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0만명이 뽑은 `내 인생의 詩
2010.02.04 02:16
직장인 100만명이 뽑은 `내 인생의 詩 한편‥`담쟁이`
직장인 100만명이 뽑은 `내 인생의 詩` 한편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어떤 시를 좋아할까.
한국경제신문이 한경닷컴과 함께 직장인 10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 인생의 시' 설문 조사 결과 대리 · 과장 · 팀장급 직장인들은 '희망''용기''열정''위안'을 주제로 한 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불황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재충전하려는 샐러리맨들의 현실인식을 반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시는 도종환의 <담쟁이>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이들 시는 어떤 벽이라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의 힘,숲 속의 두 갈래 길 중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도전정신 등 희망과 용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다음으로는 에드거 게스트의 <포기하면 안 되지>,사무엘 울만의 <청춘> 등 끈기와 열정을 노래한 작품들이 많았고,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토머스 칼라일의 <오늘을 사랑하라> 등 따뜻한 사랑과 위안을 담은 작품들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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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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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잎'은 모든 벽을 타고 넘는다
모두가 그 앞에서 좌절할 때 말없이 벽을 타고 오르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도리질을 칠 때 그는 다른 손들을 맞잡고 함께 올라가 '푸르게 절망을 다 덮고' 그 벽을 넘는다. 그의 이름은 '희망'이다. 그는 우리의 뒤에서 '가라'고 지시하지 않고,벽 너머를 보여주며 함께 '가자'고 권유한다.
2001년 그래미상을 받은 '오르페우스'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없다. 그런데도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같은 대가들과 호흡을 맞추며 세계적인 경영모델로 성공했다. 이들이 37년간이나 뛰어난 앙상블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공연 때마다 투표로 악장을 선출하는 전통 덕분에 모든 단원이 한 번씩 리더의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의 손을 이끌고 어떠한 벽도 넘을 수 있다고 격려하며 힘을 합치는 순간,희망의 넝쿨은 더 푸르고 튼실해진다.
몇 번이나 벽 앞에서 주저앉았지만,통화할 때마다 "그래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 다 잘될 거야"라며 친구들을 위로하는 김 과장에게 특별히 들려주고 싶은 시다.
[2009. 7. 28 한국경제신문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