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ijumunhak.net/janelyu
2010.02.04 05:31
성민희 조회 수:352 추천:27
지금 살고 있는 은현리 월세방이 아니라, 같은 마을이지만 거실이 있던 전셋집에 살 때의 일이지요.
어머니는 해만 지면 서둘러 큰 거실에 불을 밝히셨죠. 어머니가 불 밝히시면 제가 불 끄고, 제가 끄
면 어머니가 밝히시는 신경전이 자주 있었지요. 올 사람도 없는 겨울밤 산골 집에 불을 켜놓으면 뭐
하느냐가 '절전하자'는 제 주장이고, 모름지기 사람 사는 집은 어두워지면 불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사람 사는 법'을 강조하는 어머니의 주장이었지요. 집 안팎의 여론이 어머니 편으로 기울면 유치하지만 전기세를 제가 낸다는, 마지막 카드로 슬쩍
협박해보지만요 어머니 웃으며 던지는 직격탄 같은 한 방! "그럼 니가 주는 그 쥐꼬리만한 내 용돈
에서 전기세 까고 주라." 어머니 그 말씀에 천하의 불효자식이 아닌 이상 항복하고 말았지요.
올 겨울 어머니 고성에 있는 대안 스님 절집에 자주 가시고 어머니 집에 계시지 않는데도 이제 제가
밤에 자청해서 불을 켭니다. 추운 밤일수록 더 환하게 불을 밝히지요. 혹시 제가 밝힌 작은 불빛이 누군가 이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따스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지요. 깜깜한 밤엔 작은 불빛 하나라도 길 잃은 사람에겐 등대가 될 수 있지요. 부처의 말씀 같은
'빈자의 일등'은 아니고요, 제 어머니 사람 사는 법을 좇아 무척 추울 것이라는 오늘 밤엔 더욱 환한
불을 밝힐 것입니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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