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의 [바다가], [안개와 해 사이]

2009.01.29 09:48

임혜신 조회 수:437 추천:27

[바다가]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서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엔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엔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다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다
두고 왔네


[안개와 해 사이]

스위스 대사관 앞에 세탁소 하나 비디오 가게 하나 그 안
에 순두부를 기다리던 눈먼 검은 새

다시 비탈길을 올라가면 집 한 채
창가에서 누군가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집안은 컴컴 바깥은 하얗고

눈먼 검은 새는 순두부를 다 먹고 잡이 들고
잠속에 떠오르는 누군가 바깥을 내다보는 모습

집안은 컴컴 바깥은 하얗고
검은 새의 끄악한 동공처럼
집안은 하얗고 바깥은 컴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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