넘겨다 보면서 지금은 부부 나무로 서있는 우리. <나무 곁에서>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
어제:
35
전체:
648,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