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자 선생님, 편히 안식하소서

2011.01.25 05:31

김영교 조회 수:625 추천:171

선생님, 말이 없으신 이숭자 선생님

선생님,
순서를 맡은 다른 행사가 용수산에서 있어
잔치집과 초상집
노심초사 갈등가운데
다행히 예배가 길어
준비한 조사를 올려드릴 수 있었던 것
둘다 다 가능 하도록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은혜였습니다.

조사:
선생님은 선배님이십니다.

유학선배(47세/59년), 시인선배, 무엇보다도
어둠에서 빛으로 주소변경 선배이십니다.
손 마주잡고 체온 나누는 이승의 삶에서
목소리 들을 수 없는
영원한 안식의 하늘나라로
주소변경을 우리보다 먼저 하신 선배십니다.

아주 여러 해 전
손수 예쁜 글씨로 사인해서 주신 여러 권의 시집 중에
<빛따라 어둠따라>(1990 출판)는
제 가슴에 살아있는 따스한 눈빛.

선배님의 강한 정신력은 육체의 하강을 물리치고
그리움에서 외로움에서
모국어 사랑에서 발원
시집 상제를 게을리 아니 하심은 후배들의 좋은 귀감이 되셨습니다.

무궁화 양로병원 때 패드와 펜을 묶어 드리면서
시 쓰기를 멈추지 말라며 격려 해드린 게 어제 같기만 합니다
버스 편으로 거의 시내를 오가시며 행사장에 참석하신 열정
믿음으로 다져진 단정 단아하신 인품과 매무새
50년대 개화 여성의 선구자적 유학생
기회의 나라에서 석사학위 취득,
신앙의 힘으로 언어의 벽을 극복하신 장하신 선배님
소셜 워커로 주류사회와 미주문협(회장및 이사장)에 기여하신 공로
많은 이야기를 역사 나열하듯 그러나 품위 있으신 전달자셨습니다.
산타모니카 토다이 일식 뷔페에 함께 한 여러 번의 식사
우리는 먹는 것만큼 즐겁게 시를 마시고 바닷바람을 마셨습니다.
베니스 비치던가요? 댁에 가 차를 대접받으며 선배님의 가족사진, 족적을 살피며
시심을 나눈 선후배의 행복했던 조우가 떠오릅니다.
식후에 한 웅쿰 내추럴 비타민을 즐겨 드시던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2주전 1월 7일 2011년 최경희 선생님과 동행한 병문안
오랜 병상에서 우리를 알아보시는 듯 잡은 우리 손에 힘을
그리고 저희 시선에 초점을 맞추어 주신 게
선배님을 뵌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대화는 없었지만 체온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밤을 새며 조사를 쓰는 동안
이숭자선생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었고
선배님을 회상하며 옛날의 추억에 젖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조용히 묵상에 잠기며 아쉬움과 그리움이 가슴을 적십니다.
제가 장례예배 때 조사라도 할 것을 아시고 선생님께서 저를 이뻐 해주셨겠습니까?
댓가없이 선생님처럼 저도 덕을 뿌리며 후배나 젊은 세대를 사랑으로
섬겨야 겠구나 가르쳐 주신 스승이십니다.
사랑의 씨앗은 발아하게 되있는 생명이 그 안에-
하나님의 섭리를 깨우쳐 주시었습니다.
(갈라디아 6장 7절 씨 뿌리는 법칙)
인생여정에 구비구비 깨우침으로 일깨워 주시는 몽학선생님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또 한번 감사하게 이르렀습니다.

30년 후면 지상에 우리 친구들 중에 누가 남아있을까요?
십자가 도(道) 안에서 자녀, 형제 자매 관계를 유지, 우정을 녹슬지 않게, 믿음을 굳건히 하라는 믿음의 지침을 안내 받습니다.

인간의 한계 그리고 창조질서
깊은 신앙의 안목으로 근원을 파악한
빛과 어둠의 영원성을 확신한
이숭자 선배님의 오늘을 예견하신 시
읊어드리며 안타까움을 달래고저 합니다.


‘어둠은
빛의 생명을 부르는 모체
그 암흑의 돗자리를 펴라

빛이여
비로소 그대 육체를 뉘어라
형광등 열광의 얼굴
눈부시게 눈부시게 일어서라

한 처음에
(중략)
깊은 물 위에 어둠 자락은 떠 있었다
빛만 빛이 아니라
어둠 또한 보완의 빛이려니

하늘과 땅 사이 해와 달 사이
명암의 이랑이랑 쌍무지개 이랑이랑
빛 따라 어둠 따라
허정허정 가네
바람처럼 가네’ <빛따라 어둠따라 1> 중에서

이숭자 선배님, 빛따라 바람처럼 허정허정 가신 이숭자 선배님,
하늘학교 먼저 입학하시고 그곳에서 기다려 주소서.
저희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 진학하게 될 것입니다.
아픔도 눈물도 없는 주님 품에서
편히 안식하소서.

후배 김영교 삼가 드립니다
2011/ 1/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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