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시 읽는 기쁨(4/14) (정효구)

2005.04.11 08:11

최승호 조회 수:517

최승호(현대문학 94-8)[-g-alstjstkfkd-j-]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최승호(1954-) 전집

조개껍질이 책이라면 조개는 저자였다. 단 한권의 책만을 꿈꾼 저자.
조개는 자신보다 엄청난 무게의 책을 살찌웠다. 나는 그 따딱한
책이 조개의 살이 굳은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조개껍질은 전집이다.
조개껍질은 저자의 흔적이다. 그 흔적은 주름져있다.
조개껍질로 영원히 살아남으려고 했던 조개, 책으로 영원히
살아남으려고 했던 저자, 그러나 조개껍질도 낡아 부서진다.
책은 먼짓더미가 된다.
                         최승호(1954-) 책

누군가가 책을 엮는다는 것은 자기정리, 뒤에 오는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싶다는 소망이기도 하다. 결국 먼지가 되어 자연의 흐름을 차단하는 공해물질이 되고마는 안타까운 시인의 눈에는 차라리 조개의 삶이 더 위대하다. 자연과 우주의 순환적 흐름에 따라 조개껍질 하나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조개의 좌망(빈 마음),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귀의하는 아름다운 삶의 극치를 지극히 짧은 글에 담았다. 탐욕으로 시커먼 내 심뽀가 하얀 조개껍질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다.

                           김영교(시인)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4
어제:
15
전체:
647,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