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행복

2008.04.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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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이야기-행복
                                                
                           김영교

차고 옆 두 나무가 막무가내로 벗어놓는
빛 고운 낙엽을 쓸다가 문득
내려다 본 빗자루를 든 내 모습
'행복한 여자구나' 느끼게 됩니다.


거처를 떠나 멀어져 가는 잎새들
바람에 뒹구는 가을이 쓸쓸하지 않은 것은
당신의 눈빛이 내 등을 쪼이고 있어
멀잖아 봄의 예감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계절의 안팎에서 비어가는 모든 나무들
움츠리는 얇은 어깨, 심장 가득 차오르는 충만
보이지 않지만 늘 거기 있는 뿌리의 숨결
깨닫는 순간, '아, 행복이 이런 거구나' 떨려옵니다


가을 하늘 맑은 호수에
더러운 세상이 거꾸로 매달려도 아름다워
들여 마시고 또 들여 마셔도 끝이 안 보이는 바닥
시력이 회복되면서
불평의 철조망이 허물어집니다
뭉클 행복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가을은
한없이 깊게, 넓게 지각으로 돌아가는
자성의 시점
의식의 숨구멍 마다 변동이 일어납니다
열리는 사랑의 바탕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확인시켜줍니다


이 가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어쩜 이렇게도 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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