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쪽 천국/하종오

2005.06.20 03:07

김영교 조회 수:399

하종오/자반처 라고 고백[-g-alstjstkfkd-j-]도서목록

<  반대쪽 천국  >
하종오 시집
2004년 8월 16일 발행
ISBN 89-8281-834-0
116*186 | 152 페이지 | 7000원
시집


시인 하종오의 열번째 시집!
금세기 초 이 땅의 사람살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했다.
이 시집은 내 생의 自反處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본 것들의 시적 실체다.

편집자 노트 | 독자서평  

등단 삼십 년, 생의 自反處에서 울리는 시적 실체
1975년 등단한 이래 시집『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님 시편』 『사물의 운명』 『무언가 찾아올 적엔』등을 발표한 시인 하종오의 열번째 시집 『반대쪽 천국』이 출간되었다.
시인 박영근이 ‘민중적 서사의 넉넉한 입담’으로 출발하여 “굿시로 명명된 간단치 않은 형식 실험을 거쳐, 현실과 초월의 아슬한 경계로서 ‘님’의 정신주의를 우리에게 제시”한 시인이라 명명한 바 있는 하종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이 땅의 사람살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아픔, 한국사회의 그늘을 조망했다. 또한 서울과 강화도를 오가면서 농사를 짓는 시인이 관찰한 농촌의 풍경과 농민들의 삶,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관한 성찰을 담금질 된 언어에 오롯이 새겨넣었다.

인간의 어떤 생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일은 쓸쓸한 일이다. 태어났으니 다 저 살자고 무언가 해야 할 테니,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에서 그 누군들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지 않겠는가. 나 역시 그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으니, 누구든 그 의 자리에 놓아두고 볼 줄도 알게 되었다.
금세기 초 이 땅의 사람살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했다.
이 시집은 내 생의 자반처(自反處)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본 것들의 시적 실체다.
―‘자서’에서

천국 아닌 세상에 대한 ‘반대쪽’ 은유
1부에서는 물신주의의 비인간화가 몰고 온 극단적인 형상들을 ‘~천국’ 시리즈를 통해 거침없이 그리고 있다. 그가 풍자하는 세상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걸 구경하는 게 참 재밌어서 여기저기서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전쟁을 벌이고(「프로그램 천국」), “전쟁과 군대와 기업과 국가가 패키지로 만들어지고”(「패키지 천국」), 어느 날 부인과의 잠자리가 ‘몰카’로 만들어졌다는 협박을 받는(「몰카 천국」) 요지경 속이다. “당신은 그쪽 건너편에 서 있고 나는 이쪽 건너편에 서 있”어 “우리가 없”는(「아스팔트 천국」) 그 ‘천국’은, 다름아닌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지금-여기 이 세상에 대한 ‘반대쪽’ 은유이다.
2부에서는 「코시안 가족」 「코리안 드림」 연작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삶과 아픔, 한국사회의 그늘을 조명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은 “아비가 젊어서 딸아이 업고 떠났던 곳은 먹을 게 모자라 못 나눠 먹던 데였지만 딸이 늙어서 외손녀 데리고 찾아온 곳은 먹을 게 남아돌아도 나눠 먹지 않는 데”(「아비가 떠난 곳 딸이 돌아온 곳」)이다. 이 땅에서 무언가 잡으려는 그들의 손에는 “허공이 잡아뜯”길 뿐이다(「코시안 가족3」).
자연의 순리에서 길어올리는 삶의 의미
3, 4부에서는 서울과 강화도를 오가면서 농사를 짓는 시인이 관찰한 농촌의 풍경과 농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또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체험한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3부에서 시인이 만나는 농촌 사람들은 마당 가로 튀어간 콩 한 알이나, 겉옷에 붙어온 풀씨에게, 해거름에 흘레붙는 개들에게도 그저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지 살자고 하는 짓」)라며,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음을 넉넉하게 이야기하고, “한눈에 두세 철 건너 저편을 쉽게 봐버”(「눈짐작」)리는, 자연의 순리를 아는 혜안을 가진 이들이다. 한편, 시인의 눈에 비친 농촌은 “벤처영농 후계자”로 변신한 아들이 농촌을 관광지로 만드는 동안 “오직 한 입 채우려고 논밭 가는” “늙은 아버지가 집에서 배고파 기다리는”(「농업박람회」) 것처럼 씁쓸한 변화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3부가 농촌에서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라면, 4부는 농촌 생활 가운데 시인이 느끼고 깨달은 바를 시화한 것이다. 그 깨달음은 강가에 핀 매화들이 “누가 내 뒤통수를 따악 후려”치듯이(「뒤통수」)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깨달음은 심어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오이모종이나(「넉걷이」), 애써 가꾼 나뭇잎을 갉아먹는 애벌레(「이렇게 먹고사는 법」)와 같이 보잘것없는 것들에서도 얻어진다. 이렇게 얻은 깨달음은 “내 눈을 싫어하는 것들 있다는 걸 시골 와서야 알”게 되는(「애인이목」) 자기반성과 성찰로까지 이어진다. 악다구니를 쓰면서 살아가다가도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들이 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막막함에 대해 시인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순환을 관찰하며 의미를 길어올리는 것으로 답하고 있다.


눈 없는 나무와 들처럼 즐겁고 넓은 시
하종오 시가 꽃을 피웠다. 걱정하고 저어하던 날들은 가고 활짝 날이 드는 건가. 어두운 눈이 밝다가 아팠다. 괴로운 문단에서 하시(河詩)의 편편이 골 깊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예리할 줄이야. 벌레를 불태우는 어느 날의 나뭇가지처럼 그의 시에 한 시절을 내치는 마른 불내가 깊었다. 그러나 창상(滄桑) 속에서 한 땀 한 땀 뜬 시의 바느질이 유정하다 슬펐고, 그래서 비로소 이 시집에 와서 하종오 시는 눈 없는 나무와 들처럼 즐겁고 넓어졌다. 벌써 그는 저 멀리 독청독성의 길을 가고 있는데 누가 그를 따라갈 수 있으리. 시를 만들어내는 대장간의 자반처(自反處)엔 탕탕 절차탁마 우렁차다. 허위 넘다 문득 목을 쳐든 시단 삼십 년의 하시(河詩)여! 고형렬(시인)

하종오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님 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이 있다.
* 2004년 8월 16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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